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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기만과 사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기만과 사기를 경계하느라 세상의 미덕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귀한 이상을 위해 싸우고 있고
선한 용기와 영웅적 행위가 곳곳에 가득하다._맥스 어만_<간절히 열망하는 것들> 중..
1982년 뉴욕시, 어느 수녀원 앞에 요란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삶의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누군가 버리고 간 아기일까. 주위를 지나던 사기꾼 '존 암스트롱'은 생면부지의 아기를 데려다 키우기로 작정하고는, 밖으로 나온 어느 수녀의 금목걸이를 협잡질을 통해 적선을 받는다. 그의 혀는 뱀처럼 거짓으로 가득하고 진실을 찾을 수 없다. 그는 아기에게 '럭키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어린 시절부터 온갖 사기 수법을 가르치며 미국 전역을 방랑하기 시작한다.
'럭키'는 어릴 적부터 정체성이 흔들리고 혼란이 가득하다. 난 대체 누구일까. 엄마는 날 홀로 두고 어디 있는 거야? 난 왜 수시로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감춰야 하지? 아버지 존은 두루뭉술한 거짓으로 그녀의 마음을 다독이고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 뚜렷한 정착지 없이 이곳저곳 발 닿는 대로 정처 없이 부유하는 삶. 자연스레 럭키는 외톨이가 되고 외로움을 면하기 위해 아버지 곁에서 사기 행각에 동조한다. 급기야는 그 안에서 자신을 감추면서 남을 기만하고 속이는 쾌감에 탐닉하게 된다. 하지만 럭키는 혼탁한 수면 아래 잠겨 숨이 막히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감옥에 갇힌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여 대학에 진학했고, 남자 친구 케리를 만나 독립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굴곡진 생은 여전히 험난했고 긴 터널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케리는 아버지와 같은 류의 사기꾼이었고, 결국 그녀를 등치고 야반도주하고 만다. 설상가상, 사기 범죄로 지명 수배범으로 몰린 럭키는 좌절하지 않고 턱 밑까지 차오르는 진흙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한다. 그녀의 노력이 가상해서일까. 아니면 럭키라는 이름대로 무지갯빛 천운이 그녀를 휘감은 걸까. 복권 당첨으로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게 된 럭키는 자신의 생모의 행방을 찾고, 무사히 거금을 수령하기 위해 좌충우돌, 로드 트립을 감행하게 된다.
책은 럭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저자 마리사 스태플리는 아버지 존을 통해 100% 칠흑 같은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록 사기에 농간을 즐기는 잡범이지만, 생판 모르는 딸을 위해 평생 헌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졸부의 돈을 교묘히 가로채고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것이 유일한 재능인지라, 럭키에게 그 재능을 물려줄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그는 럭키를 버리거나 학대하지 않았고, 사기꾼으로서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양육하고 성장시켰다. 저자가 서문에서 인용한 대로 기만과 사기에 물든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숨은 온정과 미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수녀원에서 맺어진 부녀의 연은 우여곡절 끝에 질기게 이어졌다. 수감된 아버지와 달리 럭키는 파국을 맞지 않고 진탕에서 벗어나 낙원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우주의 모든 기운이 럭키에게 복을 몰아주어 그녀의 험난한 방랑 여행은 해피 엔딩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허나 그녀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버지가 명명한 이름과 전수받은 달란트에 따라 사기와 협잡을 계속 일삼을지.. 생모의 이름을 따라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따를지는 오로지 그녀의 선택에 좌우되리라.
"모두가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어요.
우리가 서로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 혼자가 될 거예요."
럭키가 읊조리는 저 깨달음과 신조를 잊지 않는 한, 그녀는 삶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올바른 방향을 찾아 걸어가리라.
그녀의 선택에 신중함과 현명함이 깃들기를.. 그 앞길에 벅찬 행운이 동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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