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이상하고 신비롭고 환상적인 어느 날 밤 인생그림책 31
볼프 에를브루흐 지음, 김완균 옮김 / 길벗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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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뒤바뀐 아이와 달밤 '산책'을 나간 적이 있나요?


밤이 깊을수록 어린아이 솔의 눈동자는 밝게 피어나요


엄마는 입을 벌린 채 곤히 자고, 아빠는 드르렁 코를 골아요


아이는 뒤척거리다 잠드는 걸 포기하고는 아빠의 긴 코를 잡아 흔들어 깨워요


아빠는 피곤해 뒤척이고 아이를 다독이지만, 아이의 눈길과 발자욱은 이미 밖을 향해 있어요


어쩔 수 있나요? 아빠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곤 뚜벅뚜벅, 밤 산책을 나가요


키다리 가로등 주위는 환하지만 그 바깥은 어둑하고 껌껌해요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는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피고, 여기저기 손짓을 해요


하늘 높이 뜬 둥근 달의 얼굴을 가리는 레드 미키마우스에 놀라고


도로를 횡단하는 거대한 흰 고릴라의 손을 잡고 걸어요

갈라진 도로의 틈을 잇는 강아지 등을 밟고 건너고


토끼와 앨리스가 펼치는 이상한 나라의 서커스를 구경해요


너무 신기해요, 아빠! 저거 보여요? 


하지만 아빠는 유모차 손잡이를 잡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어요


아쉬웠지만 집으로 돌아왔어요 호리병에 갇힌 토끼와 더 놀고 싶었지만 아빠가 너무 피곤해 해서


다음에 놀기로 약속했지요 집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난 눈앞이 흐려지더니 바로 잠이 들었어요


유모차에 탄 채로 말이에요 아빠는 그런 날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고는


서가에서 어느 그림책을 찾아서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읽어 주었답니다.


그 후로 어스름한 새벽에 눈을 뜰 때면 그 일이 떠올라 아빠에게 묻곤 해요


아빠, 오늘 우리 밤 산책 나갈까요?




- 볼프 에를브루흐의 <산책>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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