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셰발 & 페르 발뢰는 장기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을 살려 사실적인 경찰 소설을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당시의 스웨덴 운하와 거리의 모습, 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인물들의 행태를 세밀히 그렸다. 실제 수사 현장과 흡사하게,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초동 수사마저 힘겹기만 하다. 증거는 수집되지 않고 목격자와 제보는 낌새도 없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무수한 시행착오, 일정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멀리 미국 경찰과 인터폴, 내부 동료들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베일에 가려진 용의자는 희미한 실루엣을 그리며 윤곽을 드러낸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완독하기 위해서는 저자들이 의도한 느린 템포에 맞추어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주변 인물들을 직접 찾아 인터뷰를 하고, 범행 현장과 피해자를 찍은 필름 사진들을 관찰하여 특이점을 포착하는 경찰들의 주의 깊고 느린 행보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 서서히 좁히는 수사망에 걸려든 용의자는 예상대로 매력이 넘치고 허점이 보이지 않는, 치밀하고 신중한 자였다. 조심스레 그의 뒤를 쫓고, 미끼를 놓아 함정 수사를 하는 후반의 체포 작전은 형사들의 바닥난 인내심을 시험하며 서서히 긴장도를 높인다. 막판 올가미를 조여 덫에 걸린 늑대의 발을 낚아채는 것처럼.. 본색을 드러낸 살인자를 연행하는 과정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어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실적인 노르딕 누아르를 표방한 '마르틴 베크' 의 첫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두 공동 저자는 이후 대히트한 네 번째 시리즈 <웃는 경관>을 거쳐 마지막 시리즈 <테러리스트>까지.. 총 열 편의 시리즈를 출간하여 경찰 소설의 모범이자 북유럽 미스터리 스릴러의 원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