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노이만의 일생을 짚어가다 보면..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에서 그를 배제한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 폰 노이만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학자들은 그 빛이 바래고 조연으로 물러날 위험이 있다. 놀란 감독은 그 점을 우려했을지 모른다. 후에 그를 주연으로 다룬 영화를 따로 만들자, 고심 끝에 이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역사에 길이 남을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마저도 그를 불세출의 압도적인 천재라 칭했고 경외했다. 그는 유수의 천재들마저 쩔쩔매는 미지의 불확실성을 빠르게 제거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모의 영역을 개척하여 학문의 신영토를 확장시켰다. 저자는 노이만의 개인/가정사를 세밀하게 그리고, 발음 상 특이한 버릇까지 세부 관찰하여 그가 환생하여 곁에 현존하는 것처럼 사실성을 부여했다. 덕분에 이 책은 픽션도 논픽션도 아닌, 소설과 다큐 경계에서 아슬한 줄을 타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폰 노이만은 신을 닮은 천재였지만 냉혹하면서 잔인한 면이 있었다. 그가 지지하고 개발에 기여한 수소 폭탄 '아이비 마이크'는 전 인류의 말살과 지구의 파멸을 앞당길 만한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피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무릇 인간의 고통과 죽음이었다. 대다수의 범인과 달리 한 천재의 죽음은 지극히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었다. 책을 통해 평범한 인간으로 회귀한, 노이만의 말년을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