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편의 단편들 중, <복숭아 코블러>에 눈길이 머무르고 손이 간다. 올리비아는 매력적인 외모의 어머니와 단둘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어머니는 매주 월요일이면 찾아오는 '하느님', 유부남 목사를 위해 '복숭아 코블러'를 정성껏 준비한다. 스위트한 디저트를 매개로 삼아 펼쳐지는 은밀한 불륜과 종교적 타락의 현장이 노골적이면서 생생하다. 올리비아와 함께 흐느적대는 외창 커튼 사이로 다가가 그들의 정사를 엿보는 듯하다. 실로 잔인하게 어머니는 상간남에게는 디저트를 맛보게 하지만, 딸 올리비아에게는 조각 하나 주지 않으려 한다. 어려서부터 달콤함을 경험하면 갈증을 달래려 할 테고, 자라서는 누군가 흘린 그 부스러기나 탐하리라는 명분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어머니 그 자신을 닮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올리비아는 어머니의 말에 굴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뭉개진 코블러를 한 주먹 움켜쥐어 맛을 본다. 이브가 경고를 뿌리치고 금지된 악과를 따먹는 것처럼, 바닥까지 내려가 터부시되는 금기를 깨부순 그녀는 천상의 맛에 취한다. 허나 올리비아는 달큼한 복숭아를 탐했지만, 그것에 도취되어 복숭아 자체에 중독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불운하게도 목사의 집에 과외 선생으로 초빙되어 그 집 아들과 관계를 맺지만, 그녀는 달콤하고 끈적한 코블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았다. 속된 욕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집착하는 어머니와 달리, 그녀는 아름다움과 달콤함의 본질을 추구하고 곁의 이들과 나누며 살겠다고 항변한다. 부조리하고 타락한 이들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따귀를 날리고, 갖은 핍박을 가해도 그녀는 끝내 다른 삶을 살아낼 것이다. 다른 이들이 남긴 부스러기를 탐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어머니를 닮지 않으려 그녀는 분전하고 노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