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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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아이가 있다. 나름의 사정을 가지고 신설 메이센여고에 왔다. 레이는 합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음악 고등학교에서 불합격해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교를 선택한다. 치나츠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가정환경과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다. 사키는 소프트볼 에이스로 소프트볼 강호 고등학교에 추천입학이 결정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시합에서 무리한 시합으로 어깨가 망가져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신설 학교를 택한다. 후미카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전통도 없고, 건물도 새로 지은 곳, 통학시 붐비지 않는 탈 것으로 갈 수 있는 위치에 메이센여고가 있었다. 히카리는 뭐든 잘했다. 최고가 아니라 꽤 잘했다. 1지망 학교가 떨어져 오게 된 학교가 메이센여고다. 


멀찌감치 떨어져 반 아이들과 특별한 교류가 없던 레이는 합창대회 지휘자로 추천받고 이를 수락한다.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던 치나츠를 본 적이 있는 레이는 치나츠를 반주자로 추천한다. 억지로 하게 된 합창대회 연습은, 의욕 없는 아이들과 마음과는 다르게 의욕이 지나쳤던 레이가 어긋나며 불협화음으로 끝나게 된다. 합창대회가 끝나고 마라톤 대회가 있던 날, 부족한 체력으로 지칠 대로 지쳐 힘겨워 하는 레이를 보고 치나츠는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른다. 반 아이들도 이에 동조해 하나 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합창대회 때는 맞지 않았던 마음이 레이를 응원하며 하나로 모아지던 그 순간 기쁨의 노래가 탄생한다. 그 후, 담임이자 음악 담당 선생님인 아사하라는 마라톤 대회에서 불렀던 "아름다운 마돈나"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졸업생 환송 행사 때 축하공연으로 한 번 더 불러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아이들은 마라톤 이후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합창을 준비한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역사도, 특별한 것도 없는 아파트에 둘러싸인 작은 학교였다. 그 학교를 굳이 1지망으로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사 간 집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같은 중학교 출신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몇 정거장을 가면 나오는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입학 첫날, 교실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나만 빼고 서로 아는 듯했다. 그 어색한 공기와 낯섦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같은 반에서는 겉돌다 1학년을 마쳤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생겼는데 모두 다른 반이었다. 다행히 친했던 다른 반 아이와 2학년에 같은 반이 되면서 조금씩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 


나름 축제, 합창대회가 있었지만 성실하지 않았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지금 떠올려보면 추억으로 남는 건, 공부보다 그런 행사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기쁨의 노래는 혼란스러웠고, 조금은 어두웠고, 때때로 즐겨웠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자꾸만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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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1 : 야생으로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1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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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껏 본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 중 으뜸은 장화신은 고양이다. 슈렉에서 상대방을 방심시키기 위해 한껏 지어냈던, 불쌍한 표정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는 어떠한가. 무려 그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싶고,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전사들은 그런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지금까지 본 소설 속 고양이들은 다소 수동적으로 표현되었다.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이 작품은 인간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고양이에게 인간은 그저 두발쟁이일 뿐이다. 


전사들 1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집사를 두고 안락한 생활을 하던 집고양이가 야생성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 먼 곳으로 산책을 갔다 우연히 한 고양이를 만났고, 가뜩이나 마음이 어지러웠던 고양이는 가출해 길고양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길고양이 무리 중 그가 선택한 곳은 우연히 만난 고양이가 속한 곳으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고 무시도 당했지만, 고양이 특유의 본성이 짙어지면서 점점 무리로부터 인정받는 야무진 고양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두발쟁이와 함께 살고 있는 애완 고양이 러스티는 집 밖 울타리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다. 야생에서 쥐는 잡는 꿈을 꾸기도 한다. 친구인 이웃집 애완 고양이 스머지의 만류에도 무서운 야생 고양이가 있다는 숲 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천둥족 훈련병 고양이 그레이포와 싸우게 된다. 곧이어 나타난 천둥족 지도자 블루스타는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겠냐고 러스티에게 제안한다. 러스티는 두발쟁이가 주는 안락한 생활을 벗어나 야생의 고양이가 되기를 결심한다. 


러스티는 천둥족에서 파이어포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고 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훈련병 생활을 시작한다. 애완 고양이는 자신들과 다르다며 텃새를 부리는 고양이들 속에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던 파이어포는 임무 수행 중 늙고 기운 없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종족에게 먼저 먹이를 먹여야 한다'는 전사의 규약을 어기고만다. 옐로팡이라고 하는 그는 그림자족의 전 치료사로 떠돌이 생활 중이었다. 몇 몇 부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루스타는 파이어포에게 옐로팡을 돌보라는 명령을 내린다. 천둥족, 바람족, 강족, 그림자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 영광스럽게도 동행하게된 파이어포는 옐로팡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듣게된다. 평소 옐로팡을 좋지 않게 생각한 전사 타이거클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족에 돌아와 옐로팡에 대한 이야기를 해 종족원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안기고, 하필 블루스타가 그를 포함한 몇 고양이들을 데리고 나간사이 그림자족이 천둥족에 침입해 부지도자를 죽이고 새끼들을 납치해간다. 타이거클로는 마침 없어진 옐로팡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믿을 수 없는 파이어포는 블루스타의 비밀 명령을 받아 친구들과 옐로팡을 찾으러 나선다.


전사들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꽤나 체계적이다. 천둥족, 바람족, 강족, 그림자족이라는 부족이 있다. 그 안에 지도자, 부지도자가 있다. 사냥을 해 먹이를 공급하고, 전투로 종족을 지키는 전사가 있다. 전사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훈련병이 있다. 다치고 아픈 고양이들을 치료하는 치료사가 있고, 한때는 전사였지만 지금은 나이들어 은퇴한 원로들이 있고, 암고양이들과 훈련을 하기에는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 있다. 그들은 영역을 정해놓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를 약속한다. 나름 적이나 공존하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각 종족의 새로운 인물을 탐색하기도 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종족들에게 중요한 일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훈련병을 거쳐 당당하게 전사의 이름을 받은 파이어포. 전사로서의 그의 활약은 아마도 다음권부터 두드러질 것이다. 후궁의 암투 못지않은 고양이들의 암투와 시기 질투가 이번보다 더 크게 파이어포를 위협할 것이다. 고양이가 정말 키보드를 두드릴 줄 안다면, 고양이가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오롯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인 이 글처럼 말이다. 전사의 이름을 받은 파이어하트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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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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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세이는 긴가도 서점의 직원이다. 문고를 담당하고 있다. 그의 일은 매일 들어오는 신간을 정리하고, 팔리지 않는 책을 반품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진열대를 꾸미는 것이다. 그에게는 신간, 구간을 가리지 않고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내는 재능이 있다. 서점의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들을 신뢰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책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긴다. 그로 인해 오랜 시간 자신도 모르게 안식처가 된, 10년간 일하던 긴가도 서점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서점과 서점 직원들, 서점이 입점되어 있는 백화점을 위해.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마치 현실같은 꿈에서 자신에게 앵무새 '선장'을 맡긴 옆집 할아버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게 되고,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은 잇세이는 블로그에서 본,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오후도 서점으로 선장과 함께 간다. 손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행복해하던 오후도 서점 주인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종종 올라오던 글이 멈추자 자신에게처럼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하며 연락한 서점 주인은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으로 잇세이를 부른 서점 주인은 그에게 서점을 맡아달라고 한다. 부담감에 거절하지만, 할아버지와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며 우는 손자 도오루를 보니 어릴 적 자신이 생각난다. 결국, 잇세이는 오후도 서점을 맡기로 한다. 책을 너무 사랑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서점 일밖에 없는 잇세이는 오후도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다. 


전에는 길 곳곳에서 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동네 서점은 바라만 봐도 친근했다. 동네 서점은 어느 날인가 대형서점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으로 인해 자리를 잃어버렸다. 정부는 동네 서점을 위한다는 취지로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을 제한했지만,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서점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일하는 서점 직원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일을 단순히 들어온 책을 진열하고, 물어본 책을 찾고, 계산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좋은 책을 팔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알지 못했다. 서점 직원들이 읽어본 후, '이 책은 꼭 팔고 싶다'라고 생각한 책의 등수를  정한 것이 서점 대상이다. 난 일본의 여러 상 중에 서점 대상을 가장 신뢰한다. 나는 그저 책을 좋아하면서 왜 그들은 순수하게 책이 좋아서 서점에서 일한 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기 위해 택한 직업의 종류라고만 생각했던 걸까.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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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후작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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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코난에게는 못미치지만 어느 정도 홈즈의 팬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한 명의 인물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이번 서평의 주인공 '에놀라 홈즈' 때문이다. 이제껏 홈즈의 가족관계를 굳이 따져보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고위 관리직 형 마이크로프트 뿐인줄 알았는데 여동생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엄마도 알고 계셨단다.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보셨다고. 셜록 홈즈 드라마, 영화를 보고 책은 엄마보다 많이 본 내가 여동생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니. 홈즈팬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어찌 되었건 셜록과 마이크로프트의 여동생 에놀라는 자신에게 일어난 큰 사건 때문에 런던에 있는 오빠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그 일로 에놀라가 탐정으로 가는 첫 발을 내딛는다. 에놀라에게 생긴 사건은 바로 엄마의 실종이었다. 남겨진 생일 선물만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증표였다. 엄마가 평소에 들리던 곳에 탐문도 해봤지만 엄마의 행방은 알지 못했고, 기껏 집까지 온 오빠들은 엄마의 험담을 하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유명한 잘나신 탐정 셜록 홈즈와 영국정부의 숨은 실세 마이크로프트 홈즈께서 말이다. 큰 오빠는 찾아 달라는 엄마는 뒷전이고 에놀라를 기숙학교에 보낼 생각만 하니 엄마를 닮아 자유로운 영혼인 에놀라는 얌전히 오빠 말을 따르는 대신 가출을 감행한다. 생일선물의 단서를 토대로 엄마가 집안 곳곳에 숨겨놓은 돈을 찾고, 수색에 혼란을 주려 엄마의 옷장에서 미망인의 옷인 검은색을 꺼내 입고, 자신보다 나이 든 여성으로 변장하고 일부로 오빠들이 사는 런던으로 향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귀족 남자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셜록과 에놀라는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다. 셜록 홈즈는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관찰한 것을 추리한다면, 에놀라 홈즈는 체험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도 지극히 여성적인 방법으로. 같은 시대라도 신사복을 입는 남성과 여러 보정기구를 옷 안에 입는 여성은 다르다. 에놀라는 이 보정기구를 이용해 여러 위기를 넘긴다. 요즘으로 예를 들자면, 엉덩이나 가슴에 볼륨을 주기 위해 입는 보정 속옷 사이에 틈을 내어 그 안에 귀중품을 숨기고 스키니진같이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이 아니라 배기바지 혹은 와이드 팬츠를 입는다던지. 헐렁한 핏의 티의 입는다던지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전이고 더구나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예의를 차렸다. 함부로 여자의 옷을 들추지 않기에 사용할 수 있는 에놀라 최선의 방법이었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그 당시 여성들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기뿐 아니라 목숨마저 위협받으며 감수해야 하는 몸매 교정을 여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그 안에서 자유롭고자 했던 에놀라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를 찾아 오빠에게서 도망친 에놀라. 잘난 오빠들의 여동생이 아닌 당당한 한 명의 사람으로, 여성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고민하며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넓은 의미로는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 같이 논리와 지식으로 사건 자체를 해결하기보다는 엄마를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총명함과 자유로의 갈망이 한데 어우러진 소녀의 성장 모험 소설 같았다. 물론, 중간중간 나오는 암호해독은 마치 탈출게임 책의 그것과 닮아 재미있었다. 이번권  번째 사건은 에놀라의 탐정 데뷔 전이다. 총 6권으로 앞으로 몇 개의 사건을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탐정 같아지는 에놀라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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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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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우기는 싫고, 고양이를 보는 것은 좋다. 내가 날 돌보는 것도 힘겨운 나로서는 아무리 작더라도 다른 생명을 감당할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 무책임한 인간이 되고 싶지않아 나는 랜선집사를 택했다. 고양이 사진, 동영상도 좋지만 고양이를 주제로 쓴 책도 좋아한다. 이 책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은 아니지만,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가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고양이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다. 


책 표지의 토실토실한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토실을 넘어서다 못해 초고도비만으로 보이는 고양이는 작가와 작가가 살고 있는 옆집에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다. 시마짱이라고 부르는 이 고양이는 여기저기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몇 캔을 먹어치우고도 옆집에 가서 또 얻어먹으니 살이 찔 수 밖에 없다. 낯가림이 심하고 독점욕이 강해 다른 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는 꼴을 못보는 작가네 고양이 시이를 피해 시마짱은 밥을 먹고 유유히 사라진다. 애교 한 점 없는 퉁명스러운 고양이에게 먹이를 바치느라 작가는 온라인 펫샵 VIP까지 되었다. 시마짱과 시이, 부모님 집에 있는 고양이, 옆집 고양이까지 작가가 아는 고양이를 전부 책 안에 옮겼다. 


고양이 얘기 뿐 아니라 작가의 천적 모기도 등장한다. 모기를 너무 싫어해서 멸종을 바랄 정도다. 누군가의 피를 빨 수 밖에 없는 모기의 고충을 이해는 하나 싫은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 작가와 모기가 치루는 전쟁이 웃기면서 내 얘기인 것 같아 공감되었다. 작가 친구의 정보에 의하면 감지하는 센서가 등에 있어, 모기를 잡을 때에는 머리 쪽에서 접근해야 승리할 확률이 높단다. 그럴 일 조차 없는게 가장 좋지만, 나도 그녀석과 전쟁을 치루게 된다면 꼭 이 방법을 써볼 것이다. 


몇 년전, 살고 있는 아파트 게시판에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공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추운날 따스함을 원하는 길고양이들이 막 주차한 차 본닛 위에 올라가 그 열기를 느꼈는데, 고양이가 올라가면서 차가 여기저기 긁혔는지 차 주인들의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밥을 주는 사람이 없으면 단지 자체에 오지 않을테니 단지 내 주차장으로 향하는 고양이의 발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파트 안을 지나다니는 고양이가 보이고, 차를 주차하다 새끼 고양이 몇 마리를 목격했다는 아버지의 증언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고양이에게 이 아파트가 살만한 터전인가보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는 동물농장에서 모아놓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연이어 보는 듯 했다. 때론 귀엽고, 웃기고, 슬프고,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에세이를 즐겨보는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고양이와 얽혀있어서인지 재미있었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하기를. 그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이들도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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