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카페
모치즈키 마이 지음, 김난주 옮김, 사쿠라다 치히로 일러스트 / 멜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달만이 환히 밝히는 밤. 매일 지나가던 길임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카페가 갑자기 등장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나보다 큰 고양이가 주인인 카페라면. 듣기만 해도 좋은 이 카페는 보름달 카페다.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손님을 맞고 사라지는 마법의 카페.



아름답고 잔잔한 밤 그림 위에 식욕을 돋우는 음식 그림과 글이 있다. 사계절을 담고 있는 네 개의 짧은 이야기다.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무척 짧아 SNS 게시물을 모아 놓은 것 같기도 아주 오래간만에 쓰는 일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손님이 등장하며 고민 있는 손님이 우연히 카페를 발견하고 방문한다. 주문은 받지 않는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카페 주인인 큰 고양이는 손님에게 필요한 음식을 만들어준다.



별이 뿌려지고 달이 비치는 듯한 아름다운 커피, 수정 아이스크림, 동그란 버터를 올린 핫케이크, 밤하늘을 담은 맥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와플, 솜사탕 아이스크림과 스콘 등 실제로 있는 음식과 신비한 음료의 조합으로 손님에게 제공된다. 아는 맛에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맛이 더해져 무슨 맛일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카페 주인이 방문한 소녀의 아빠보다 큰 고양이라는 부분이 일단 너무 좋았다. 거대한 고양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 아닌가. 행복 때문에 흥분으로 주인이 카페에 있기만 해도 카페 온도가 10도는 올라갈 것만 같다. 더구나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이동식 카페라 마법 같아 신비하다. 어떤 것을 줄까 나오기 전까지 궁금할 테니 음식이 나오는 간격이 주는 설렘이 좋다. 네 가지 이야기가 읽다 보면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약간은 슬프지만 그것 또한 이어져있어 좋다. 가장 좋은 점은 복잡한 이야기에 지쳐 쉬고 싶을 때의 쉼터로 딱 좋다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의 장르 글쓰기 특강 - 소설·웹툰·영화·드라마, 어디에나 통하는 작법의 기술
김선민 외 지음 / 와이즈맵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글 쓰는 방법과 함께 혹독한 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고, 고통 속에서 쓴 글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다면 작가들이 지망생을 위해 어렵게 꺼냈을 실패담을 주의 깊게 보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도 글 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제 시작하려는 사람은 오죽 막막할까. 시작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각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첫걸음 떼는 방법부터 알려준다.



웹소설 형식의 판타지와 무협, SF, 호러, 미스터리, 팩션, 로맨스의 장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우선, 네가 쓰고 싶어 하는 분야의 잘 쓴 책부터 읽으라고. 참고가 될 만한 책 추천도 잊지 않는다. 웹소설이라면 쓰고자 하는 분야의 상위 랭킹에 속한 작품을 본다. 각 장르마다 꼭 지켜야 할 것 같은 지침이 있다. 호러는 일어날 수 있을 법 한 일상 속의 공포가 가장 무섭다는 것. 탐정 캐릭터를 만들 때는 완벽하기 보다 조금은 허술한 사람 냄새나게 설정할 것. 로맨스는 남녀가 만나 주고받는 대화, 섬세한 감정과 행동 묘사가 필수라는 것 등이다.



나는 특히 웹소설 작법을 다룬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다. 웹소설을 생각하면서도 종이책 쓰듯 쓰고 정해진 분량에 맞게 자르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종이책과는 결이 달라 쓰는 방법도 다른데 이 점을 생각하지 않은 채 쓰면 독자에게 외면받기 쉽다고. 시작 전에 이 책을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망하는 지름길로 가려던 나를 시작부터 바른길로 이끌어준 듯한 느낌이었달까. 가장 상업적이며 독자의 접근이 쉬운 특성상 독자의 성향 파악은 필수다. 웹소설 플랫폼에 따라 연재 방식, 수익구조, 독자의 취향이 각각 달라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소재 찾기, 캐릭터 만들기, 한 화당 어떤 구성을 해야 하는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 넘쳐 난다. 유익하면서 재미까지 있는 책이다. 장르소설은 재미라더니 글쓰기 책마저 재미있게 쓰는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러블 여행사 1 - 신비한 사막 과일 찾기 투어 트러블 여행사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고마쓰 신야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교 후, 목이 너무 말랐던 다이고는 냉장고에서 처음 보는 주스를 꺼내 남김없이 마신다. 가족이 함께 마실 거라며 먹지 말라고 써 놓은 엄마의 편지는 뒤늦게 발견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2살 위 누나의 반응이다. 다이고는 빈 병을 들고 음료를 팔 만한 장소를 돌아다녔다. 많은 곳을 들렸지만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상한 포스터가 잔뜩 붙은 수상한 여행사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부엉이를 좇아 들어간 곳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트러블 여행사로 부엉이와 닮은 사장과 부엉이 직원을 둔 이상한 곳이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다이고는 곧 사장이 편해졌고 자신이 처한 문제를 털어놓는다. 그러자 사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여행을 권한다. 다이고는 얼결에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주스 제작에 필요한 과일을 구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사막에서 희미한 정신을 차린 다이고는 말하는 사막 소쩍새 투아를 만난다. 자신을 트러블 여행사의 직원이라고 소개한 투아는 여행의 가이드로 다이고와 동행한다. 목이 말라 쓰러져 갈 때 소금 카라반의 대장이 다이고를 구해준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없던 다이고지만, 곧 자신이 집에서 갈고닦았던 요리를 선보이면서 다른 세계에서 온 탐색자이자 소금 카라반의 요리사로 제 몫을 해나간다.



누나의 분노가 무서워 주스를 사고자 했던 소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상한 여행사에 들어가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 말하는 소쩍새를 비롯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곳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도 경험한다. 나이 상관없이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카라반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선보이며 요리사로 자리 잡는다. 도구의 도움이 있었지만 빠른 판단력과 재빠른 행동으로 친구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한다. 동기는 단순했던 여행이 다이고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여행이라니 사기 같지만 매력적이다. 문제 해결 외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더 끌린다. 더구나 꽤 오랜 기한의 여행이 현실 세계의 시간으로는 단 몇 분이라니 여행을 준비하고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좋다. 문제 해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으니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마음에 든다. 여행 후,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긴다면 주기적으로 찾고 싶을 것만 같은 수상하고 이상한데 문제 해결만큼은 확실한 여행사. 나도 트러블 여행사에 가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의 왕 : 탑의 소녀 나르만 연대기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떠돌이 소년 하룬은 설탕 도둑으로 오해받아 우물에 던져진다. 정신을 잃고 깨어난 후 우물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던 중,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길을 따라간 곳에는 탑이 있었다. 위로 올라 간, 탑의 계단 끝 문에는 호화롭게 꾸며진 방과 혼자 있는 이름 없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감금되어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가끔 누군가가 오면 자신의 피를 빼앗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룬은 소녀의 이름을 '파라'라고 지어주고, 그녀가 궁금해하는 바깥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파라를 그곳에 둘 수 없었던 하룬은 파라와 탑 밖으로 탈출한다.



파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하륜은 자신들이 '붉은 전갈호'라는 날개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장 아반자는 하륜이 동경하는 번개 사냥꾼이다. 아반자는 도망친 노예라 거짓말하고, 도망쳐 온 나르만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배워 일을 할 수 있는, 무엇보다 노예가 없는 곳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파라는 배를 고치러 들른 곳에서 무녀의 피가 흐르는 소야를 만난다. 소야는 파라의 발목에 채워진, 미처 풀지 못한 족쇄가 파라를 봉인하고 있으며 곧 추격자가 붙을 것 같다고 한다. 파라는 소야에게 기척을 조금이나마 숨겨준다는 목걸이와 새가 들어있는 새장을 받는다. 수리가 끝난 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붉은 전갈호를 마족들이 연달아 습격한다. 그들은 파라를 노렸고, 소야가 건네준 새로 위기를 넘긴다. 마족과 대면하게 된 파라는 그에게 엄청난 일을 듣게 된다.



히로시마 레이코는 '십 년 가게', '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 '혼령 장수'로 알게 된 작가다. 일상에 마법과 요괴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그의 책들이 참 좋았다. 평소와는 다르다는 말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재미는 변함없었지만 일상과 닿아있던 판타지가 정말 판타지 같아졌다. 여러 형태를 가진 마족이 존재한다. 마족들의 왕이 존재한다. 날아다니는 배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기술이 존재한다. 인간으로 변하는 벌레가 존재한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새로운 목적이 생긴 소녀가 존재한다. 소녀와 소녀를 자유롭게 한 소년과 든든한 그들의 조력자 아반자, 모티마가 그려낼 여정이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 년 가게 4 -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십 년 가게 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 년 가게'는 가게 이름이자 마법사의 이름이다. 간절하게 물건 보관을 원하는 사람의 앞에 나타난다. 최장 보관 기간은 십 년. 물론, 그전에 찾아가도 된다. 어떤 것이든 처음 맡겼던 상태 그대로 보관이 가능하다. 시간 마법이기 때문에 보관의 대가는 손님의 시간, 수명이다. 창고처럼 물건이 잔뜩 쌓인 가게에 들어서면 요리와 제빵이 특기인 귀여운 고양이 집사 카라시가 손님을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맞이한다.



전 재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타바는 포도주만큼은 구하고 싶은 마음에 십 년 가게의 문을 연다. 바텐더 코보는 장사가 안 되던 시절,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어 가게가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단골 유라씨가 최근 오지 않아 걱정이었다. 가게에 온 유라씨의 지인으로부터 그녀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포도주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십 년 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십 년 가게는 물건을 보관하지만, 인수 기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은 물건들을 팔기도 한다.



타바는 자신의 포도주를 찾아간 후, 돈을 벌 욕심으로 맛은 무척 좋지만 빨리 변한다는 장인의 포도주를 모아 십 년 가게에 보관했었다. 하지만 십 년이 되기 전에 사망했고, 타바의 아들은 인수를 포기했기에 코보는 십 년 가게에서 유라씨가 좋아한다는 포도주를 구할 수 있었다. 유라씨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2년의 수명으로 포도주를 교환한 코보는 그녀를 찾아가지만, 유라씨는 되려 코보씨를 질책하며 그를 데리고 십 년 가게에 가서 반품을 요청한다.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나무가 있다. 할아버지가 키나에게 물려준, 둘이 함께 나무 위에 작은 집도 지은 무척 소중한 나무다. 못된 짓을 멈추지 않는 옆집 사람들이 이사 온 뒤로 키나네 식구는 무척 곤란해졌다. 더 난감한 것은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사람도 없는 키나네 정원에 마음대로 들어와 논 것도 어이가 없는데, 놀다가 다친 아이의 책임까지 지라며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심지어 싸우고 싶지 않던 부모는 그러겠다 약속까지 한다. 절대로 나무를 벨 수 없었던 키나는 간절히 기도했고, 십 년 가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사리는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다.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해도 입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다. 어느 날 밤에 집 밖으로 나온 사리는 옷을 입은 채 물속에서 나오는 마미 언니와 마주친다. 서로 본 것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지만 사리는 또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지켜보겠다는 마미 언니가 무서웠고, 밤 산책을 들키는 것도 무서워 이 비밀을 누군가가 간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십 년 가게는 사리의 비밀을 보관해 주었다.



시프는 병원에서 눈 뜨기 전 기억이 없다. 쭉 함께 있어준 사람은 친구 젠이다. 길을 가다 열쇠란 단어를 듣고 기억이 날 듯하며 머리가 아파졌다. 갑자기 나타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십 년 가게'에 맡긴 열쇠는 찾았지만, 쓰임새를 알지 못한 시프에게 기쁜 일이 생긴다. 열쇠를 만든 봉인 마법사 '포'가 가게에 방문한 것이다. 포는 기억 역시 봉인이라며 시프의 기억을 되돌려준다.



'물건'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나 보다. 생명이 있는 나무, 비밀까지 물건의 범위에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짐작하는 것과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은 다르다. 사고의 유연성 문제다. "당신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 드리겠습니다.'에 주목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그 간절함을 놓치고 말았다. 괜히 분한 기분까지 들었다.



짐작을 못했는데 반전까지 있는 사건이 연이어 나와 흥미롭다. 마치 일상 미스터리를 보는 듯했다. 더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조끼를 입고 무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직접 만든 차, 과자, 요리를 대접하다니. 다시 만드는 마법사 트루의 이야기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십 년 가게를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 집사 카라시였다. 생각보다 등장 분량이 적어 아쉽지만 카라시로 꽉 채워진 책을 언젠가는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