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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1 : 야생으로 ㅣ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1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12월
평점 :
내가 이제껏 본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 중 으뜸은 장화신은 고양이다. 슈렉에서 상대방을 방심시키기 위해 한껏 지어냈던, 불쌍한 표정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는 어떠한가. 무려 그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싶고,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전사들은 그런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지금까지 본 소설 속 고양이들은 다소 수동적으로 표현되었다.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이 작품은 인간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고양이에게 인간은 그저 두발쟁이일 뿐이다.
전사들 1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집사를 두고 안락한 생활을 하던 집고양이가 야생성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 먼 곳으로 산책을 갔다 우연히 한 고양이를 만났고, 가뜩이나 마음이 어지러웠던 고양이는 가출해 길고양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길고양이 무리 중 그가 선택한 곳은 우연히 만난 고양이가 속한 곳으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고 무시도 당했지만, 고양이 특유의 본성이 짙어지면서 점점 무리로부터 인정받는 야무진 고양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두발쟁이와 함께 살고 있는 애완 고양이 러스티는 집 밖 울타리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다. 야생에서 쥐는 잡는 꿈을 꾸기도 한다. 친구인 이웃집 애완 고양이 스머지의 만류에도 무서운 야생 고양이가 있다는 숲 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천둥족 훈련병 고양이 그레이포와 싸우게 된다. 곧이어 나타난 천둥족 지도자 블루스타는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겠냐고 러스티에게 제안한다. 러스티는 두발쟁이가 주는 안락한 생활을 벗어나 야생의 고양이가 되기를 결심한다.
러스티는 천둥족에서 파이어포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고 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훈련병 생활을 시작한다. 애완 고양이는 자신들과 다르다며 텃새를 부리는 고양이들 속에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던 파이어포는 임무 수행 중 늙고 기운 없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종족에게 먼저 먹이를 먹여야 한다'는 전사의 규약을 어기고만다. 옐로팡이라고 하는 그는 그림자족의 전 치료사로 떠돌이 생활 중이었다. 몇 몇 부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루스타는 파이어포에게 옐로팡을 돌보라는 명령을 내린다. 천둥족, 바람족, 강족, 그림자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 영광스럽게도 동행하게된 파이어포는 옐로팡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듣게된다. 평소 옐로팡을 좋지 않게 생각한 전사 타이거클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족에 돌아와 옐로팡에 대한 이야기를 해 종족원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안기고, 하필 블루스타가 그를 포함한 몇 고양이들을 데리고 나간사이 그림자족이 천둥족에 침입해 부지도자를 죽이고 새끼들을 납치해간다. 타이거클로는 마침 없어진 옐로팡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믿을 수 없는 파이어포는 블루스타의 비밀 명령을 받아 친구들과 옐로팡을 찾으러 나선다.
전사들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꽤나 체계적이다. 천둥족, 바람족, 강족, 그림자족이라는 부족이 있다. 그 안에 지도자, 부지도자가 있다. 사냥을 해 먹이를 공급하고, 전투로 종족을 지키는 전사가 있다. 전사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훈련병이 있다. 다치고 아픈 고양이들을 치료하는 치료사가 있고, 한때는 전사였지만 지금은 나이들어 은퇴한 원로들이 있고, 암고양이들과 훈련을 하기에는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 있다. 그들은 영역을 정해놓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를 약속한다. 나름 적이나 공존하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각 종족의 새로운 인물을 탐색하기도 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종족들에게 중요한 일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훈련병을 거쳐 당당하게 전사의 이름을 받은 파이어포. 전사로서의 그의 활약은 아마도 다음권부터 두드러질 것이다. 후궁의 암투 못지않은 고양이들의 암투와 시기 질투가 이번보다 더 크게 파이어포를 위협할 것이다. 고양이가 정말 키보드를 두드릴 줄 안다면, 고양이가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오롯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인 이 글처럼 말이다. 전사의 이름을 받은 파이어하트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