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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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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따뜻한 색채로 표현된 위태위태한 분위기와 강렬한 첫문장 “내가 서둘러 죽기로 결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수미, “ 은 나의 호기심을 동하게 했던 문장이었다.
안락사가 인간적인 죽음일까. 긴 병에 장사 없고 효자 없다고, 보호자도 내심 가족의 죽음을 안도하며 받아들이게 될까. 노견돌봄센터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개들의 삶과 생전 아끼던 비녀를 들고 요양원에 들어간 전수영의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자마자 머리카락을 깎이는 아이러니와 겹쳐지면서 인간적인 삶과 죽음은 무엇일지, 안락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던 작품이었다.
또한 한 개의 보호자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가 폭행을 일삼아 요양원에서 거부당해 집에서 아버지를 모셔야해서 개를 돌봄센터에 맡기게 된다.
결국 아버지 삶의 마지막에는 딸과 아버지가 철천지 원수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나의 죽음과 나와 가까운 이의 죽음에 대해 쉬쉬할 것만이 아니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전수미는 요양원에서 일하며 두 노인이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작가는 전수미가 한 일의 동기나 내막 같은 건 분명하게 서술하지 않았다.
초반에 전수미가 벌이는 일들이 너무 이해가 안되서 지능이 낮은가 할정도로 생각할 정도였다. 작가는 전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그리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간 캠핑에서 전수영이 저지른 일을 감추어주느라 텐트에 일부러 불을 지르는 전수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에피소드는 왜 넣었을까. 전수영의 ‘전수미’같은
“인간은 어떻게든 다른 인간에게 지옥을 선물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116쪽)를 대변하는 에피소드였다고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전수미가 주변인물들을 왜 괴롭혔는지,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삶에 대해 이해할 만한 지면을 좀더 할애해줬으면 어땠을까?
주인공 엄마의 말마따나 그저 전수미는 사이코패스네, 그래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사람들이 많지, 싶다가도. 그래서 작가는 ‘전수미’같은 이들을 이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전수미’를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걸까 싶기도 했다.
반나절 정도면 다 읽을만큼 가독성 좋고, 그리 길지 않은 ‘재밌는’ 장편 소설에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았고 이야기로 잘 녹여냈다.
동시대의 한국작가의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공감하고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몇년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꼼짝못하시는 아버지를 간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생했던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상은 부모를 내가 돌봐드리고 싶은 생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경제력이 없으면 닥치는 문제들이 많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겪을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준 좋은 작품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