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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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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사의 물방울서평단 자격으로 도서지원받아 쓴 서평입니다 >
이 작품은 시인 서윤후님의 일기를 추려서 낸 세번째 산문집이다.
시는 멀리서 보았을 때 꼭 눈금 같아서, 어떤 시절을 재고, 일정하지 않은 간격이나 측정 불가능한 거리로 멀어진다. (p.98)
시는 어렵다. 입시 때문에 배운 시는 차라리 쉬웠다 싶게 사는 동안 읽는 시는 어렵다. 왜 시가 그리 어려운것일까. 그것은 아마 시인의 눈이 보는 것을 나는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 생각한다. 이런 시를 대하는 태도가 이 ‘쓰기 일기’라는 시인의 일기장을 찬찬히 읽다보면 조금 다듬어지는데,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표현으로 세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아닐까.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일기가 섞인, 그러나 계절과 시간의 흐름은 맞게 쓰인 ‘쓰기 일기’는 시인으로서의 고민과 통찰, 사회 구성원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 한 개인의 맞은편에 대한 태도 등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을 수 있다. ‘적확하다’는 게 이런 거겠지 싶은 문장들도 많다. 너무. 그래서 일기지만 쉽게 쓰인 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쉽게 읽어도 될까 조심스러워지기도 했다.
시들이 곁에 남는다.
깃발처럼 마구 휘날리면서, 흔들리면서. 함께 흔들리면 더 오래 멈춰 있는 느낌이 든다. 그 착시가 빚은 풍경 속에서 넘어진 것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한다. (p.70)
시가 나와 함께 흔들려주는 중에도 나는 마치 이제는 멈춘 듯 안정과 위로를 시에서, 문장에서, 행간에서 느끼기까지, 시인이 보낸 시간을 곰곰 생각해본다.
완성할 수 없는 한 문장, “온기가 단념하지 않도록”(p.212).
온기가 단념하지 않도록, 내내.
쓰는, 행간에도 쓰는 그 손이, 마음이 내내 따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