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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0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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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뒤라스는 아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새로운 작품이 올해 4월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오게 됬다. 그때 구매해놓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실제로는 1955년도에 나온 작품이다. 뒤라스가 1943년부터 작품을 썼기 때문에 비교적 뒤라스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있을 것이다. 뒤라스의 작품은 초기, 중기, 후기 로 나뉜다. 그 만큼 시기마다 뒤라스의 글쓰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버찌가 나오기 두달 전 봄날이라는 설정으로 시작이 된다. 동네 공원 벤치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와 20대 초반의 여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이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대화로 이뤄져 있다보니 마치 희곡으로 느껴진다. 희곡과 소설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장르라고 하겠다. 실제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어느날 라디오에서 <동네공원> 방송극을 듣고 뒤라스에게 메모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구성을 3장을 나눈 것이 여자가 아이의 보모였는데, 그 아이가 각장의 시작부분에서 - 1장에는 '배고파' ,2장에서는 '목말라', 3장에서는 '피곤해'라는 말을 할 뿐, 왜 이렇게 3장을 구분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속 중년의 남자는 집도 없이 홀로 판매하는 상품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 딸랑들로 이 지역 저 지역을 떠돌며 잡동산이를 판매하며 살고 있다. 수많은 불행을 겪은 경험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날 그날 일상의 소확행을 느끼며 사는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품속 젊은 여성은 어느 집의 하녀? 같은 일을 하는 듯하다. 그 집의 어린 아이를 돌봐야하고, 90키로가 넘는 치메 노인까지 돌보며 하루하루를 고된 노동으로 시달리고 있다. 자기의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가난한 삶에 벗어 나기 위해서는 결혼할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댄스 클럽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고난의 탈출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둘의 부조화 적인 만남이 어느 동네의 공원 한 벤치에 함께 앉게 되면서 대화가 시작된다. 대화 속에는 이들의 고된 삶, 욕망, 희망, 불행, 공허함과 삶에 권태 같은 것들이 건조하지만 흡입력 있게 표현 되고 있다.
아까 이 작품이 1955년에 나왔다고 했는데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89년에 뒤라스는 '1989년 겨울'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소설의 맨앞에 추가 한다.
" 그들은 가종부들, 파리 역들에 하차한 수천 명의 브리타뉴 여자들이었다. 또 그들은 시골의 작은 장터를 도는 행상들, 실과 바늘 같은 것을 파는 세일즈맨들이기도 했다. 사망 증명서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보지 못한 - 수백만 명에 이르는 - 사람들. 그들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살아남는 것. 곧 굶어 죽지 않는 것과 매일 저녁 지붕있는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글을 참고 해보면 당시에 하루하루 벌어먹던 남자는 세일즈맨, 여자는 프랑스의 북서부 지방에 있던 가난한 브리타뉴 여성들중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 영어보모를 목적으로 필리핀 여성들을 입국시켰는데, 아마 이렇게 값싼 비용으로 집안의 모든일을 맡길 하녀일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작품은 두 사람의 오고가는 삶에 대한 대화 뿐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이 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세계 전쟁이 끝난 후 수많은 실업자들과 청년들의 공허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뭔가 삶에 대한 해탈을 느낄 수 있는 조언들과 아직은 어린 나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오로지 결혼이라는 것으로 결부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봄날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동네 공원의 한 귀퉁이 벤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소설적이면서도 소설적이지 않고,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짧은 작품이었지만 묵직한 질문을 받았던 소설이었다. 역시 뒤라스는 최고의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