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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를 좋아한다. 벌써 <마음>, <인간실격>, <금각사> 그리고 <만엔 원년의 풋볼>까지 네 권을 읽었다. 평소에 일문학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도 이 시리즈는 찾아 읽게 된다. 작품 해설이 훌륭하기도 하고, 책 선정 자체가 워낙 탁월하다고 생각해서 일문학을 찾아 읽지는 않더라도 이 정도는 읽어보자 식의 다짐으로 일문학선집 시리즈를 읽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읽은 <만엔 원년의 풋볼>은 내가 읽은 네 권의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자 가장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책이었다. 오에 겐자부로가 다루는 패전 후 일본인들이 느꼈던 소속감과 비소속감, 우월감의 박탈, 공허함, 그리고 그로 인한 일련의 폭력과 실존에 대한 고민까지 어느 하나 인상 깊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만엔 원년은 에도막부 말기의 1860년을 의미한고, 풋볼팀은 다카시가 조직한 풋볼팀을 가장한 봉기 단체를 가리킨다. 책은 중반부까지만 해도 다소 지루하게 흘러간다. 흉한 얼굴로 태어나 그 얼굴 때문에 돌까지 맞아 시력을 잃게 된 주인공 마쓰사부로와 스스로가 일본인의 영웅이라 믿는 동생 다카시를 위주로 흘러가는 서사는 그저 ‘조금 지루하고도 평범한 일문학’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런 서사 아래에는 수치심, 패전 후의 공허함, 부족함 때문에 생기는 비소속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소설은 두 가지의 사건이 중첩되며 전개된다. 하나는 마쓰사부로의 증조할아버지의 동생이 만엔 원년에 일으킨 농민 봉기고, 다른 하나는 다카시가 조상의 봉기를 모방해 풋볼팀을 이끌고 조선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습격하는 것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두 사건을 중첩시키며 여러 의문을 던진다. 풋볼팀의 행위가 옳은가? 그렇다면 옳다고 믿었던 만엔 원년에 일어났던 농민봉기는? 의심치 않았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패전 후 깨진 상황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의 옳고 그름에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다카시의 고백과 함께 패전 후의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소설은 절정을 맞이한다.
독자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중첩된 구조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의 매력이라 익히 들었고, 실제로 나도 이 내용이나 내용 아래 것들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징용으로 끌려왔다가 자리 잡은 조선인들을 타자로 간주하고 공격하려는 마음, 백치라고 믿었던 여동생이 사실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한 다카시가 느낀 수치심, 자신의 동생의 아이를 가진 아내와 계속 살아가기로 한 마쓰사부로의 결심 등 짐작은 가지만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너무 많은 소설이다. 그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식의 지레짐작과 함께 책을 덮었다. 이런 얕은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조금 더 읽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