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나비들 아트사이언스
벤 로더리 지음, 이한음 옮김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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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동물들>과 같은 작가의 책, <놀라운 나비들>은 작가인 벤 로더리가 단순히 동물 뿐 아니라 모든 생물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곤충 관련 책은 곤충 중 하나인 나비를 다루고, 이렇게 나비와 나방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은 처음 봤다. 또, 나비와 나방에 대해서만 쓰고 그려면서 이렇게 두껍고 큰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잘 모르는 나비 세상을 관찰하는 기분이다.

나비 성체의 수명이 아주 짧고, 그 수명이 짧기 때문에 날개가 있다는 비밀은 아주 흥미로웠다. 나는 단순하게 '나비는 날개가 있으니까 날아다니지'하고 말았는데, 시실 그 날개가 곧 짧은 수명 중 짝을 찾고, 번식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발달한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사실 아닐까? 그 외에도 이 책은 나비들의 한살이에 관해 다양한 비밀을 가득 품고 있어서 '봄에는 꽃이 피고 꽃이 피니까 나비가 날아다니지' 식의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나비에 대해 더 자세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체 책을 통틀어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주황갈구리 나비의 모습이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주황갈구리나비를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날개부터 더듬이, 털까지 그림이 너무 실감나서 실제로 나비를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개 나비들은 아주 조그마해서 이렇게 자세히 보기도 힘든데, 작가가 꼼꼼하고 상세하게 그리고 칠한 덕에 작은 나비들의 더 작은 날개와 몸통까지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다.

내가 살면서 인지하고 본 나비, 나방은 배추흰나비와 이름 모를 노랑나비 뿐인데, 한 권으로 이렇게 많은 나비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저자는 나비들이 인간이 가하는 위협과 환경 변화에 직면해 변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 암시했다. 물론 개체수 감소 같은 부정적인 변화도 포함이다. 나비를 돕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정원, 꽃 가꾸기를 제시하며 저자는 책을 끝낸다. 나비를 사랑하는 사람답다고 생각했다. 나비를 무서워하지만 않으면 다양한 지식도 얻고 다채로운 나비 그림도 구경할 수 있으니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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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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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야구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허무맹랑한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중요하고 고민스러운 질문이다. 특히 나처럼 야구를 좋아하고 시즌 중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는 사람의 경우엔 야구가 일상의 일부여서 야구 없는 세상은 꿈꿀 수도 없다. 기존과는 색다른 소설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1985년 한신 타이거스의 일본 시리즈 우승 후 일본 야구가 사라졌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야구가 없는 세계를 그린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이게 야구 이야기가 맞나' 싶어서 헷갈리고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책 말미에 적힌 해제, 즉 야구와 무관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야구라는 지점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일곱 편의 단편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읽고 난 뒤에는 책을 읽기가 수월했고, 종종 웃음 지으며 책이 선사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야구의 존재가 당연한 일본의 작가가 쓴 글이어서일까, 몇몇 단편은 야구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 또 다른 몇몇 단편은 야구와 아주 무관해 보이면서도 그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또 야구와 관련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프카의 글을 읽으며 카프카가 백업 포수였다고 믿는 노인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아무리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이렇게 기발한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또 그 생각이 얼마나 웃긴지 놀라웠다. 단편들이 나에게는 너무 새로워서 책을 덮은 지금에도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이해하고, 웃고 싶다. 다시 읽을 책 일순위에 등극했다.

절판된 뒤 이 책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중고책방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운 좋게 2017년 발간된 3번째 개정판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고, 책을 다 읽은 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그렇게나 찾아 다녔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당당하게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중 한 권으로 자리잡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아마 일본 문학답지 않은, 아니 기존의 문학 같지 않은 일문학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이 책이 독자들의 시선을 끈 것 같다. 한두 명의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는 단편집, 장편소설 대신 하나의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미 요소를 담은 새로운 일문학은 나에게도 새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라는 소재 덕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에 적혀있듯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야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야구팬이라면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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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특공대 출동! - GO GREEN! 아트사이언스
리즈 고걸리 지음, 미겔 산체스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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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부쩍 환경에 관심이 많아져서 그런가 환경에 관련된 여러 기사와 책을 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현상황이 아주 부정적임을 강조하지만 괜찮은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또 어떤 기사는 이론이나 원리에 너무 치중해 있어서 비전문가인 입장에서 읽기 어려웠다. <친환경 특공대 출동!>은 어린이를 위한 환경책이기도 하지만,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그동안 몰라서, 어려워서 잘 실천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여러 재활용 방법, 쓰레기 처리 방법, 그리고 이런 방법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좋은 수준으로 잘 설명했다.

목차는 위와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내용들이 적절한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생일파티와 같은 우리 삶 속 일상적이면서도 즐거운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런 쓰레기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귀여운 삽화와 삽화 곳곳에 붙은 안내로 설명한다. 그리고 난 뒤에는 재활용, 새활용, 친환경에 조금 더 집중해 우리 생활 속에서 올바르게 재활용하고 새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책 말미에는 환경 지킴이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 에너지, 물, 대기 등까지 두루 언급한다.

내가 환경을 아끼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뒤 만난 첫 난관은 일반, 페트, 캔, 종이 등 나눠 버리는 건 알아도 가끔씩 생기는 분류하기 어려운 쓰레기들이었다. 종이컵이나 일회용 컵 대신에 텀블러, 머그 사용하기, 손 씻은 뒤 휴지 대신 손수건으로 닦기 등은 당장 실천할 수 있었는데, 과일 종류에 따라서도 음식물과 일반으로 나뉘는 껍질, 음식물이 묻은 용기 등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매번 인터넷을 찾아 방법을 찾으니 조금 피로하기도 했는데, 매번 그러다 보니 적응이 되어서 찾아보는 습관도 생겼고, 대부분의 쓰레기를 버리는 법을 몸이 익히게 되었다. 만약 이 책을 그렇게 난감해하기 전에 읽었다면, 아마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고 매번 이 책을 들여다 보았을 것 같다. 비록 모든 쓰레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각 쓰레기가 어떻게 분류되어 버려지고 처리되는지를 이해한다면 매번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이것이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해 덜 고민해도 되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늘면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마스크에 기도가 막혀 동물들이 많이 죽었다. 당장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마스크 사용을 줄일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포장재나 배달 온 박스, 판지, 늘어난 배달과 택배로 인한 비닐, 플라스틱 등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기 좋은 상황이 올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가 버리는 것들이 사실은 다른 멋진 것들로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물건들이기에, 그 가치를 알고 제대로 버리거나 활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엔 환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 덕분에 환경을 살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얼핏 보면 번거로울 수도 있는 일의 가치를 알려준 사람들 덕에 나도 귀찮다는 생각 보다는 환경을 위하는 마음으로 텀블러와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습관을 키울 수 있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나의 주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왜 쓰레기를 제대로 버려야 하고, 또 왜 재활용을 해야 하는지, 그런 일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를 알려준다. 어린이가 읽기엔 글이 조금 많아 어른의 설명이 필요하고, 어른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어린이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실천하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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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보림 창작 그림책
박지윤 지음 / 보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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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흔히 초중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많이 남기는 릴레이 소설을 한글 자음 순서에 맞춰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감출 수 없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깜찍하기도 하고, 표지만 보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떠올렸는데 막상 펼치니 다소 우람하고 재밌는 일러스트들이 가득해서 한참을 웃으며 읽을 수 있었다.

'가! 가방 가게에 가서'까지 읽었을 때는 평범하고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늑대를 샀네'부터 이야기가 신기한 방향으로 간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만약 6살 동생에게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라고 하면, 어쩌면 늑대를 샀다는 이야기보다 더 엉뚱한 문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엔 재밌고, 어린이가 읽기엔 당연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의 흐름이다.

'다! 다리를 건너니 당근 밭'부터는 정말 많이 웃었다. 그림에 보이는 우람한 당근이 책 내내 나오는데, 내 마음에 쏙 들어서 계속 웃으면서 읽었다. 화내며 쫓아오던 당근은 '라! 라면을 먹으면 라라라!'라는 이야기와 함께 라면을 후루룩 맛있게 함께 먹는다. 마, 바, 사부터 하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읽는 내내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하며 그림까지,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마지막 장에 박지윤 작가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발견한 글자의 경이로움에 깜짝 놀라 이 책을 쓰게 되었음을 밝힌다. 같은 글자로도 이렇게 무수하게 많은 이야기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에 감탄하며 글자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가나다'를 이용해 만든 박지윤 작가만의 세계에 독자를 초대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읽어도, 어린이의 시각에서 읽어도 즐거운 책이다. 기회가 되면 동생에게 가나다로 이야기를 짓게 시켜봐야겠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만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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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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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장'이라는 이름은 영화관, 멀티플렉스 등이 당연해진 요즘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일부로 찾아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나는 독립영화관, 대학로의 소규모 공연장은 다수 가봤지만 극장은 현재 메가박스로 바뀐 부산극장만 딱 한 번 가봤다.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극장은 한 번도 못가봤는데, 이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을 읽으며 광주극장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광주극장은 여전히 광주에 잘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점을 겪고 있겠지만, 여러 의미를 가진 극장이 사라지지 않고 잘 남아있는 것을 보니 가보지 않은 곳인데도 괜시리 애틋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은 광주극장이 극장 입장에서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광주극장은 1935년, 지금부터 약 85년 전에 생겨났고, 일제 강점기, 해방 등 많은 역사적 사건을 광주 시민들과 함께 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군인들에게서 시민들을 숨겨주었던 것도 광주극장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틀어주면서 시민들의 보금자리도 되어주었던 광주극장이 겪은 다양한 시대들이 그림책을 가득 채운다.

광주극장은 여러 차례 없어질 위기를 겪는다. 몰래 숨어든 학생들에 의해 불에 탔을 때 그 부지가 다른 건물로 바뀔 뻔한 적도 있고, 대형 영화관들이 생기며 영화를 보러 굳이 극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져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광주극장이 내린 결정은 시민들을 위한 따뜻한 극장으로 남아 다양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예술 영화는 역시 이런 극장다운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지!"라는 칭찬을 들으며 광주극장은 여전히 그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있는 광주극장의 말이 이 극장이 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인지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서로 친구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일제 강점기, 힘들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손을 내밀 때의 기쁨, 여전히 잡힐 듯 생생해. 예술 영화를 상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기다리는 것,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 이 모든 것들을 친구가 된 너와 나누고 싶어." 극장의 이야기를 극장에게 들으며 그 온기를 전해받는 느낌이 드는 따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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