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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신인 작가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을 제쳤다는 소식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지를 아무리 봐도 판타지 소설 같은데, '의지할 곳 없이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도 궁금했다. 500쪽이 훌쩍 넘는 소설인데도, 뒷이야기가 자꾸 궁금해져 이틀만에 다 읽었다.

책은 핏기 없는 얼굴, 헐렁하고 꾀죄죄한 잠옷을 입은 맨발의 소녀가 조류학 대학원생 조 앞에 등장하며 시작한다. 다섯 가지의 기적을 보면 돌아가겠다며 머물게 해달라는 소녀 얼사는 수많은 비밀을 품고도 말해주지 않는다. 얼사를 보호하게 된 조는 암 생존자다. 그녀는 유방과 난소를 떼어냄으로써 여성성을 잃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하고, 과거 친구였던 동료들까지 경계한다. 그리고 얼사 덕에 한층 그녀와 가까워진 게이브는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며 스스로에게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다. 얼사는 자연스럽게 조와 게이브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고, 얼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얼사로 인해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알에서 새가 부화하는 것, 친구의 존재 등을 기적이라 여기는 얼사와 얼사를 지키기 위해, 또 스스로가 가진 외로움과 힘듦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와 게이브의 모습은 여느 연애소설이나 판타지소설과는 색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결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항상 자신이 괜찮다고 포장하면서도 혼자 아픔을 삭혔다. 하지만 함께 새의 둥지를 찾고, 얼사에게 제대로 된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얼사, 조, 게이브 각각은 서로에게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 솔직한 동행 자체가 그들의 둥지가 된다.
더 많은 말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아끼지만, 정말 550쪽을 읽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판타지 소설로 시작해 감동적인 미스터리 소설로 끝나는,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매력이 있는 이 책은 아픔을 홀로 삼키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고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