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보림 창작 그림책
박지윤 지음 / 보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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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흔히 초중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많이 남기는 릴레이 소설을 한글 자음 순서에 맞춰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감출 수 없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깜찍하기도 하고, 표지만 보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떠올렸는데 막상 펼치니 다소 우람하고 재밌는 일러스트들이 가득해서 한참을 웃으며 읽을 수 있었다.

'가! 가방 가게에 가서'까지 읽었을 때는 평범하고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늑대를 샀네'부터 이야기가 신기한 방향으로 간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만약 6살 동생에게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만들라고 하면, 어쩌면 늑대를 샀다는 이야기보다 더 엉뚱한 문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엔 재밌고, 어린이가 읽기엔 당연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의 흐름이다.

'다! 다리를 건너니 당근 밭'부터는 정말 많이 웃었다. 그림에 보이는 우람한 당근이 책 내내 나오는데, 내 마음에 쏙 들어서 계속 웃으면서 읽었다. 화내며 쫓아오던 당근은 '라! 라면을 먹으면 라라라!'라는 이야기와 함께 라면을 후루룩 맛있게 함께 먹는다. 마, 바, 사부터 하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읽는 내내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하며 그림까지,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마지막 장에 박지윤 작가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발견한 글자의 경이로움에 깜짝 놀라 이 책을 쓰게 되었음을 밝힌다. 같은 글자로도 이렇게 무수하게 많은 이야기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에 감탄하며 글자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초대장'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는 '가나다'를 이용해 만든 박지윤 작가만의 세계에 독자를 초대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읽어도, 어린이의 시각에서 읽어도 즐거운 책이다. 기회가 되면 동생에게 가나다로 이야기를 짓게 시켜봐야겠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만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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