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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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장'이라는 이름은 영화관, 멀티플렉스 등이 당연해진 요즘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일부로 찾아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나는 독립영화관, 대학로의 소규모 공연장은 다수 가봤지만 극장은 현재 메가박스로 바뀐 부산극장만 딱 한 번 가봤다.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극장은 한 번도 못가봤는데, 이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을 읽으며 광주극장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광주극장은 여전히 광주에 잘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점을 겪고 있겠지만, 여러 의미를 가진 극장이 사라지지 않고 잘 남아있는 것을 보니 가보지 않은 곳인데도 괜시리 애틋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은 광주극장이 극장 입장에서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광주극장은 1935년, 지금부터 약 85년 전에 생겨났고, 일제 강점기, 해방 등 많은 역사적 사건을 광주 시민들과 함께 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군인들에게서 시민들을 숨겨주었던 것도 광주극장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틀어주면서 시민들의 보금자리도 되어주었던 광주극장이 겪은 다양한 시대들이 그림책을 가득 채운다.

광주극장은 여러 차례 없어질 위기를 겪는다. 몰래 숨어든 학생들에 의해 불에 탔을 때 그 부지가 다른 건물로 바뀔 뻔한 적도 있고, 대형 영화관들이 생기며 영화를 보러 굳이 극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져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광주극장이 내린 결정은 시민들을 위한 따뜻한 극장으로 남아 다양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예술 영화는 역시 이런 극장다운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지!"라는 칭찬을 들으며 광주극장은 여전히 그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있는 광주극장의 말이 이 극장이 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인지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서로 친구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일제 강점기, 힘들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손을 내밀 때의 기쁨, 여전히 잡힐 듯 생생해. 예술 영화를 상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기다리는 것,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 이 모든 것들을 친구가 된 너와 나누고 싶어." 극장의 이야기를 극장에게 들으며 그 온기를 전해받는 느낌이 드는 따스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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