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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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라 함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며, 이러한 사적 소유권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반하거나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양도 불가능한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사회 구성체의 경제 운영 이념을 의미합니다. 고대로부터 자본주의의 맹아는 있었지만 유럽에서 중상주의와 산업혁명에 의해 비로소 초기 자본주의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비록 유럽에서 싹을 틔우고 초기 자본주의의 개념을 잡았지만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최강대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미국의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전 세계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최근 출간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 애드리안 울드리지 共著, 김태훈 譯, 세종서적)”은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듯이 미국에서의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자본주의 역사 전반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고 혁신의 동력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지내면서 미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다시피 하며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가진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과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인 애드리안 울드리지(Adrian Wooldridge)입니다. 



현재의 미국은 전 세계 GDP의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단 한 나라의 GDP가 전 세계 GDP의 1/4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1인당 GDP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습니다. 물론 미국보다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하는 국가는 있습니다만 인구 1천만을 넘는 나라 중 가장 높습니다. (보통 간과하는 게 미국의 인구 수인데 중국, 인도 다음 미국입니다)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상 계층의 비중도 70%에 육박하여 중산층의 비중도 엄청납니다. 무역량도 단일 국가 중에서는 단연 1위이고 유럽연합과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한 자동차, 철강, 조선, 가전 등 전통적인 제조업은 후발국가들에게 추월 당했지만 IT, 우주공학, 약품, 생명공학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석유 생산량마저 세계 1위입니다. (그냥 1위가 아니고 4위 이라크보다 4배나 많은 생산량으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은 이렇게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황무지 밖에 없는 식민지에서 시작한 나라입니다. 실제 17세기 초반 북미 대륙의 생산성은 독일의 작은 도시 국가보다 적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나라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까지 발전하게 되었는지 책에서는 18세기 후반부터 트럼프 시대까지 통시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어지는 실패와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지켜보면서 시사점과 통찰력의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자본주의의역사, #앨런그린스펀, #에이드리언울드리지, #김태훈, #장경덕,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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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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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阎连科, 1958~)는 모옌(莫言. 1955~), 위화 (余华, 1960~)과 더불어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중국 문학계의 거장입니다. (이 중 모옌은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옌롄커는 거장이라는 호칭 이외에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 작가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여름, 해가 지다(김태성 譯, 글누림, 원제 : 夏日落)”, “풍아송(김태성 譯, 문학동네, 원제 : 风雅颂)”,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김태성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为人民服务)”, “딩씨 마을의 꿈(김태성 譯, 자음과모음, 원제 : 丁庄梦)”, “사서(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四书 )”와 같이 출판 금지를 당하거나 “물처럼 단단하게(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坚硬如水)”, “작렬지(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炸裂志)”와 같이 출판은 하되 보도, 홍보, 토론, 비평을 금지 당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아마 옌롄커를 정의하는 단 한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금서’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에서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 모두를 금지당하는 경우를 5금 조치라고 하는데 옌롄커의 작품 중 무려 8작품이 5금 조치 작품입니다. 옌롄커 스스로는 ‘중국의 현실을 비판한 적이 절대 없고, 사실 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옌롄커가 그리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라는 것은 중국 정부가 바깥에 절대 보이기 싫은 측면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옌롄커는 평소 "소설가로서 난 실패한 인생이다. 극도로 독창적인 소설을 아직 쓰지 못해서다. 문학의 정의는 모든 이에게 상이하겠지만 문학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예술의 본연으로 돌아가 모든 창조력을 쏟아부은 작품을 남기려는 행위뿐이다. 타인과 대동소이한 소설은, 그 자체로 실패이며 온 창조력을 `갈아 넣은` 작품을 쓰지 못하면 내 인생은 철저히 실패한 인생일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비판하였는데 이번에 작중의 역사지리지 편찬자로 상정하고 한 가상의 마을이 흥망성쇠하는 연대기를 다룬 소설을 출간하였습니다. 바로 “작렬지(옌롄커 著, 문현선 譯, 자음과모음)”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송나라 시절 쑹이현 푸뉴산의 화산이 폭발하는데, 이때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달아나 바러우 산맥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땅이 갈라지고 터져 달아났다는 의미로 작렬하는 마을(炸裂村, 작렬촌, 책에서는 중국어 발음과 유사하게 자례촌이라 칭함)이라 지었으며 원,명,청 시기를 지나면서 쇠락과 흥성을 거듭하게 됩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자례촌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자례촌이 진(鎭)이되고 시(市)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허구의 사건들은 사실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등치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명시적인 비판보다 더 큰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작중 옌롄커가 완성한 ‘작렬지’를 자례시장에게 보여주었는데 자례시장이 이를 불태워버리고 어디에서도 출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영구 퇴출을 시켜버리는 묘사가 나오는데 작가 역시 이 작품이 금서가 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특이하고 참신한 작품은 아마 그가 스스로 정의한 성공한 소설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거장의 몸부림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Ps. 만연한 배금주의를 돌려서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죠?



#작렬지, #옌롄커, #자음과모음, #문현선, #금서, #중국소설, #옌롄커신작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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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세라피나 시리즈 4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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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문학은 마법, 신, 용, 괴물 등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요소들이 실제의 세계와 동떨어진 상상 속의 세계관 (어반 판타지라고 하여 비교적 현실적인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장르로 문학의 태동기부터 존재해왔던 가장 오래된 문학 중 하나입니다. 현대적 의미에서 판타지는 JRR 톨킨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는게 타당하긴 합니다만 서사시나 신화도 굳이 분류하자면 판타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등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판타지는 마법이나 신화 같이 접근이 쉬운 소재를 다루는 장르의 특성 상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는 SF에 비해 대중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르 문학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들은 이영도 작가나 전민희 작가와 같이 판타지 계열인 경우가 많죠.



이번에 출간된 “세리피나와 일곱 개의 별(로버트 비티 著, 김지연 譯, 지학사아르볼)”은 판타지 장르 중에서도 미스터리 판타지로 분류되는 “세라피나”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판타지가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장르라 하더라도 블록버스터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매체를 통해 소개된 작품이 아닌 이상 아무래도 장르문학의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니 작가와 작품부터 소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작가는 로버트 비티(Robert Beatty)로 IT 회사의 대표를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은퇴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첫 작품이 바로 ‘세라피나’ 시리즈의 첫 작품인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로버트 비티 著, 김지연 譯, 지학사아르볼)”인데 60주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라는 대기록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작가 데뷔를 하게 되죠. ‘세라피나’ 시리즈는 ‘세라피나’라고 하는 빌트모어 대저택의 지하실에 사는 십대 초반의 여자 아이 ‘세라피나’가 주인공입니다. 세라피나는 지하에서 숨어 살았지만 검은 망토를 물리치면서 헤어졌던 엄마를 다시 만나고, 브레이든과 친구가 되면서 어둠에서 점차 밝은 곳으로 나와 살게 됩니다. 하지만 어둠의 세력은 여전히 빌트모어를 노리지만 세라피나가 이를 격퇴하고 드디어 빌트모어 대저택은 평화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세라피나는 이제 더 이상 쥐잡이가 아니고 빌트모어의 수호자이지만 절친한 친구인 브레이든이 떠나게 되면서 무언지 모를 불안에 빠지게 되는데, 그 불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자신이 지켜야할 대상이 적이 되어버리는 반전…

원래 트릴로지로 기획된 세라피나 시리즈였으나 워낙 큰 인기로 4권까지 출간되었는데 시리즈 중 최고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라피나” 시리즈는 Goodreads.com에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평점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세리피나와 일곱 개의 별”은 무려 4.46 (1,337ratings 기준)을 기록할만큼 호평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는 바로 ‘용기’입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용기’이죠.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가정이 집콕만 하고 있을텐데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이 상황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요?  

 

Ps. 빌트모어 대저택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대저택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개인 저택이라고 합니다. 검색해보니 관광상품도 있네요.


#세라피나와일곱개의별, #지학사아르볼, #로버트비티, #김지연, #판타지, #변신물,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서평단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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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처음이지? 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야 2
곽영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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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세계에 대한 거의 완벽한 설명을 통해 뉴턴은 근대 물리학을 완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정교하고 완벽한 것만 같았던 뉴턴 역학적 세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과학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혹은 그 보다 작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역학으로 (여기서 양자는 陽子 Proton가 아니라 量子 Quantum입니다.) 보통 ‘불확정성의 원리’로 대표되는데, 인간의 직관과 관념에서 벗어나는 거라 당시의 많은 과학자들 역시 이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하며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며 심지어 파인만은 “이것을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초끈이론처럼 막연하게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과학이 아닙니다. 양자 역학이 없었다면 전자 공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도 없을 것입니다. 양자 역학 자체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이고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실험 결과로 볼 때 가장 정확한 과학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것을 혹자는 자연과 우주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존재인가를 깨달았다고 하는데 사실 자연과 우주는 원래 그랬고 인간이 터무니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에 대해 모호하게 나마 개념이라도 알려면 비전공자는 쉽게 쓰여진 책으로 입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문턱이 높은 책으로는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러한 입문서로 북멘토 출판사의 ‘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야’ 시리즈의 두번째 책으로 “양자역학은 처음이지?(곽영직 著, 북멘토)”가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곽영직 교수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 대중 과학서 위주로 저술하지만 훌륭한 대중과학서 번역을 많이 한 번역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이 책, “양자역학은 처음이지?”는 다짜고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양자 역학이 성립되는 과정과 그 사이에 존재했던 과학자들의 논쟁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그 과학자들이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설명하여 독자가 스스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의미를 실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이론도 나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현재의 양자역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매 장마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아무리 입문서라 해도 과학책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대중문화 혹은 상업적으로 오용하는 대표적인 과학입니다. (이에 버금가는 것을 꼽자면 무한동력 정도가 있을까요?) 양자역학의 경우 자칫 잘못 이해하면 바로 유사과학으로 빠져들만큼 오독의 소지가 많은 학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아인슈타인의 질문 “당신이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나 모 대통령이 이야기한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 등이 대표적이죠. (물론 아인슈타인의 질문은 관측자에 대한 정의 문제로 과학적 질문이긴 합니다만 오독의 소지가 있습니다.) 지금 대충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양자 에너지를 활용한 침대니 마스크, 물질파 등 유사과학으로 우리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습니다. 

대중과학책과 친해지는 방법은 비전공자의 특권이라 생각하시면서 모르는 개념은 그냥 눈으로 훑되 전반적으로 일독하면서 익숙해지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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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일은 될 대로 되라지! LL 시리즈
미야우치 유스케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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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SF라 하면 많은 분들이 스페이스 오페라를 언뜻 떠올릴 텐데, 사실 SF소설의 범위는 시간여행,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이버 펑크, 스팀 펑크 등 정말 넓습니다. 그 중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하위 장르로는 대체역사 (Alternate history)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역사적 사건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진행되었다면 과연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에 대해 다루는 장르입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높은 성의 사내(필립 K. 딕 著, 남명성 譯, 폴라북스)“, “비잔티움의 첩자(해리 퍼플도브 著, 김상훈 譯, 행복한책읽기)“, “시녀 이야기(마거릿 애트우드 著, 김선형 譯, 황금가지)“, “증언들(마거릿 애트우드 著, 김선형 譯, 황금가지)“, “쌀과 소금의 시대(킴 스탠리 로빈슨 著, 박종윤 譯, 열림원)“, “롱 워크(스티븐 킹 著, 송경아 譯, 황금가지)“, “유대인 경찰연합(마이클 셰이본 著, 김효설 譯, 중앙북스)“, “파반(키스 로버츠 著, 김미정 譯, 사람과책)“, “당신들의 조국(로버트 해리스 著, 김홍래 譯, RHK)“, “비명을 찾아서(복거일 著, 문학과지성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를 SF의 하위 장르로 포함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과학 기술이나 체제, 사상, 역사를 보다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방향성을 틀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 사변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나중 일은 될 대로 되라지! (미야우치 유스케 著, 김아영 譯, 황금가지)”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무려 제 49회 성운상 수상작인데 중앙아시아의 아랄해에 건국된 가상의 국가 아랄스탄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장르입니다. 실제 아랄해는 소련이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아랄해에 유입되는 강에 거대한 댐을 쌓고 난 다음 아랄해는 지금까지 그 크기가 꾸준히 줄어들어 사막화가 되어버리고 현재 호수 면적은 과거의 5~10% 수준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생태계는 거의 소멸되어버려 ‘20세기 최대의 환경 파괴’이라 불리우는 척박한 환경에서 ‘최초의 7인’이 ‘아랄스탄’을 건국합니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주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위태롭게 국권을 지켜 나가던 중 대통령이 암살되고 반체제 테러 단체인 AIM (아랄스탄 이슬람 운동)의 공격에 의회를 비롯한 국가 지도부는 모두 도망가버린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엘리트 양성소로 변모한 하렘의 여인들이 국가를 이끌어가야 하는 책무를 떠맡게 되는데, 정권 인수 작업을 하거나 정신차릴 겨를도 없이 AIM의 기습을 처리해야 하고 그 와중에 우즈베키스탄은 아랄스탄의 유전을 점령하는데…

작중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로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특히 아랄스탄에 대한 설정은 이 작품이 대체 역사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실제 있는 나라에 대한 그것처럼 매우 상세하고 그럴 듯하여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초중반부의 엄청난 설정과 긴박한 이야기에 비해 중반 이후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이 작품이 전체 시리즈의 프롤로그로 본다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이러한 설정을 단 한 작품으로 끝낸다면 엄청난 낭비이므로 반드시 시리즈로 출간되어야 할 작품으로 후속작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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