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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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阎连科, 1958~)는 모옌(莫言. 1955~), 위화 (余华, 1960~)과 더불어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중국 문학계의 거장입니다. (이 중 모옌은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옌롄커는 거장이라는 호칭 이외에 중국에서 가장 문제적 작가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여름, 해가 지다(김태성 譯, 글누림, 원제 : 夏日落)”, “풍아송(김태성 譯, 문학동네, 원제 : 风雅颂)”,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김태성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为人民服务)”, “딩씨 마을의 꿈(김태성 譯, 자음과모음, 원제 : 丁庄梦)”, “사서(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四书 )”와 같이 출판 금지를 당하거나 “물처럼 단단하게(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坚硬如水)”, “작렬지(문현선 譯, 자음과모음, 원제 : 炸裂志)”와 같이 출판은 하되 보도, 홍보, 토론, 비평을 금지 당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아마 옌롄커를 정의하는 단 한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금서’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에서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 모두를 금지당하는 경우를 5금 조치라고 하는데 옌롄커의 작품 중 무려 8작품이 5금 조치 작품입니다. 옌롄커 스스로는 ‘중국의 현실을 비판한 적이 절대 없고, 사실 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옌롄커가 그리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라는 것은 중국 정부가 바깥에 절대 보이기 싫은 측면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옌롄커는 평소 "소설가로서 난 실패한 인생이다. 극도로 독창적인 소설을 아직 쓰지 못해서다. 문학의 정의는 모든 이에게 상이하겠지만 문학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예술의 본연으로 돌아가 모든 창조력을 쏟아부은 작품을 남기려는 행위뿐이다. 타인과 대동소이한 소설은, 그 자체로 실패이며 온 창조력을 `갈아 넣은` 작품을 쓰지 못하면 내 인생은 철저히 실패한 인생일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비판하였는데 이번에 작중의 역사지리지 편찬자로 상정하고 한 가상의 마을이 흥망성쇠하는 연대기를 다룬 소설을 출간하였습니다. 바로 “작렬지(옌롄커 著, 문현선 譯, 자음과모음)”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송나라 시절 쑹이현 푸뉴산의 화산이 폭발하는데, 이때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달아나 바러우 산맥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땅이 갈라지고 터져 달아났다는 의미로 작렬하는 마을(炸裂村, 작렬촌, 책에서는 중국어 발음과 유사하게 자례촌이라 칭함)이라 지었으며 원,명,청 시기를 지나면서 쇠락과 흥성을 거듭하게 됩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자례촌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자례촌이 진(鎭)이되고 시(市)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허구의 사건들은 사실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등치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명시적인 비판보다 더 큰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작중 옌롄커가 완성한 ‘작렬지’를 자례시장에게 보여주었는데 자례시장이 이를 불태워버리고 어디에서도 출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영구 퇴출을 시켜버리는 묘사가 나오는데 작가 역시 이 작품이 금서가 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특이하고 참신한 작품은 아마 그가 스스로 정의한 성공한 소설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거장의 몸부림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Ps. 만연한 배금주의를 돌려서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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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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