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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평점 :
“엘리트 세습 (대니얼 마코비츠 著, 서정아 譯, 세종서적, 원제 : The Meritocracy Trap: How America's Foundational Myth Feeds Inequality, Dismantles the Middle Class, and Devours the Elite)”을 읽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능력과 노력으로 혜택이 얻어져야지 계층과 함께 상속되면 안된다’ 라는 것이 능력주의(meritocracy)의 이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 자체가 속임수라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입니다. 능력주의는 노력과 기량, 합당한 보상이라는 이상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약속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인데, 실제 중산층 자녀는 부유층 자녀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고,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도 낮습니다. 이는 미래 기대 소득이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중산층의 붕괴와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이 더욱 가속화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이를 시스템이나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키고 오히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또한 ‘노력’을 통해 너도 얻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만 안겨주나 실제로는 극소수만이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행운을 누릴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는 신분제와 같은 과거의 계층 제도와 같이 비난을 받지 않습니다. 바로 후천적 노력에 의해 부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이상 덕분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고 능력주의 엘리트 계층 역시 세습되므로 이것이 바로 속임수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능력주의는 부와 특권을 집중시키고 세습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시키면서도 철저하게 그 이상 뒤에 숨어 비판을 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와 결합하여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어떤 학자는 ‘전면적인 핵전쟁이 터져야’ 재분배 구조를 재설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저자는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 해소는 ‘문명 차원의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부유층의 기부 행위 (특히 학교나 출신 동문에 대한 기부)로 인한 세금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학교 역시 일정 수준 이상 저소득층의 입학을 받지 않을 경우 세금 면제를 없애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엘리트 대학의 정원을 대폭 확대하여 교육의 포용성을 회복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능력주의 덫은 굳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만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수혜 계층인 엘리트 계층에도 역시 해악을 끼친다고 이야기하며 힘을 합쳐 능력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공정성 담론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당연히 가져가야 할 진리이자 가치이며 정의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공정성 담론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능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혹은 각자 도생적 태도이며 사회적 연대 같이 중요한 가치가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개인의 능력이라는 것도 사회적, 환경적, 구조적 불평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최근 사회 과학의 연구 결과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능력주의는 어쩌면 신화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능력주의라는 말은 불평등의 세습 구조로 접어드는 지금의 시점에서 공정을 가장한 프로파간다로 써먹기 좋은 말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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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