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의 숙제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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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죄인들의 숙제_박경리_다산책방


박경리 선생님은 대표작인 ‘토지’를 쓰셨다고 알고 있었다. 이는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이 ‘죄인들의 숙제’는 그 소설을 집필하면서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소설에 끌린 것일까,라고 한다면 역시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본 제목이 원래 이것이었고 ‘나비와 엉겅퀴’라고도 출간되었다.

‘죄인들의 숙제’

-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돼야 하는 게요. 강하다는 것은 죄의식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일인지도 몰라.

무려 807 페이지나 되는 두꺼울 분량이었다. 회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된 표지는 깊고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메시지가 없는 듯한 추상적인 그림은 감상자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은 학창 시절 ‘김약국의 딸들’이나 ‘토지’가 교과서에 나와서 짧게 읽은 듯한 기억이 있고 그 외도 몇 편을 읽었지만 기억이 희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건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술로 보자면 회화를 보는 듯한 섬세한 문장은 예술이었다. 어쩜 어색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알맞게 구성을 잘 하는지 마치 소설 쓰기의 교과서를 보는 듯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감정의 흐름을 여유롭게 따라갈 수 있었다. 이것이 어쩌면 박경리 선생님이 가진 소설 특유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희련과 희정 이복 자매의 거칠면서도 유려한 갈등과 사랑이 또 매력적이었다.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입체감 있게 잘 살려냈으며 일부 글은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와닿았다. 특히 초반 부분 결혼에 관한 인애의 조언이나 희련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느꼈던 점들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에게도 공감이 갈 부분이었다. 적당한 전개와 함께 잘 드러난 인물의 내면 심리는 마치 실제 이야기를 읽는 듯한 현실감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적인 긴장 상황도 잘 느껴졌는데 육이오 전쟁사를 기가 막히게 대입시킨 부분도 한국인이라면 정서적으로도 공감할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전쟁통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에 이 또한 선생님만의 색깔이 느꼈던 뛰어난 부분이었다. 소설‘토지’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죄인들의 숙제’도 한국 문학사에 남을 뛰어난 소설로 꼽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으며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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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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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먼지가 되어_김아직_밀리의 서재


소설이지만 뛰어난 기자가 쓴 신문 기사를 읽는 듯한 깔끔한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자질구레한 꾸밈없이 잘 짜인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처음엔 끌리지 않았다. 마치 외국 작가가 쓴 소설의 번역본을 읽는 듯하면서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이해력의 문제이지 내용 자체가 이상했다는 건 아니다. 첫 페이지 로어노크 섬 사건과 폴 젠킨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은 주제를 관통하는 프롤로그 같았고 핵심은 주인공 강유어가 동생의 실종 사건을 겪으며 풀어가는 이야기였다.

‘먼지가 되어’

-디스토피아에서도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이 시대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

짧은 분량의 아담한 크기의 책에 표지 그림은 한 여성이 스포티한 옷차림으로 가방을 메고 있으며 제법 큰 물총을 들고 서 있다. 우스갯말이지만 제목을 보면 마치 가수 김광석의 노래 제목인 ‘먼지가 되어’가 생각났다. 물론 내용과는 다른 것이지만. 코믹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미스터리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특히 현시대를 사는 장녀의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스며있어서 인간적인 매력도 있었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중요 사건에 대한 전개가 끊기는 느낌이 들긴 했다. 마치 나는 사건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고 싶지만 뭔가 방해되는 부가적인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느낌. 그럼에도 각 인물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탄탄한 이야기가 돼서 이해하기로 했다. 이런 면이 막연한 SF가 좀 더 현실 이야기인 것 같아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봤다.

설정이 독특했다. 가만히 보면 여러 가지 장르적 요소가 섞여 있다. 미스터리, 호러, 코믹, 디스토피아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특히 입맞춤을 통해 병이 전파되는 점은 마치 좀비물 같아 보였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이 고개를 젖히고 입김을 내뿜는 부분은 기괴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순간 드러나는 코믹한 상황은 무서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세계관이 국내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지면서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그려낸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이거나 과학지를 보는 듯한 느낌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적 갈등을 통해 섬세한 재미도 이끌어서 하드 SF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SF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늘어지지 않는 서스펜스도 중요하며 너무 사이버틱한 배경은 어려워서 오히려 드라마틱한 구성이 좋았다. 작가님은 정말 글을 잘 쓰신다. 군더더기 없고 탄탄하며 사건과 휴머니즘을 잘 버무려서 흥미롭게 독자를 이끈다. 그래서 SF 마니아를 비롯해 일반 독자가 읽어도 좋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상화가 된다면 그 입김을 뿜는 부분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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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
신연수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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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셀프트래블 홋카이도_신연수_상상출판


태어나서 가본 나라는 필리핀 마닐라밖에 없는데. 일본 도쿄 여행이라니. 그 생각조차 내게 너무 과분한 건 아닐까, 싶다. 거기다 전 세계가 난리인 '코로나19'는 마지막 남은 여행 욕구마저 포기하게 했다. "제기랄!"그랬다. 내 마음속의 서랍에 쑤셔 넣기로 작정하고 살고 있다. 그런 암울한 인생을 살면서 불현듯 다가왔던 책 '셀프 트래블 홋카이도'는 정말 생각만으로도 짜릿했다. 물론 당장 여행을 갈 순 없겠고, 더불어 이 엄청난 책을 만든 저자와 출판사 또한 이래저래 손해가 많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표지가 참 묘한 느낌을 준다. 꽃밭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푸른 배경이 시원하다. 마치 자유를 만끽하는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환상적인 사진은 넋을 놓게 만든다. 실제로 가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근데 단 한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표지가 상징하는 느낌을 나는 공감할 수 있다. 이건 해외여행을 가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촌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내용물의 구성이 알차다. 솔직히 아까워서 들고 다니지도 못하겠다. 그보다는 알찬 사진과 글을 읽고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리고 다양한 소개 글을 써두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었다. 종이가 고급 재질이어서 세월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고 오래도록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구매해서 활용을 했으면 좋겠다. 여행 갈 때 챙겨 가도 좋고 일부만 폰카로 찍어도 도움이 되겠다. 벌써부터 여행을 떠올리니 마음이 설렌다. 어서 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어서 마음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때를 위해서 이 마법 같은 책과 지도를 보며 즐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예전엔 도쿄가 일본 여행의 진리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좀 드니 이젠 홋카이도가 좋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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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법 - 생각의 지름길을 찾아내는 기술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 북라이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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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수학자의 생각법_마커스 드 사토이_북라이프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건 무엇일까? 반대로 수학자처럼 살지 않으면 불편한 건가? 그들은 상황에 대해 더하기 빼기를 하듯 숫자로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학자들은 천재라고 일컬어지며 지식의 깊이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이 책이 그들처럼 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좀 더 수학자의 마음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상식적인 수준이면 충분할 것 같다.


‘수학자의 생각법’

-생각의 지름길을 찾아내는 기술

-수학은 지름길의 예술이다!

-더 나은 생각은 어떻게 가능한가?

-역사, 예술, 과학, 경제를 가로지르는 2000년의 지혜를 추적하다!


우선 저자는 정말 다방면에서 대단한 분이셨다. 수학뿐만 아니라 음악 쪽으로도 말이다. 그리고 소통을 참 잘한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독자들과 가까이 계신 분이셨다. 사실 수학은 단어 자체부터가 부담을 줬다. 학창 시절 수학 시험을 생각하면 그냥 되는대로 찍어버리고 끝내버리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 그냥 단순하게 더하기 빼기 곱하게 나누기 정도만 알아도 충분했다. 물론 이런 게 이 책이 말하는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수학에 접어들게 되는 계기와 함께 자신을 이끌었던 훌륭한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었다. 천천히 읽다 보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잘 읽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한글로 매끄럽게 번역이 되어서 더 재미있었다.


-언어의 지름길

-미적분의 지름길

-기하학의 지름길

-데이터의 지름길

-다이어그램의 지름길

-확률의 지름길

-네트워크의 지름길

-불가능의 지름길


목차에 있는 그대로 모든 게 지름길이다. 사실 중간에 계산식이 나와서 참 난감했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내용보다는 계산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결론을 도출해 내는지 알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재미있는 방법을 인생을 사는데 적용해 본다면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꼭 수학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기에 적극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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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무선)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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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_김성희_마로니에 북스


데미언 허스트는 악동일 뿐만 아니라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저 예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전시 큐레이터도 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보통 작품 창작과 큐레이터 활동을 별개로 해야한다는 사람들의 견해와는 다르게 두 가지 다 잘 했으며 지금도 병행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만들어낸 작품마다 놀라운 충격을 주며 주목받았고 그 결과는 판매 가격이 알려 주듯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결론적으로 예술적 성공 뿐만아니라 비즈니스까지 모두 이룬 예술계의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데미언 허스트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매력적인건 저자가 3시간이 넘게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듣게 된 진솔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향후 그가 나아갈 예술적 방향성도 짐작할 수 있고 풍부한 컬러 사진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사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의 작품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감상자의 개별적인 해석은 자유롭지만 그래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지도 단순하게 보자면 수족관 안에 큰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딱 봤을 때 예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마치 해양 다큐 사진집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데미언 허스트의 대표 작품이다. 푸른 색은 바닷물이 아니라 동물 표본이 썩지 않게 하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이며 상어는 호주 전문 사냥꾼이 잡은 진짜였다. 이 작품이 죽음이 주제라고 하는데 그냥 봤을 땐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제목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이다.

개인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라면 상어의 모습을 봤을 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죽음을 가둬 놓았지만 생동감 있게 표현했고 박제되어서 물리적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이걸 사람의 마음으로 본다면 제목처럼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심리적 특성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 예술 세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진짜 소의 머리와 피를 이용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표현한 작품인 ‘천 년’도 놀라움을 줬다. 케이스 안에 공간을 두 개 만들고 한 쪽은 소의 머리를 놓아두었으며 피가 흥건했다. 그리고 위엔 전기 살충 기계가 높여있다. 다른 쪽에 파리를 모아두고 두 공간이 통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었다. 파리는 소의 머리에 알을 낳거나 혹은 위 쪽에 전기 살충 기계에 빠져서 죽게 된다. 한 공간 안에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사치라는 전문 콜렉터가 구매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국시리즈, 스팟 페인팅, 다이아몬드 해골 등도 흥미로웠다. 데미언 허스트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지만 언제나 예술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인생을 들여다 보면서 예술 작품도 좋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할 수 있었고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교훈도 얻었다. 언젠가는 그의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크게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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