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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무선)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서평_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_김성희_마로니에 북스
데미언 허스트는 악동일 뿐만 아니라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저 예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전시 큐레이터도 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보통 작품 창작과 큐레이터 활동을 별개로 해야한다는 사람들의 견해와는 다르게 두 가지 다 잘 했으며 지금도 병행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만들어낸 작품마다 놀라운 충격을 주며 주목받았고 그 결과는 판매 가격이 알려 주듯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결론적으로 예술적 성공 뿐만아니라 비즈니스까지 모두 이룬 예술계의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데미언 허스트의 어린 시절부터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매력적인건 저자가 3시간이 넘게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듣게 된 진솔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향후 그가 나아갈 예술적 방향성도 짐작할 수 있고 풍부한 컬러 사진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사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그의 작품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감상자의 개별적인 해석은 자유롭지만 그래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지도 단순하게 보자면 수족관 안에 큰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딱 봤을 때 예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마치 해양 다큐 사진집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데미언 허스트의 대표 작품이다. 푸른 색은 바닷물이 아니라 동물 표본이 썩지 않게 하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이며 상어는 호주 전문 사냥꾼이 잡은 진짜였다. 이 작품이 죽음이 주제라고 하는데 그냥 봤을 땐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제목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이다.
개인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라면 상어의 모습을 봤을 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죽음을 가둬 놓았지만 생동감 있게 표현했고 박제되어서 물리적 영원성을 가지게 된다. 이걸 사람의 마음으로 본다면 제목처럼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심리적 특성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 예술 세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진짜 소의 머리와 피를 이용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표현한 작품인 ‘천 년’도 놀라움을 줬다. 케이스 안에 공간을 두 개 만들고 한 쪽은 소의 머리를 놓아두었으며 피가 흥건했다. 그리고 위엔 전기 살충 기계가 높여있다. 다른 쪽에 파리를 모아두고 두 공간이 통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었다. 파리는 소의 머리에 알을 낳거나 혹은 위 쪽에 전기 살충 기계에 빠져서 죽게 된다. 한 공간 안에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사치라는 전문 콜렉터가 구매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국시리즈, 스팟 페인팅, 다이아몬드 해골 등도 흥미로웠다. 데미언 허스트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지만 언제나 예술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인생을 들여다 보면서 예술 작품도 좋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할 수 있었고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교훈도 얻었다. 언젠가는 그의 전시회가 한국에서도 크게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