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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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그녀들의 범죄_요코제키 다이

제가 제작자라면 <그녀들의 범죄>는 드라마나 영화화를 해서 상업화해보고 싶은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에선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들의 관계도가 속칭 막장의 주제를 가진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아주 자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거기에 형사 수사 극이 믹스 된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친근했고 반대로 진부한 주제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계속 들긴 했습니다만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독특하면서도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의 천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이 작품을 극찬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일단 수사 극 자체로 보면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아쉬워할 만한 여지를 두고 진행을 합니다. 어쩌면 작가가 독자들에게 추리의 재미를 주기 위해 배려를 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렇게 상황을 맞추어 나가다가도 허를 찌르는 반전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초중반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녀들의 범죄>라는 제목과 이 소설의 동적인 면을 발견할 수 없어서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계속 의문이 들게 만들었으며 뻔한 남녀 사이의 불륜이나 치정 극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만 역시 예상과는 달리 긴장감 넘치는 수사 상황이 벌어지면서 집중을 하게 만들었으며 소설의 제목과 스토리가 일치되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이 책에 가독성이 강한 이유는 어려운 단어와 전문적인 단어들이 거의 없었으며 -이는 번역가의 훌륭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간결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배경 설명은 스토리 전개 위주의 진행과 어우러져 흥미를 더했습니다. 사실 캐릭터 설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속도감이 더뎌지기 때문에 지루한 면이 있는데 이 소설에선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이 되었습니다. 마치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프로 작가의 웹 소설을 읽는 것처럼 부담이 없었습니다. 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시대의 독자들이 원하는 진정한 <니즈>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가 입체적이며 소설이 나아갈수록 인물 관계가 얽혀져가는 신기함에 웃음 짓게 하고 로맨스 코드와 가족애의 감성이 소설 전체적으로 감싸여 있어서 사랑 안에서 안타깝고, 배신 때문에 슬프면서 그 인물의 행동 대한 동적 감정을 느끼며 심리적인 흐름을 따라가게 되는데 역시 작가의 노고와 능력에 다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거기다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 없이도 사건에 몰입하며 긴장감을 느끼게 된 점도 그랬습니다. 독자에게 선택되어 돈을 주고 읽히는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많은 배울 점이 있었던 근사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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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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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나긴 이별>_ 레이먼드 챈들러

 

이 책은 저에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읽혔던 여러 소설의 아쉬운 면을 완벽에 가깝게 채워주었던 마법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애하는 소설 중 하나였으며 무려 12번도 넘게 읽었던 작품이라고 했죠. <기나긴 이별>은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지만 그 안엔 많은 면을 담고 있는 소설적 선물 세트 같았습니다. 일단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자질구레한 꾸밈이 없지만 짧은 문장 속에 각 인물의 감정 상태와 겉표면을 섬세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주면서 전개되는 내용은 속도감도 있습니다. 신기한 건 반세기도 더 된 시기에 나왔던 소설이지만 전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뛰어난 작법과 훌륭한 번역가의 노고가 더해져서 읽는 이에겐 그저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립 말로라는 인물은 단순한 탐정의 의미와 함께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테리 레녹스와의 첫 만남은 그저 술 취한 그를 필립 말로가 연민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되게 됩니다. 그런 우연성이 나중에는 인간애적인 우정으로 보였습니다. 무뚝뚝하지만 말 한마디에는 진심이 느껴졌고 허물없는 마음으로 토니를 친구로서 대해줬던 모습은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런 인간미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함께 산다고 하지만 거주하는 공간 내에서 각 각의 독립적인 개체가 되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생활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사회도덕적 규범이 있죠. 결국 혼자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선 인간애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저부터가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립 말로와 토니의 우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의 지배계층과 그 아래 검찰과 경찰의 불합리한 탄압에 맞서서 용감하게 대처하며 그들을 농락하는 모습을 볼 때는 유머러스함에 통쾌하게 웃기도 했으며 현시대의 사회 부조리를 어쩌지 못하고 그저 언론 매체를 통해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답답해하던 국민 개개인의 고초를 소설에서 나마 사이다를 마시 듯 청량하게 해소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신기했던 점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껴졌던 것들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모방했다라기보다는 하루키도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이 글에서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필립 말로는 1인칭 시점에서 문장의 속도감이나 특별한 상황에 따라 그가 독자들에게 만담을 하듯 처해진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설명해 주며 심리적인 동질감을 이끌어 냅니다. 이는 곧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공감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레이먼드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영국 해군성에서 일을 했으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언론사 기자로 일을 하다가 40대에 들어서 작가에 입봉하여 그 시기에 소설이 대성공을 거두어 뒤늦게 빛을 본 작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꼭 어릴 때부터 태어나서 잘 한다고 천재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는 완벽하고 매력적이며 작가입니다. 음악가로 보자면 베토벤 같다고 할까요. 진하고 깊었으며 터프한 문장과 함께 남자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소설은 제 필수 소설 목록에 들어가서 두고두고 읽히는 책으로 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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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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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가장 최애하는 작가이며 그가 쓴 소설의 일부를 필사하며 배워보려고 꽤나 노력을 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의 스타일이 내 소설에도 녹아 있었다는 사실을 하나 하나 알게 되면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구나하고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했던건 객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의 일부를 예시하여 어떤 방식으로 쓰였던 것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소설의 제목을 설정하는 부분에서 그가 길게 썼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내가 쓴 몇작품도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그의 스타일을 따라했다는 건 재미있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장르적으로 나누면 수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저는 소설쪽에 가까웠습니다.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있고 기묘했으며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장은 그의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소설이 읽는 이에겐 쉽게 쓰였다고 보여질 수 있겠으나 이 책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계획적이고 체계성을 갖추어서 글을 썼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그의 부지런한 면과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 하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단계를 밟아가며 글을 써오지는 않았기에 그저 그의 작법을 따라하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하루키적 소설을 나도 어설프게 나마 쓸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에는 특이성과 함께 읽고 나면 깊은 여운이 남고 다시 한 번 소설을 되돌아 보게 되는 마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규칙을 제대로 분석하고 서술해서 어떻게 훌륭한 글을 쓴 건지 분석해 놓은 작가 <니카무라 구니오>의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그를 좋아하는 작가 뿐만 아니라 작가지망생과 팬들에게도 유익한 내용들로 꽉 채워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하루키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매력적인 글을 쓰는 바탕이 되어 줄것이며 그의 글이 왜 재미가 있고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깨달음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해하면 하루키의 소설을 알아 가는데 조금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그의 작법을 바탕으로 저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일회성으로 한 번 보고 말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참고하며 글을 쓰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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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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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 환자>_ 재스퍼 드윗

 

이 책은 첫 장부터 끌림이 강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도 필명으로 되어있고 정보조차 알 수가 없었으며 실제 겪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라고 해서 긴장감을 가지게 했었죠. 거기다 이 글이 의사들의 포럼이었던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졌던 글이라고 합니다. 물론 현재는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며 마치 이 책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처럼 긴장감을 가지게 했죠. 작가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지역, 병원 등의 이름을 가명으로 바꾸어서 정보들을 철저하게 가리는데, 본인 의사 경력에 대한 보호와 소송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합니다. 바로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 환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파커라고 하는 명문 의대 졸업생이 여차 친구를 위해 그녀가 거주하는 곳 가까이에서 취직자리를 찾던 중 코네티컷주 어느 정신 병원에 일하게 되면서 30년 동안이나 입원해 있던 극도로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라고 봤습니다. 대체 어떤 환자길래 그토록 오랫동안 정신 병원에 있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조차도 접근을 극도로 꺼릴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는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파커조차도 발설하면 위험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일종의 <페이크 다큐>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 때문에 속았다는 유치한 기분에 휘말리는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끌림과 초중반까지는 병원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주었던 그 환자 조라는 인물은 소설 안에서 굉장한 매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정신과 치료 관련 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망상, 정신분열, 꿈, 다중인격, 정신적 조로증, 야경증 등의 소재는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이면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헷갈렸습니다. 특히 조가 꿈을 꾸면서 만들어내는 괴물의 모습은 마치 이 소설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을 겨냥한 듯한 것처럼 보여서 스릴러 소설의 본질을 흐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 초반부터 이어지는 조와 관련된 인물들의 자살은 처음은 소설 전개상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이해했지만 종반을 치닫을수록 굳이 이 인물이 조로 인해 이상한 정신병에 걸리게 되고, 자살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이상했습니다. 그러기엔 그 동기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굳이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희생할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어떤 인물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작가는 마치 벽을 만드는 것처럼 정보를 차단하며 희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조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알 수 없는 능력으로 타인의 꿈에 드나들기도 하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상대방의 정신적인 내면의 스폿을 건드려서 스스로 죽게 만드는 것 또한 개연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생뚱 맞게도 조는 파커의 가장 소중한 여자 친구를 습격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이로 인해 그녀가 박사 과정을 포기하게 만드는 부분도 그를 망가트리려고 한 시도로 볼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어 보였고 굳이 그렇게까지 캐릭터를 망가트릴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 환자>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도 컸던 것 같습니다. 명작<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의 오마주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화가 돼도 사실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설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한 이 소설은 실망이었습니다. 물론 취향이란 것이 있기에 재미있게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첫인상은 너무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내용을 알고 나서는 깔끔하지 못한 미완성의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 소설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고 솔직한 심정을 적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 전개 또한 최소화하여 스포일러는 가급적 안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연출가의 능력과 유능한 감독으로 인해 재해석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소설보다 영화가 더 빛나 보이는 것이 될지 작은 기대를 다시 가져봅니다. 읽은 것을 후회는 안 하지만 적어도 이런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안목을 가진 것이 저에게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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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의 표류기, 헨드릭 하멜 다문화 인물시리즈 6
박현진 지음, 이은혜 그림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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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13년간의 표류기 헨드릭 하멜_ 박현진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국내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게 참으로 독특하게 와닿았습니다. 저는 그저 고전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순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역사를 거슬러 외국인이 체류하며 겪었던 실제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은 책이었어요. 그래서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네요. 물론 나열된 인물들이 나라를 크게 빛낸 위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헨드릭 하멜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14년간 머물면서 기록한 것들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역사적 사료가 되기에, 그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글을 쓸 줄 몰랐다면 하멜 보고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기록으로 남을 수 없었겠죠. 어찌 보면 기록을 남겨준 그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새로움을 알아 간다는 건 마음부터 설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타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비롭죠. 물론 하멜은 여행이 아니라 표류였습니다. 그 말인즉 자의적인 게 아니라 자연재해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기적같이 살아남은 인물이죠. 책을 읽으면서 당시 조선이 처했던 상황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병자호란으로 나라의 왕이 굴욕을 당하고 중국 청나라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던 중이었고, 하멜 일행의 포제작 기술은 분명 조선 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군사적 기술을 받아들여서 발전시키고자 했으며 청에 대한 보복 전쟁 계획이 알려질까 봐 하멜 일행을 조선에 머물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처우가 항상 좋지만은 못했습니다. 악덕 관리를 만나면 힘든 노역을 시켜서 괴롭혔죠. 반대로 이원진 목사, 이도빈 수사를 만났을 땐 호의적이게 대해 줘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도빈 수사는 당시 조선은 재해로 인해 나라 상황이 좋지 않아서 하멜 일행을 관리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은근히 돌려 말하며 탈출을 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죠. 물론 그 부분은 왠지 픽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조선이 하멜 일행과 대화를 잘 해서 네덜란드와의 국제적 무역의 길이 트이고 서구의 앞선 문물과 우리 문화와 잘 융합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적 무역의 중심에 서서 미국이나 영국, 중동 국가들과의 교역이 성공적이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분명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며 한 맺힌 굴욕의 역사도 없었을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더 아팠던 건 하멜이 조선을 탈출하여 일본을 거쳐 본국으로 돌아간 후 보고를 했고 네덜란드는 조선과의 교역을 시도하려고 배를 보냈지만 일본이 그 무역을 독점하려고 방해 공작을 하여 실패되었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또 마음 아픈 일들이 생겨나는데 곧 경신 대기근으로 우리나라가 자연재해로 인해 끔찍한 피해를 당하는 역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승현이라는 어린이와 그의 할아버지가 하멜 전시관으로 여행을 떠나는 설정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기 앞서 부모님들을 위한 참고 글도 앞에 먼저 나와 있어서 바른 교육을 위한 길잡이를 알려 주었습니다. 이는 곧 다문화 가족 시대에 들어선 지금, 올바른 역사적 인식과 타문화에 대한 바른 인성을 아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귀엽고 재미있는 삽화들과 사진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생각보다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머무른 역사가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다문화가 발달되어가는 시점에서 이 책을 접한 건 다행스러우면서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큰 뜻과 많은 의미를 담은 흥미로움이 있어서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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