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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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나긴 이별>_ 레이먼드 챈들러

 

이 책은 저에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읽혔던 여러 소설의 아쉬운 면을 완벽에 가깝게 채워주었던 마법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애하는 소설 중 하나였으며 무려 12번도 넘게 읽었던 작품이라고 했죠. <기나긴 이별>은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이지만 그 안엔 많은 면을 담고 있는 소설적 선물 세트 같았습니다. 일단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자질구레한 꾸밈이 없지만 짧은 문장 속에 각 인물의 감정 상태와 겉표면을 섬세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주면서 전개되는 내용은 속도감도 있습니다. 신기한 건 반세기도 더 된 시기에 나왔던 소설이지만 전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뛰어난 작법과 훌륭한 번역가의 노고가 더해져서 읽는 이에겐 그저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립 말로라는 인물은 단순한 탐정의 의미와 함께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테리 레녹스와의 첫 만남은 그저 술 취한 그를 필립 말로가 연민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되게 됩니다. 그런 우연성이 나중에는 인간애적인 우정으로 보였습니다. 무뚝뚝하지만 말 한마디에는 진심이 느껴졌고 허물없는 마음으로 토니를 친구로서 대해줬던 모습은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그런 인간미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함께 산다고 하지만 거주하는 공간 내에서 각 각의 독립적인 개체가 되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생활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사회도덕적 규범이 있죠. 결국 혼자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선 인간애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저부터가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립 말로와 토니의 우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의 지배계층과 그 아래 검찰과 경찰의 불합리한 탄압에 맞서서 용감하게 대처하며 그들을 농락하는 모습을 볼 때는 유머러스함에 통쾌하게 웃기도 했으며 현시대의 사회 부조리를 어쩌지 못하고 그저 언론 매체를 통해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답답해하던 국민 개개인의 고초를 소설에서 나마 사이다를 마시 듯 청량하게 해소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신기했던 점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껴졌던 것들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모방했다라기보다는 하루키도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이 글에서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필립 말로는 1인칭 시점에서 문장의 속도감이나 특별한 상황에 따라 그가 독자들에게 만담을 하듯 처해진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설명해 주며 심리적인 동질감을 이끌어 냅니다. 이는 곧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공감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레이먼드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영국 해군성에서 일을 했으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언론사 기자로 일을 하다가 40대에 들어서 작가에 입봉하여 그 시기에 소설이 대성공을 거두어 뒤늦게 빛을 본 작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꼭 어릴 때부터 태어나서 잘 한다고 천재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는 완벽하고 매력적이며 작가입니다. 음악가로 보자면 베토벤 같다고 할까요. 진하고 깊었으며 터프한 문장과 함께 남자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소설은 제 필수 소설 목록에 들어가서 두고두고 읽히는 책으로 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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