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평점 :
[서평] <그 환자>_ 재스퍼 드윗
이 책은 첫 장부터 끌림이 강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도 필명으로 되어있고 정보조차 알 수가 없었으며 실제 겪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라고 해서 긴장감을 가지게 했었죠. 거기다 이 글이 의사들의 포럼이었던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졌던 글이라고 합니다. 물론 현재는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며 마치 이 책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처럼 긴장감을 가지게 했죠. 작가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지역, 병원 등의 이름을 가명으로 바꾸어서 정보들을 철저하게 가리는데, 본인 의사 경력에 대한 보호와 소송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합니다. 바로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 환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파커라고 하는 명문 의대 졸업생이 여차 친구를 위해 그녀가 거주하는 곳 가까이에서 취직자리를 찾던 중 코네티컷주 어느 정신 병원에 일하게 되면서 30년 동안이나 입원해 있던 극도로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라고 봤습니다. 대체 어떤 환자길래 그토록 오랫동안 정신 병원에 있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조차도 접근을 극도로 꺼릴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었는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파커조차도 발설하면 위험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일종의 <페이크 다큐>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 때문에 속았다는 유치한 기분에 휘말리는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끌림과 초중반까지는 병원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주었던 그 환자 조라는 인물은 소설 안에서 굉장한 매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정신과 치료 관련 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망상, 정신분열, 꿈, 다중인격, 정신적 조로증, 야경증 등의 소재는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이면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헷갈렸습니다. 특히 조가 꿈을 꾸면서 만들어내는 괴물의 모습은 마치 이 소설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을 겨냥한 듯한 것처럼 보여서 스릴러 소설의 본질을 흐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 초반부터 이어지는 조와 관련된 인물들의 자살은 처음은 소설 전개상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이해했지만 종반을 치닫을수록 굳이 이 인물이 조로 인해 이상한 정신병에 걸리게 되고, 자살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이상했습니다. 그러기엔 그 동기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굳이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희생할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어떤 인물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작가는 마치 벽을 만드는 것처럼 정보를 차단하며 희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조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알 수 없는 능력으로 타인의 꿈에 드나들기도 하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상대방의 정신적인 내면의 스폿을 건드려서 스스로 죽게 만드는 것 또한 개연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생뚱 맞게도 조는 파커의 가장 소중한 여자 친구를 습격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이로 인해 그녀가 박사 과정을 포기하게 만드는 부분도 그를 망가트리려고 한 시도로 볼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어 보였고 굳이 그렇게까지 캐릭터를 망가트릴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 환자>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도 컸던 것 같습니다. 명작<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의 오마주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화가 돼도 사실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설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한 이 소설은 실망이었습니다. 물론 취향이란 것이 있기에 재미있게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첫인상은 너무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내용을 알고 나서는 깔끔하지 못한 미완성의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 소설에 대한 분석을 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고 솔직한 심정을 적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 전개 또한 최소화하여 스포일러는 가급적 안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연출가의 능력과 유능한 감독으로 인해 재해석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소설보다 영화가 더 빛나 보이는 것이 될지 작은 기대를 다시 가져봅니다. 읽은 것을 후회는 안 하지만 적어도 이런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안목을 가진 것이 저에게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