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
백경학 외 지음 / 부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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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_ 백경학 외 14인 지음_부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 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 <부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책의 표지에 써져있던 글귀 때문이었다.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도' 란 말에 혹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신체도 늙어가며 정신적으로도 노쇠하는 건 운명이고 진리이다. 노후 대비의 의미가 컸다. 그리고 예전에 엄마랑 '주말 농장' 얘기를 했었는데 허리도 안좋으시고 이래저래 병치레를 하고 계시는 엄마에게 안된다고 얘기를 해버렸다. 힘들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밭을 갈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하는 노동은 힘들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도 없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뭔가 최첨단 농업 기술을 통해 힘들이지 않고 자연과 조화되어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와닿았다. 엄마도 '나는 자연인이다.' 를 즐겨보시는데 이 책을 통해 어떤 가능성을 찾을 것 같아서 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스마트 팜>, <케어팜>이라는 농업 최첨단 기술과 함께 사회적으로 도태되어 있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개혁 농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고 현재진행 중에 있다. 
더 나아가 음악, 미술을 비롯 예술 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농업 생산 가치를 창출하면서 가공까지 하며 판매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어울려 일하는 공간. 커피와 차 그리고 빵이 있는 카페와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농장 일을 체험 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은 하나의 놀이시설이자 여가 공간이 될 수있고 숙박까지도 할 수있는 관광 문화로서의 의미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농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길가다가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봐도 농업하면 농사 짓는 일. 돼지나 소, 닭, 오리 등을 키우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해야만 하는 말그대로 젊은이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직업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좀 극단적이긴 하다. 물론 지금은 점차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 팜>이란 것을 알게 된 후 농업의 일반적인 자동화에서 더 나아가 최첨단 무인 시스템으로 발전해서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생산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고, 위험성도 적으며 병충해도 방지하고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는 기술들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나라는 이런 농업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에 비해 후발주자였다. 스마트팜, 케어팜에 있어서 마치 이부분은 개발도상국인 듯 했다. 이미 가깝고도 먼나라인 일본의 기술 수준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고 독일과 영국, 특히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일본의 <모쿠모쿠> 농장은 정말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곳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 컸다. 스마트팜과 케어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국의 <푸르메 재단>이 분명 만들 것이라고 본다. 

<푸르메재단>은 국내 1호 스마트팜과 케어팜의 성공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단체로  보여졌다. 이 책에는 혁신적인 농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재단이 어떻게 추진해왔는지 그간 겪어온 발자취를 알려주고 있다. 참 쉽지 않은 길을 거쳐 왔으며 현재 진행 중이었고 2021년 여주에 그 대망의 농장을 완공하게 된다. 여주라는 공간을 얻기까지도 수없이 많은 실패를 했는데 무슨 법적인 장치들이 많은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 허가 받아야 할 것들이 많았고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튼 아름다운 분들의 토지 기부를 통해 지금의 여주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 분들은 부부였는데 장애인 아들을 위해 그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에로사항이 많았던 것 같다. 땅을 어떻게 활용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최고의 지식인들로 구성 된 <푸르메재단>의 소식을 듣고 선뜻 기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봐도 열정과 패기로 똘똘뭉친 
분들이셨다. 푸르메재단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 농장들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경험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로 견학을 갔다. 그 곳을 통해 앞으로 우리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장애인들의 취업 얘기가 주요 쟁점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추후 푸르메재단이 여주 농장을 시작으로 이슈가 되어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과 그곳을 체험도 하고 여가도 즐기며 더 나아가 노후에도 자연과 함께 그곳을 가고 싶다. 자연의 일부가 되고 삶의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치유 농장>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p6
치유 농업이란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활용using farming to provide care'을 의미한다. 케어팜은 사회적 돌봄을  뜻하는 '케어Care'와 '농장Farm'을 합성한 것으로, 치매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와 재활 서비스로 인정해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유형의 복지시스템이다. 

p19

장애인 시설 기준이 우리보다 느슨한 일본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농업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은 복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농업활동을 하는 수준이지만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로 해결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지향점이다. 유럽의 케어팜 역시 같은 목적에서 시작됐다.

p31

농업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있다. 생명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p39

1차 산업인 농업은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 모든 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농업은 이를 넘어 생명의 가치가 중요한 산업이다. 산업의 기준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도외시되어 가던 우리 농업이 다양한 IT기술과 문화의 결학을 통해 다시 우리 삶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덕분에 우리 농업은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넘어 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고 장애인에게도 치유와 자립을 위한 기회를 줄 수 있다.

p50

푸르메셜소셜팜은 1차 산업인 농업을 기반으로 2차 가공업과 3차 서비스업까지 결합한 이른바 6차 산업을 통해 발달 장애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이 목표다.

p96

푸르메셜소셜팜의 목표는 최고의 생산성을 가진 스마트팜이 아니라 누구라도 오고 싶고, 닮고 싶은 행복한 공동체 농장과 좋은 장애인 일자리의 표본이 되는 것이다. 

p99

사회적 농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이자 우리 사회의 화두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이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 Multifunctionality 을 활용하는 사례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원예 활동을 통해 치유된 것.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농작 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을 잘하게 되는 것. 장애인이 농업 분야에서 돌봄을 받는 것처럼 혁신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사회적 농업은 의료와 복지, 교육과 노동 등 사회 각 분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p174

자연은 발달 장애인의 성장과 치유에 큰영향을 준다. 즉 발달 장애인에게는 감각적 자극과 부정적 자극이 최소화 된 자연과 어우러진 일자리가 필요하며, 특히 농업과 같은 활동은 날씨, 흙, 거름, 먹이 등 여러 자연적 요소와 밀접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연에서의 교육은 상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p177

최근 대두되고 있는 스마트팜은 일정 공간에서 최대의 생산을 꾀하므로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쾌적하고 규칙적인 제어 시스템이라는 것에서 예측 가능한 상황을 좋아하는 자폐성 장애인과 단계별 단순 작동이 가능한 지적 장애인의 특성에 더욱 적합한 일자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첨단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은 장시간 근무가 어려운 발달 장애인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해줄 수 있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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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에서 성장한다 - 오늘의 화웨이를 일군 청춘의 도전과 열정
톈타오.인즈펑 엮음, 권용중 옮김, 현문학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어려움에서 성장한다>_텐타오,인즈펑 대표편집_권용중옮김_매일경제신문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 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화웨이>는 우리 나라 기업의 대표적인 경쟁사이다. 사실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예적부터 <마데인치나> 라며 조롱하듯 무시 해왔었는데 그러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품질이 안좋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제품의 마감도 깨끗하지 못하고 금방 망가졌으며 그냥 싼티가 나보였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지금의 중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는 많이 달라져 보였다. 이젠 명실상부 미국과도 견주면서 향후 50년내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어 리더가 될 것이다, 라고 했다.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지만 정치관련 책과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사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화웨이의 영웅들에 대한 일화를  담았다. 재미있는 건 각 이야기 끝에는 마치 네티즌들이 SNS에 댓글을 다는 듯한 것도 있어서 짤막하게 나마 재미있는 글귀들이 있었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참 공격적이었다. 일명 들이대식 도전들이었다.아프리카 오지에 사람을 떨궈놓고 성과를 내오라는 것. 죽든 살든 목표를 성공시켜야 했다. 총탄이 난무하고 수류탄이 눈앞에서 폭발하고 괴한들에게 죽음의 위협도 당하고, 질병의 무서움도 있었다. 그 영웅들에게 더한 두려움은 외로움이라고 했다. 근데 솔직히 외로움을 떠나서 그런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진짜 궁금했던 건 사망보험이나 재해보험은 보장을 해주는 건가 싶었다. 너무 무모하기도 했지만 우리 한국 기업들도 그런 과정을 통해 성공을 한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화웨이는 정보습득력과 탁월한  추진력이 있었고 회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것 같다. 파견나간 현지의 통신망 상태를 파악하고 경쟁사는 어떤 상황인지 발빠르게 파악하고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 그래서 상황을 역전이키는 것.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런 것들도 회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당연히 화웨이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은 정말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된다는 생각으로 부딪혀 볼 포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목숨거는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거대 기업인 화웨이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화웨이 제품은 우리 나라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술 수준이 뛰어났다. 한국 기업도 긴장하지 않으면 역전당하고 잠식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회사에 대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도 단단히 준비를 해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서문글#

개인적 영웅과 집단적 영웅은  서로 변증법적 상호 관계다. 개인의 열정과 용기, 도전과 승리가 있어야만 조직이 강해지고 팀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팀워크와 응집력이 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은 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튼튼한 기반이다. 개인과 집단의 신념, 믿음의 상호 성장은 모든 탁월한 조직과 위대한 집단이 갖는 필연적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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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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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여행 준비의 기술>_박세영 지음_글항아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특이하다. 여행책도 아닌 것이 여행 준비의 기술이라니. 사진도 한 장 없다. 그런데 기발하고 재미있다. 글을 정갈하면서도 친근하게 잘 쓰셨다. 요즘 핫하게 쓰이는 키워드 <플렉스>를 얘기하질 않나. 마치 친한 형이 얘기해 주는 듯한 느낌의 젊음이 느껴진다. '과연 여행 준비가 취미인 사람이 지구상에 있을까' 싶은데 앞으로는 작가님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생겨날 것 같다. 나는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질 못했다. 해외라고는 예전에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서 패키지여행으로 필리핀 마닐라를 2박 4일간 다녀온 것이 끝이었다. 뭐랄까. 나는 해외여행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내 실천력과 의지력의 문제라고 해두자. 그리고 일단 영어울렁증에 대한 두려움인데 외국인 친구들을 꽤나 많이 만나왔음에도 영어는 늘지 않았다. 안 해서. 그리고 해외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패키지여행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포함이 된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 문제로 기피했다. 이러다 늙어 죽을 때까지 못 나갈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데믹 코로나19>로 여행은 꿈만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의 내용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에 대해 얘기를 한다. 짧게.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 준비에 관한 책이니까. '어디까지나 <플렉스>겠지.' 싶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누구나 경험하는 아쉬움과 후유증이 있는데 이걸 조금 틀어서 여행 준비만 하면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실 뭔가를 성취하고 나서는 금방 허무해지는데 그 과정은 정말 설레지 않던가. 그런 기분이다. 작가님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보다도 더 사실에 근접하게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은밀하고도 매력적인 장소들을 알 고 있다. 그 방법이 궁금했는데 책을 찬찬히 읽어가며 보니 구글맵이란 것을 이용해 별을 찍어 놓는다고 했다. 거기에는 찾아갔던 사람들의 후기도 적혀 있나 보다. 그리고 음식점이나 카페들도 별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직접 해본 적도 없고 구글맵에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지만 이번에 책을 읽고 시도해볼 생각이다. 여행을 못 가는 현시점에서 재미있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여러 개 찍어 놓고 저장해 놓은 걸 해외 출장을 간다거나 아내를 따라 외국을 갔을 때 참고하면 훨씬 다양한 추억들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여행에 관한 성향은 다르지만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이 나랑 비슷했다. 뻔한 건 지겹기도 했고 보다 더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작가님은 사람들은 보통 해외여행을 갈 때 도보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만 가능하다면 차량을 이용해서 다녀보라고 한다. 방법은 렌터카를 대여받는 것이었다. 장단점이 있긴 한데 장점이 더 많다고 했다. 마치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여행의 속도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특히 자유롭고 행동반경이 그만큼 더 넓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근사한 곳을 갈 수 있다. 일반적인 대중교통으로는 제약이 있는 곳도 차량이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현재 장롱 면허라 불가능하지만 나중에 꼭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위험성도 있었다. 일단 초행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데, 아무리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고 모의 운전을 해보며 공부를 해도 위험성이 없다는 걸 보장할 수 없다. 거기다 일본같이 운전자석이 바뀐 경우는 거의 대부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신중에 신중이라지만. 사실 내 동생이 일본과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차량 운전을 했는데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새삼 대단했다. 부러웠고.

 

이 책에는 여행 준비의 기술 위주로 수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님이 어릴 적부터 걸어온 인생을 군더더기 없이 얘기하면서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지금은 유명 감독이 된 대학 동기들에 관한 얘기 그리고 첫 해외여행을 가기까지의 쉽지 않았던 삶의 경험들을 쿨하게 얘기해 주신다. 놀라운 건 작가님의 직업이 의사이자 저널리스트셨고 요리까지 섭렵한 분이라는 것. 의사가 되는 것도 어려운데 요리로 책을 내어 유명세를 치르셨고 거기에 힘입어 티브이 방송 출연 섭외도 받으셨다고 했다. 만약 그 길로 나갔다면 티브이 방송인으로서 국민 모두가 아는 분이 되셨을 것 같은데. 자기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거절하셨다고 했다. 한 프로그램은 신동엽 씨가 MC를 했던 것이었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법한 유명한 프로였다. 결국 자본주의 원리를 따르지 않고 소신껏 자기 인생을 살아간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방송은 하신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사람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오늘의 내가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슐랭 이란 것이 어떤 기관으로 부티 별 평가를 받고 유명한 식당을 지칭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작가님은 미슐랭으로부터 상위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예약을 성공하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했다고 했다. 사실 그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라는 레스토랑이 그중 하나였는데 찰나의 판단 착오로 실패를 해버렸고 나중에 대기자 메일을 받았지만 이미 다른 이들이 신청을 해버려서 또 실패를 하셨다. 그래서 비슷한 인기의 다른 레스토랑을 신청했는데 그곳도 경쟁이 치열하긴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 시즌 오프 야구표를 끊는 것만큼 이랬던가. 그런데 놀라운 건 1인당 수십만 원의 식비를 감당하고서라도 가는 사람들의 그 열정이 대단했다. 그런 레스토랑이 일반적인 곳들과 달랐던 건 식사 손님에게 셰프가 직접 찾아와서 음식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료들은 어떻게 준비가 되는지 알려주었고 손님들 모두에게 조리실을 직접 구경시켜 준다. 와인 보관소, 치즈 저장소 등을 안내해 주었다. 한 끼를 해결하는 단순함에서 끝나지 않고, 식사 속에 정겨움과 여유로움 프로페셔널함이 있기에 마음적으로도 풍성하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매력. 그리고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훌륭했다. 이 정도라면 나를 위한 위대한 사치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작가님은 여행 속에 독서의 시간도 꾸준히 갖고 계셨다. 비단 여행책뿐만 아니라 경제, 경영, 예술을 아우르고 미스티리 스릴러 소설책도 좋아하셨다. 덕분에 훌륭한 작가도 알게 되었고 읽고 싶은 소설책들이 또 생겼다. 재미있는 건 작가님이 특히 주목하셨던 것이 소설 속에 생생히 묘사되는 여행지의 모습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일본 오키나와의 어느 섬에는 미스티리한 해저 해구가 있고, 해외 어디 지역은 어떤 것이 특색 있고 등 그것들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여행 계획 후보에 올려놓았다. 사실 나는 유럽은 고사하고 일본도 안 가봐서 소설 속에 나오는 지역을 공감을 할 순 없었지만 검색을 통해서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아쉬운 건 당연히 간접 체험의 한계였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이것이 곳 여행 준비의 기술인 것이고, 아름다운 장소를 알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의 뇌가 만들어 낸 환상적인 묘사는 기억될 수 있었다.

 

마음 한편이 짠했던 부분은 작가님의 부모님에 대한 언급이셨다. 결론은 엄마, 아빠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것인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효도 관광을 보내드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보내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라는 것이었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부모님 그렇게 패키지여행을 보낸들 관광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벅차서 지치실 것이다. 거기다 자식 돈 그렇게 쓰게 하는 부모님은 그리 좋아하시지도 않을 것 같다. 말은 차라리 현금이 낫다고 하겠지만. 솔직히 점점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랑 살갑게 지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함께 간다면 부모님이 겉으론 싫어하실지 몰라도 속마음은 아닐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부모님도 점점 기운이 없어지시고 예전의 강골이던 모습이 쇠약해져가는 건 마음 아프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슬픔이 밀려온다. 작가님은 그렇게 부모님과 여수로 여행을 다녀온 뒤 몇 개월 뒤에 아버지는 영원의 여행을 떠나셨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계시는 부모님께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더 작은 분량이었는데 작가님은 특별 서비스 편을 썼다고 했다. 추천 여행지를 소개해 줬는데 흔한 장소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여행지가 아니다 보니 몸은 좀 피곤할 수 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여전히 나는 상상만으로만 생각해야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시도를 해볼 것이다.

 

<여행 준비의 기술> 은 내가 정말 유익했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 되었다. 작가님이 글을 참 잘 쓰셨다. 지루함도 없었고 일반적인 여행책이 아니어서 특색 있었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책이 잘 팔렸으면 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기에. 사진 없는 책이지만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p5

여행이 취미인 사람은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우울해지지만, 여행 준비가 취미인 사람은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그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p27

 

지금은 '해외여행 자유화'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게 들리지만, 우리 국민이 자유롭게 외국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1989년 1월 1일 이후다. 시행은 1989년부터이지만 결정은 그 전해, 서울 올림픽 무렵에 내려졌다.

 

p34

 

이탈리아 <아말피>는 007 영화의 촬영지로 사용된 적은 없지만, 1999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죽기 직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목록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세계적인 명소다.(초보 운전자를 제외한 모든 분께 강추다.)

 

p36

 

여행 준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이 풍성해지는 게 아니라 추억이 풍성해지는 거다. 여행을 앞두고 그 나라말을 조금만 공부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메뉴판을 읽고 원하는 걸 주문하는데 필요한 단어들을 익히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p37

 

힘들어도 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는 것처럼, 여행을 준비하며 그 나라말을 공부하는 것은 여행에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좋은 운동이다.

 

p58

 

인생에서 확실한 한 가지, 언젠가는 아주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늦기 전에 부모님과'함께' 가는 여행을 한 번이라도 더 다녀오시길.

 

p59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으론, 여행 준비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있는 행위이며, 여러 장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어떤 순간에 가장 좌절하는지, 결국 나의 가치관은 무엇이며 인생관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건 인생을 좀 더 알차게 보내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의 본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p63

그러니까 여행 준비란 자신에게 딱 맞는, 자신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내는 작업인 동시에 자신에게 별다른 기쁨을 주지 못할 여행지를 걸러내는 작업이다.

 

p64

 

우선 시그널 뮤직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가 있다. 작곡가이자 오카리나 연주자인 한태주 님의 <물놀이>라는 곡인데, 나는 우울할 때면 이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풀밭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어린 시절의 나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받고, 과거 즐거웠던 여행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며, 다음번 여행 날짜가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p65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최대 장점은 매우 유명한 여행지부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까지, 선진국의 대도시부터 개발도상국의 시골 마을까지, 화려한 대규모 축제부터 소박한 동네잔치까지, 다뤄지는 내용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여행지의 성격이나 PD의 개성에 따라 여행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전부는 아닌 듯하지만 꽤 많은 회차가 KBS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올라 있기 때문에 다시 보기도 쉽다. 워낙 편수가 많다 보니 웬만한 장소는 다 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좋은 곳' 이 없는지 찾고 싶을 때나 내가 관심이 가는 장소가 정말 내 취향인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걸세' 보다 더 유용한 정보원은 흔하지 않다.

 

p79

 

여행 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과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다. 또한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여행을 평소에 얼마나 다르게 꾸밀 것인가' 하는 점이다.

 

p92

 

욕심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지만, 희망은 최대한 많이 품어야 할 덕목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희망을 잃어버리는 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이를 먹어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서 스스로 행하는 것은 아직 청춘이라는 증거다.

 

p167

 

독서는 여행 준비를 자극하고, 여행 준비는 독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독서는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고, 여행은 독서를 더 즐겁게 만든다. 이런 게 바로 '선순환'의 좋은 예가 아닐까.

 

p203

 

유명한 관광지라고 해서 꼭 가야 한다는 법이 있나. 게다가 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그 유명 관광지는 알고 보면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곳도 아니다. 평소에는 존재도 몰랐다가 가이드북에서 처음 발견한 장소에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가이드북에 별표 다섯 개 붙어 있는 곳이라고 다 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어디 가서 자랑할 수도 없고 사진 말고는 남는 것도 없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내 마음이 왠지 끌리는 곳, 그곳을 선택했을 때 기억에 훨씬 더 오래 남는다. 좋은 곳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곳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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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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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난센스 노벨>_스티븐리콕_허선영옮김_
레인보우퍼블릭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 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주인공이 당면한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와 실존주의 철학이 가미 된 독특한 방식의 소설. 사실 이 책을 개연성만을 가지고 얘기한다는 것부터가 넌센스인 것 같다. 제목부터가 <난센스노벨> 이었기에 그저 예전의 영구시리즈, 맹구시리즈,최불암시리즈 등의 개그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고 쉬운 듯 쉽지 않은 이야기였으며 오롯이 현실성에만 맞춰서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도 그랬지만 얄미울 정도로 엉뚱했고 급기야 어이가 없기까지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엔 슬픔이 있다. 가난이 있고, 평민층의 꿈이 있는 이야기로 보여졌다. 소설 자체가 상류층의 고급진 이야기는 아니여서 평범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내면심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야기는 그래서 슬프지만 기쁠 수도 있고 희곡적 끝맺음에도 뭔가 개운하지 않는 느낌이 있다. 작가는 결국 해석을 독자들에게 맡겨버린 듯 했다. 기승전결의 스토리는 아니지만 쓸데없는 연결구를 잘라내듯 정갈한 문장들은 오히려 상황 자체를 이해하긴 수월했던 것 같다. 사실 작가가 만들어낸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 안에는 어떤 삶의 깊은  철학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쉬운 듯하면서도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이솝 우화에 작가만의 개성있는 이야기로 꾸며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보면 <난센스 노벨>이 아닌 <난센스 휴먼드라마> 였다. 우리 삶이란 것이 별것아닌 것 같지만 참 잔인하기도 하다. 그런 인생의 이면이 이 책엔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출간 된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름으로 공모전이 있을 만큼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예쁜 표지는 날 것이 아닌 옛 감성이 농밀하게 베어있는 듯하다. 문학의 아름다움에서 더 나아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북유럽식 유머를 통해 철학의 미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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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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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저세상 오디션>_박현숙_특별한서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 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참 독특하고 기발한 소재의 소설이었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세계의 이야기. 거기서 조금 다르게 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걷는 길. 이 책의 표지가 딱 그런 배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우리 기성세대의 뒤를 이을 미래의 보배로운 보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그듵에게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시작한다. 각자 생김새가 다 다르 듯, 인생도 여러 가지이다. 사랑과 의리 그리고 정의, 도덕과 양심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그들이었다. 그곳은 일반적인 저승은 아니었고 그 길목에 있는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데 좀 특별한 느낌이었다. 거기엔 마천과 사비라는 저승 사자가 있었고 그들의 노고로 높은 존재로부터 허락을 받아 만들어 낸 공간이었다. 재미있게도 열번의 오디션을 통해 합격을 하게되면 저승으로가는 길을 건너게 되었다. 심사위원은 각자 한명씩 따로 있었는데 본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에겐 선택권이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죽음이 죽음같지가 않아보이는 그들에게는 열번의 오디션을 보기까지도 천재지변이라는 고난을 견디어야 했는데 검은 안개가 불며 극심한 추위 속에서 망가져가는 몰골들이 되어야 했고, 미친 듯이 퍼붓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고통 받아야 했다. 
아비규환의 세계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 헤매던 그들은 당연히 탈락을 했고 협업을 통해 팀을 만들어도 마찬가지였다. 쉽지 않은 합격의 기로에서 대다수는 분노와 함께 포기하려 했고 희망 조차 희미해져 갔다. 서로간의 갈등 속에서 대비되는 감정선에 공감을 하게 되었고 자기 존재도 잊어가며 타인의 자살을 비난하는 모습은 
안타까워 보였지만 결국 개개인의 인생을 보면 모두가 소중해 보였다. 하나가 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결국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존엄성이 맞겠다. 내 인생의 어느 순간도 허투루 존재하는 건 없었으며 정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했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지만 세상으로 오기 이전의 우리는 영혼으로부터 선택되어져서 생명으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는 영성적으로 이해될 것 같다. 각 인물들의 인생들을 보며 현대 사회는 각자도생의 삶이라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대화를 통해 닫혀진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에서 인간애를 느낄 수가 있었다. 살아생전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하지만 겸허히 현실을 반성하는 그들이었다. 결국 자의가 아닌 사회적 자의식에서 비롯된 거였다는 건 슬픈 이야기였다. 삶을 반성하는 마음은 주인공인 일호를 통해 희망을 실어서 보내기를 원했고 남은 이들의 마음 속에는 그렇게 기억되어 졌을 것 같다. 지난 일을 되돌릴 순 없지만 자기 성찰을 이루는 모습은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깊은 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저세상의 오디션> 이 우리에게는 소설적 환상이겠지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좋은 소설이었다.





p12
"나는 수많은 영혼 중에서 일부 영혼을 선별하여 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지.그리고 그 영혼들은 이모저모 살펴서 세상에서 살고 올 시간을 정하는 일도 한다. 그 작업은 뼈를 깎아내고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자신들도 보내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리는 탈락한 영호들을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고통이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상으로 나가는 행운을 얻게 된 영혼들에게는 꼭 지켜야 할 규율이 있다. 바로 정해진 시간을 꽉 채우고 돌아오는 거다. 그걸 지키지 않는 것은 내 고통에 대한 배신이며, 선별에서 뒤로 밀린 수많은 영혼에 대한 크나큰 배신이기도 하다."

p35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오디션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 떨어져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판이 뒤집힐 수도 있지. 1차부터 합격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도전해라."

p43

"음악으로 주는 기쁨과 슬픔, 이런 감정은 꼭 가사를 알아듣지 않아도 느끼고 받을 수 있어.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 노래를 듣고 울컥해서 우는 경우도 있잖아?"

p53

원래 낯선 일에는 지켜보는 지혜도 필요해요. 무턱대고 나서기 보다는 지켜보면서 전략을 짜는게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p189

"생각해보니까 나도 역시 그 남자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나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왔고, 언제부터인가 그 남자에 대한 실망도 많아졌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가 여전히 좋다고 여겼던 그 모든 추억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리고 나는 처음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질 때, 죽을 때까지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었거든. 결국은 그 남자의 배신보다 변해버린 스스로가 더 두려웠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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