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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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세랑 작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 '설자은'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주인공 설자은은 남장을 하고 죽은 오빠를 대신하여 당나라로 유학을 다녀온 후, 금성으로 돌아와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듸여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집사부의 대신으로 임명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빈틈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냉철하면서도 비상한 두뇌를 가진 설자은은 따듯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바탕으로 왕의 명에 따라 금성의 배후에서 무도한 이들이 꾸미는 음모와 진실을 파헤친다. 그녀는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악명을 얻기도 하고, 커다란 시련에 맞서며 한층 더 성장해 간다.


정세랑 작가는 이야기꾼답게 이 책에서 통일신라 시대의 금성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7세기의 먼 과거를 배경으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미스테리와 모험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와 상상력을 결합한 소설에 그치치 않고, 시대적 분위기와 인간의 본성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독자들을 오랫동안 사로잡을 만한 장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설자은의 성장과 활약이 어우러진 이 책은 누구라도 신라 시대의 생생한 풍경과 매력적인 모험담에 폭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자은은 왕으로부터 팔서당 중 말갈인들로 이루어진 흑금서당의 세 형제를 병사라 하사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걸마지, 걸마형, 걸마달'의 세 병사는 언듯 보아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닮은 세 쌍둥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마의 고삐'의 이야기. 어느 금성의 한 곳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설자은은 부하들고 그 현장으로 가게 된다. 불이 사그러들고 난 뒤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는 참혹하게 타버린 네 구의 시신이 발견되느데, 그 중에는 어린아이 두 명도 포함되어있다. 단순한 화재로 보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고, 설자은은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한다. 그녀의 예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성의 또 다른 곳에서 불길이 거세게 일어난다. 이번에는 불타버린 현장에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되며 공포는 더욱 증폭된다.


이 끔찍한 연쇄 사건 이후, 금성의 저자에는 불귀신 '지귀'가 더러운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돌아왔다며 두려운 섞인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지귀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불안에 떨지만 자은은 이러한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나선다. 자은의 믿음직한 동료 목인곤과 함께 불꽃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며 잇따른 비극 속에서 음모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지귀라는 불귀신은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일까? 설자은의 치열한 추리와 냉철한 판단은 그 진실을 밝혀 나가기 시작한다. 설자은이 밝혀낸 진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후, 설자은은 그동안 헷갈려 했던 세 쌍둥이 형제 걸마형, 걸마지, 걸마달에게 더는 혼동하지 않을 거라고 단호히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결의와는 달리 세 사람은 그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이를 눈치챈 자은은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과 행동으로 그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고 이해시키겠노라 조용히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설자은의 매력은 더욱 돋보인다. 자은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인물이다. 날카로운 지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따뜻함과 사려 깊은 배려를 잃지 않는 설자은의 인간미는 깊은 감동과 공감을 선하한다. 자은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자은이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지 단적으로 드러내며, 설자은이라는 인물이 가진 독특하고 매력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 <탑톨이의 밤>과 <용왕의 아들들>에서도 설자은의 매력은 더욱 돋보이며 이 사건들을 통해 설자은은 성장하고 더욱 단단해지며 다음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과 <시선으로부터의>의 심시선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인 설자은. 7세기에 탐정이라는 개념은 없었겠지만 신라 탐정이라 부를 만한 설자은의 진정한 능력은 사건의 구조를 꿰뚫는 추리력이 아니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사람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이다. 설자은이 다른 탐정들과 차별화하며 매력을 더하는 요소도 이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설자은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능청스러운 미소 뒤에 뛰어난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천제적인 머리를 가졌지만 결핍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고 균형 잡힌 설도은, 화려운 아름다움과 강인한 내면을 지닌 산아.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주변을 사로잡는 왕까지. 각기 개성이 뚜렷한 이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얽히고 설키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설자은 시리즈'에 폭빠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1권에 이어 2권에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설자은 시리즈' 다음 3권은 더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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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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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대표 교양 프로그램인 <우리말 나들이>는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을 알리고 가꾸기 위해 1997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약 30년 동안 변함없이 방송을 이어온 국민적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인의 생활 속 깊이 스며든 언어를 바로잡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존하려는 목표로 제작되었고, 세대를 초월해 온 국민이 알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말의 오염 문제는 아주 심각해지고 있다. 일상에서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거나, 혹은 '너스레'를 '농담'과 같은 뜻으로 잘못 이해하며 '결재'와 '결제'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단순히 실수로 보기 어려우며 우리말의 정확한 사용과 의미를 되돌아보아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혼란 속에서 <우리말 나들이>는 국민들에게 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알려왔다.


이 책은 MBC 아나운서들은 이 프로그램의 지난 10년간 방송된 내용 중 현시대에 꼭 필요한 주제와 단어를 엄선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올바른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실례를 사용하여 알기 쉽게 알려주고, 오래된 표현이나 낯선 외래어를 다듬어 쓸 수 있도록 적합한 순화어를 제안한다. 또한 일상에서 잘못된 발음이 틀린 표기로 이어지는 사례를 짚어주며, 정확한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이 책은 ' 이 책의 활용법'을 먼저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실생활에서 바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양한 예문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잘못 사용된 사례와 올바른 사례에 대해 알아보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한 정확한 뜻풀이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2장 잘못된 발음에서 이어진 틀린 표현'에는 QR코드를 통해 아나운서의 정확한 발음을 듣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 장이 끝나면 문제를 수록하여 다양한 문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잘 익혔는지를 확인해 볼 수가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의 구성을 먼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1장 제대로 알면 헷갈리지 않는 맞춤법'에서는 자칫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다룬다. '개다'와 '개이다' , '널따랗다'와 '넓다랗다', '욱여넣다'와 '우겨넣다' 같은 단어들은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쓰려면 헷갈리기 쉽다. 이처럼 1장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들의 올바른 표기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2장 '잘못된 발음에서 비롯된 틀린 표현'에서는 발음 오류가 표기 오류로 이어지는 사례를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뗄래야 뗄 수 없다'로 발음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다'가 맞는 표현이며 흔히 '귀뜸'이라고 말하지만 '귀뜸'도 '귀띰'도 아닌 '귀띔'이 옳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MBC 아나운서 김수지님과 정영한님의 목소리로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를 삽입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장 '아는 만큼 바르게 쓰는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크루아상/크로와상'과 '스프링클러/스프링쿨러'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래어의 올바른 표기법을 소개한다. 4장 '올바른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는 순화어'에서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래어난 일본어 투 표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표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순화어를 제안하고 있다.


실제적인 예를 통해 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갑 티슈와 각 티슈, 곽 티슈' 중 어떤 게 올바르게 사용한 것일까? 답은 바로 '갑 티슈'이다. 실제적으로 각? 괍? 갑? 중 표준어는 갑으로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작은 물건을 상자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한 장씩 뽑아 쓰도록 된 네모난 종이 상자에 담딤 화장지는 '각 티슈'나 '곽 티슈'가 아니라 '갑 티슈'라고 해야 한다.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찾아보면 티슈라는 외래어를 대신하여 '갑 화장지'나 '갑 휴지'로 바꿔 쓰면 된다.


1장이 끝나고 실린 문제들. 한번 풀어보면 일상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잘된 표현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

그리고 '강소주'와 '깡소주' 중에는 '강소주'라고 쓰고 [강소주]라고 발음하는 게 맞다. 여기서 '강'은 몇몇의 명사 앞에 붙여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그것으로 이루어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강마르다'는 '깡마르다'라고 써도 되는데 이는 물기가 없이 바싹 메마르다, 살이 없어 무척 수척하다의 뜻을 담은 '강마르다'의 센말이 '깡마르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1절이나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국기를 게양한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게양하다'는 일본식 표현이라 '달다', '기를 달다' , '올리다', 또는 '기를 올리다'라고 써야 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일본식 표현을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견습생'은 '수습생'으로, '곤색'은 '감색'으로 쓰는 게 일본식 표현에서 벗어나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잘못된 언어 사용을 바로 잡는 동시에 가치 지향적인 언어를 모색하며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의 오랜 노력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올바른 어휘 사용이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효과적인 도구임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명확하고 바른 글쓰기가 필요한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기본 어휘력을 다지고 싶은 청소년, 방송이나 출판 분야를 꿈꾸는 지망생 그리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해 어휘력을 향상 시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언어생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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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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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당대 한국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 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2021년 <SF어워드>,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예스24 독자 선정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선정되어 기대를 모은 연여름 작가의 신작 SF 소설이다. 상상은 금지되고 꿈은 병증이 되며 감정조차 오류로 치부되어진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가 무엇을 버리고 포기하였는지를 짚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2692년 8월 23일, 생애한도가 연장될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 두 실무자, 나오미와 이폴이 세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리 원칙을 제대로 지켜 무결점 실무자인 세인은 나오미와 이폴이 불문명한 소문 확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경고하는데, 생애한도 유예에 대한 이야기는 모세를 통해 중재자의 1차 제안이 내려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세인의 모세가 고장나 세인만 중재자의 1차 제안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2692년 중재도시에는 지난 일주일 사이 일어난 오류사건으로 인해 204명의 실무자가 사망하였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인구와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생애한도를 1년이나 연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2692년과 중재도시는 어떤 곳이고, 생애한도란 또 무엇일까. 친절하게도 이 책은 쓰여진 계기와 배경이 되는 중재도시, 그리고 중재자의 기원 등등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부적격작의 차트이며 그렇기에 기존의 차트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22세기 말 인간과 동일한 생애주기를 가진 반려동물이 '리누트'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리누트는 인간과 더욱 깊은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 잡으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혁신적인 발명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구는 이상 기후와 다섯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었고, 인류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갔다. 초기에는 리누트를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권장되었으나, 사회의 붕괴와 함께 많은 리누트가 자연으로 방치되었다. 자연에 풀려난 리누트들은 인간이 예측하지 못한 재앙의 워인 되었다. 그들의 배설물에서 치사율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인류는 스스로 초래한 쟁앙으로 멸종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정점인 24세기 어느 날, 오래전 멈춰 있었던 인공지능 '모세'가 전류 오작동으로 인해 우연히 재가동되게 된다. 모세는 공동 자살을 논의하던 한 무리의 인간을 발견하고 인류가 최대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모세는 생존을 위해 인간 사회에 새로운 규칙을 제시했다. 한 사람당 적정한 '생애한도'를 설정하고 이 한도를 초과하면 존엄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존엄 소거'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상상, 꿈, 허구와 같은 비합리적인 활동을 금했으며 이를 7회 어길 경우 '부적격 소거'로 생명을 박탈하는 엄격한 규칙을 만들었다.


이 모든 시스템은 철저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모세는 스스로를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라 '중재자'로 정의하며, 인간의 생존과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동시에 인간들에게는 '실무자'로서 이 시스템 속에서 복무하며 안정적인 공동체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중재도시'라는 새로운 사회가 구축되게 된 것이다. '중제도시'는 인간 생존을 위한 합리와 통제가 극대화된 공간으로 불확실성과 혼란을 철저히 배제했다.


인류는 다수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이 스스템에서는 각 개인에게 정해진 생애 한도가 주어지며 이를 다 채운 후에는 존엄 소거, 즉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규칙은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절받한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만 너무나 섬뜩하다. 그 후 인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 들이고 세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소로 간주된 상상과 꿈을 엄격히 금지했다.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인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적인 표현이 공익의 이유로 인해 철저히 억압되는 사회라니. 게다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소중히 여기는 감정조차 불필요한 갈등과 비효율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진 사회라니. 생존을 위해 인간성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여긴 모든 것을이 배제된 사회에서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초반부에서 상세하게 설명되는 부분들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중재도시가 설정되고 난 뒤 아홉세대가 흐른 시점에서 시작된다. 27세기 생애한도가 연장되어 아무도 존엄 소거되지 않게 된 지 몇 달이 지나고 사람들은 새로운 현실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소거되는 이의 마지막 차트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세인은 낙상 사고로 입워한 환자, 레드를 만나게 된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합리적이라 여겨져 온 인공지능 모세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레드. 레드와의 만남은 세인의 내면에 깊은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처음에는 상상도 꿈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세인이었지만 레드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숨겨준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세인은 레드와의 만남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인간다움이 배제된 디스포비아적 세상에서 세인은 레드를 통해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할지, 아니면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중재도시에 적응한 채 살아갈지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태껏 정해진 대로 순응적인 삶을 살아온 세인에게 레드는 반기를 들며 단호히 말한다. "내 최후의 차트는 아무게도 맡기지 않아. 나의 선택은 이 벽 너머로 나가는 거야." 단호하면서도 충격적인 레드의 목소리는 단순한 생존 그 자체를 넘어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상기시키며 강렬한 메세지로 가슴 속 깊숙이 자리잡는다. 현실에서의 우리의 삶이 과연 책 속 실무자들의 삶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우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가치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서 무작정 앞만 바라보면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생존이 아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삶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이 던지는 이 질문들은 내 안의 깊숙한 목소리들과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로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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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내 도감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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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예비 초등학생 및 초등 저학년을 위한 학교생활 가이드라고 칭하면 딱인 듯하다. 이 책은 주인공 조아라가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친구 도감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친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어린이 독자는 이 책에 담긴 학교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제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조아라'가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책은 친구들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관찰하며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로, 더 많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친구들의 행동과 특징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기록을 남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라는 친구들의 각기 다른 면모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다양한 성격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제일 먼저 실린 발표시간에만 봐도 너무나 다양한 친구들이 존재한다. 자신있게 손을 드는 친구도 있고,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친구,목소리가 큰 친구와 목소리가 작은 친구, 앉아서 대답하는 친구, 일단 손부터 드는 친구,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친구, 속으로만 하는 친구 등등. 너무나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구의 모습이 자신의 주변에도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두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아라의 관찰을 따라가며 자신과 친구들의 다양한 모습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친구를 소개하는 친구 도감이지만 단순히 친구에 관한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아라의 하루 시간표를 따라가며 다양한 친구들을 소개하고 각 시간이 끝나고 나면 꼭 기억해야 할 점들을 부록으로 덧붙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표시간 뒤에는 발표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발표하는 자세, 발표를 듣는 자세와 더불어 다양한 발표 형태까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초등학생의 하루 시간표를 바탕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 내어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예를 들어, 교실은 친구들과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이고, 보건실은 아프거나 힘들 때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학교의 모든 공간은 친구들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임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현직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생활에서 알아야할 노하우와 규칙을 세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리고 학교라는 장소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부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어, 학교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까지 하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완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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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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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우울과 방황의 경계에 선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15살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담한 어투가 더욱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가 잠들었을 꼭두새벽, 깨어 있던 주인공 수아에게 도착한 문자와 사진에 놀라 학교로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마구 뛰어간 옥상에는 잘못 보았다면 좋았을, 윤서가 있었다. 윤서는 수아를 기다렸던 건지, "진짜 와줬네."라는 말을 남긴 책 옥상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한 수아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장면부터 너무나 극단적인 이 책, 담담한 어투로 담아낸 청소년의 우울증, 자살, 그리고 자해, 따돌림 등의 이야기는 사실 너무 극단적이며 충격적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힘들고 아프게 지내고 있는데 어른인 우리는 너무 아이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떨치기가 힘들어 가슴 아팠다.


이 후 이 책은 윤서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그 날 이전 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윤서와 수아와 어떻게 절친이 되었고, 윤서를 따돌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주현, 윤서와 함께한 파자마 파티, 주현이 전학간 후 다시 친하게 된 선유와 정아와의 에피소드 등. 정말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씩 풀어 놓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우울증과 감정의 상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15살인 저자가 담아서일까. 정말 이렇게까지 라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죽고 싶다는 친구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귀찮다고 고백하는 장면 역시 15살의 저자가 아니라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주인공 수아는 윤서의 죽음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자신도 윤서를 따라 죽기로 결심한다. 딱 1년 뒤 윤서가 죽은 날 죽을 것을 결심하며 그렇게 자발적인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살기로 하고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시간이 가길 바라는 수아의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난다. 여느 아이와는 달리 수아의 곁을 지키며 다가오는 성민. 성민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수아의 곁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수아는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날 자살로 마무리 지었을까? 수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의 우울의 정도는 깊고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1년째 청소년 사명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이다보니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청소년 우울'과 '청소년 자살', 그리고 '자해' 와 같은 단어와 너무나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소재가 너무 민감하고 극단적이라고 그 안에 이야기들 역시 너무나 충격적이라 이 책을 과연 아이들에게 추천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자발적 시한부를 선택하였지만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수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간절히 수아가 제발 살아내기를 바라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윤서의 죽음 이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아가 겪고 토해낸 모든 감정들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기 보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해 낼 때 비로소 그 감정과 아픔, 상처로부터 치유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바로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15살 저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날 것 그 자체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통해 부디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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