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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우울과 방황의 경계에 선 사춘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15살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아주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담한 어투가 더욱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가 잠들었을 꼭두새벽, 깨어 있던 주인공 수아에게 도착한 문자와 사진에 놀라 학교로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마구 뛰어간 옥상에는 잘못 보았다면 좋았을, 윤서가 있었다. 윤서는 수아를 기다렸던 건지, "진짜 와줬네."라는 말을 남긴 책 옥상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한 수아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된다. 첫 장면부터 너무나 극단적인 이 책, 담담한 어투로 담아낸 청소년의 우울증, 자살, 그리고 자해, 따돌림 등의 이야기는 사실 너무 극단적이며 충격적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토록 힘들고 아프게 지내고 있는데 어른인 우리는 너무 아이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떨치기가 힘들어 가슴 아팠다.
이 후 이 책은 윤서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그 날 이전 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윤서와 수아와 어떻게 절친이 되었고, 윤서를 따돌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주현, 윤서와 함께한 파자마 파티, 주현이 전학간 후 다시 친하게 된 선유와 정아와의 에피소드 등. 정말 평범한 일상들을 하나씩 풀어 놓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우울증과 감정의 상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15살인 저자가 담아서일까. 정말 이렇게까지 라고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죽고 싶다는 친구를 달래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귀찮다고 고백하는 장면 역시 15살의 저자가 아니라면 담을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주인공 수아는 윤서의 죽음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자신도 윤서를 따라 죽기로 결심한다. 딱 1년 뒤 윤서가 죽은 날 죽을 것을 결심하며 그렇게 자발적인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그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살기로 하고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시간이 가길 바라는 수아의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난다. 여느 아이와는 달리 수아의 곁을 지키며 다가오는 성민. 성민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수아의 곁을 지키려 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수아는 자발적 시한부의 삶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날 자살로 마무리 지었을까? 수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생각보다 요즘 아이들의 우울의 정도는 깊고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1년째 청소년 사명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이다보니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청소년 우울'과 '청소년 자살', 그리고 '자해' 와 같은 단어와 너무나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소재가 너무 민감하고 극단적이라고 그 안에 이야기들 역시 너무나 충격적이라 이 책을 과연 아이들에게 추천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자발적 시한부를 선택하였지만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수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간절히 수아가 제발 살아내기를 바라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윤서의 죽음 이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아가 겪고 토해낸 모든 감정들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기 보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해 낼 때 비로소 그 감정과 아픔, 상처로부터 치유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바로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는 15살 저자의 시선으로 전하는 날 것 그 자체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책을 통해 부디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