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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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와 제목에서 이미 따스한 이야기일 꺼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책 표지와 띠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부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이 문장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이 책은 2021년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작가 아오야마 미치코의 데뷔작으로 마블 카페에서 한 잔의 코코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도교와 호주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각각 6편씩, 총 12편의 연작 단편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과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타내는 색깔,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장소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총 12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는 총 열두 가지 빛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코아씨라 불리는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마블 카페 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블 카페는 조용한 주택가의 구석에, 강변의 벚나무 가로수가 막 끝나는 지점에, 큰 나무 뒤에 숨듯이 있다. 테이블 석 세 개와 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 멋없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있는 작은 카페다. 마블 카페의 직원인 주인공 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들려 코코아를 주문하는 한 아가씨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목요일 오후 3시가 지났을 즈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세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대체로 긴 영문 편지를 읽거나 쓰고, 영자 신문을 읽거나 창문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마블 카페를 들어온다. 녹초가 되어서 토트백을 맨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녀가 늘 앉는, 좋아하는 자리에 손님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한복판 테이블에 앉는 그녀.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주인공 나는 보고야 만다.


홀로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코코아씨를 위해 주인공 나는 얼른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를 치우고서 말을 건넨다. 그렇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과연 코코아씨와 주인공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노란색의 <참담한 달걀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사미는 워킹맘으로 이태껏 남편이 전업으로 아이와 살림을 맡아주어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 테루야가 그린 그림이 인정을 받아 쿄토에서 열리는 전람회에 참석하게 되면 서 홀로 아이를 맡게 된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케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의 도시락까지 쌓야 한다.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홀로 달걀말이를 연습하고 연습해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우울해하던 아사미에게 남편은 전화로 프라이팬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알려주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려했던 아사미에게 멋진 엄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위로의 말은 아사마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며 남편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게끔 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번째 이야기, <자라나는 우리>에서는 관계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가, 네번째 <성자의 직진>에서는 오래된 친구 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을 발견해가는 신혼 부부의 이야기가, 여섯 번째 <반세기 로맨스>에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부부의 로맨스 그레이가 펼쳐진다. 일곱 번째 <카운트다운>은 초록으로부터 구원 받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덟 번째 <랄프 씨의 가장 좋은 하루>에서는 오렌지색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랄프 씨의 마법의 사랑이, 아홉 번째 <돌아온 마녀>에서는 오렌지 색 랄프 씨의 연인이기도 한 '타쿼이즈 블루'처럼 신비로운 신디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열번 째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는 시드니에서 번역가로 사는 아스코의 삶이 충만한 이유가, 열한 번째 <삼색기의 약속>은 이 시대를 확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러브 레터>는 첫번째 이야기의 코코아씨가 주인공으로 반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열두가지 색깔의 각각의 이야기에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읽어 따스함에 물들어 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에도 이렇게 따스함으로 서로가 이어져 다정을 전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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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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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띠지에 나와 있다시피 이 책은 프랑스에서 굉장히 인기를 많이 받은 책이다. 프랑스에서만 11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전 세계 45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을까? 우선 표지의 그림에 왠지 이 책에 관한 힌트가 있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제목인 '아노말리'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 '모순' 이라는 뜻으로, 주로 기상학이나 데이터 과학에서 '이상 현상', '차이 값'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아노말리'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걸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p187)

 

 이 책은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석달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사람들을 싣고 동일 지점에서 난기류를 겪은 전대 미문의 사건을 담고 있다. 2021년 3월 10일, 파리에서 출발하여 뉴욕으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예고에 없던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은 후 무사히 착륙한다. 승객들은 공포로 가득했던 기억들을 뒤로 하고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단 한 사람, 프랑스 소설가인 빅토르 미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파리로 돌아가 [아노말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탈고한 후 편집자에게 보내고 발코니에 투신해서 죽는다. 그리고 세 달 뒤인 6월 24일, 동일한 여객기가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동일한 착륙 지점을 향해 간다. 그런데, 여기서 기가 막힌 것은 이 두 비행기에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기장과 승무원, 승객들을 싣고 있다는 거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뉴저지 공군 기지로 비상착륙 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한다. 911 테러 사건 이후 국가 비상 사태를 위해 개발한 수많은 프로토콜 중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고, 영영 실행 될 것 같지 않았던 '프로토콜 42'가 발효되게 된다. 과연 이러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3월의 여객기와 6월의 여객기의 사람들은 모두 두 명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이 책은 문제의 비행이 있기 전 각각의 등장인물의 삶을 담은 1부 '하늘처럼 검은(2021년 3월 ~ 6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 후 미국 정부가 과학계, 종교계 및 세계 주요 정상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미 공군 기지 격납고에 역류된 승객들이 겪는 사흘을 담은 2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2021년 6월 24일 ~ 6월 26일), 그리고 그 이후의 변하게 된 등장인물들의 삶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상을 담은 3부 '무의 노래(2021년 6월 26일 이후)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은 울리포 작가 레몽 크노의 시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청부 살인 업자 블레이크다. 블레이크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살인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그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 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어떻게 처리하는 지 등등 그가 청부 살인 업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에서 청부 살인업자로서의 일상을 너무나 세밀하고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읽자마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등장인물은 바로 빅토르 미젤. 그는 작가로서 두 편의 소설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명성을 얻지 못하고 번역으로 먹고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주미 프랑스 대사관 문화 센터의 재정 후원을 받는 미국의 프랑스 관련 협회에서 번역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3월의 비행기를 타게 도고 끔찍한 난기류를 만나게 된다. 두 번의 난기류를 겪으면서 그는 자신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나중엔 발버둥 치지도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실험용 쥐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체 몸을 받긴다. 그 후 파리로 돌아와 글쓰기에 몰입한 그는 작품을 마치자 마자 발코니 너머로 자신의 몸을 던져 자살한다.

 여객기에 탄 주요 인물들은 참 다양하다. 각 인물별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청부살인 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어린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으로 접어든 건축 설계사와 그의 연인인 젊은 영화 편집인 등. 접점이 아예 없는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킨다.

 석 달이라는 차를 두고서 3월의 여객기의 사람들과 6월의 여객기의 사람들은 자신의 '분신'을 대면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분신을 받아들일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이야기 자체에 완전 몰입시키며,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자신의 분신에 대한 반응들은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시공간에 생긴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똑같은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다소 황당하고 SF적인 이 이야기의 설정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다. 그렇기에 정말 다양한 인종,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것들이 다른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분신을 대면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늙음에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제 자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된 비밀에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부인했던 정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다.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고민하게 만든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나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나와 모든 것을 공유하는 나라는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나 뿐만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면은 나를 성찰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하나의 분기점이 될 듯 싶다. 이 책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독특한 결말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 소셜의 결말은 무슨 뜻인지 불확실한 글자들의 캘리그램으로 끝이 난다. 저자는 원래의 텍스트를 비밀에 부친 채 각국의 번역가들에게 알아서 텍스트를 창조하고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으로 글자를 지우고 해체한 후 '끝'이라는 글자만을 남겨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너무나 충실한 결말은 정말 독특하다. 우리의 삶이 이토록 불확실성에 가득 차있음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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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F를 좋아해 -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 오늘을 쓰는 한국의 SF 작가 인터뷰집
심완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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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면 대체로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특히 애정하는 장르는 단연 SF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작가들을 너무 좋아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술 활동, 비평, 해설,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SF 세계를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평론가 심완선님이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여섯 작가를 만나 나눈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여섯 작가의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생활을 세밀하게 담은 인터뷰집인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한국 SF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발을 들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저자는 책에는 정말 간편한 해답도 확실한 구원도 없지만 읽는 행위는 우리에게 아주 많은 삶과 세계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읽는 행위를 통해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SF는 무척이나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장르라 할 수 있다. SF 장르에서는 삶과 세계의 가능성은 아주 폭넓게 펼쳐진다. SF에서는 종종 비인간은 비인간적으로, 인간은 우주적으로 확장되곤 한다. 게다가 아득하게 멀지만 곧 눈 앞에 도달할 듯한 세계가 묘사되기도 한다. 책이 그러하듯이 SF 세계에서도 뾰족한 해답이나 구원은 없다. SF는 현실의 빈틈과 가능성을 마주하는 공간이기에 더 즐겁고 더 혼란스럽다고 할까. 그렇기에 독자인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 다음 책을 읽을 것이다.


심보영 작가에게 SF를 쓰면서 과학적 또는 이론적 측면을 어떻게 채우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심보영 작가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심보영 작가는 한 문장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중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하여 고등학교, 대학교 교과서로 확장하여 공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공부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해야 해요."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렇게 공부 앞에 겸손함과 문장 하나의 소중함을 깨친 작가라면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보영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김초엽 작가가 <지구 끝의 온실>에 대한 인터뷰 중 식물에 대해 말한 내용들은 꽤 인상적이다. 식물은 인간하고는 너무나 달리 개체성이 불문명하며 죽음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다르다는 말이 신박하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인간의 입장에서만 바라봤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나의 취향을 조금 내려 놓으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김초엽 작가의 말. 너무 멋지고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서 밑줄을 쫘악 긋고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취향이라 불리는 마음의 장벽 때문에 새로운 세걔를 새로운 작품들을 그동안 못 본 거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물렁한 장벽을 가지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가보지 못한 길, 알지 못한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도 꽤 좋고 즐거우니까 말이다.


SF세계에서는 여느 소설보다 훨씬 쉽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혐오나 차별이 자라지고, 장애 요인나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요인들이 강점이 되곤 한다. '표준'이 바뀐 세상을 상상하며 작가들은 오늘의 빈틈과 문제를 마주하며 내일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곤 한다. 그렇다고 SF세계를 통해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이 유토피아나 이상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는 달리 무언가 뒤바뀐 SF 세계를 통해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문제점과 고민에 좀 더 쉽게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가면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달라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SF 세계가 여느 소설의 세계보다 더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여섯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쓴다. 작업 시간, 작업 공간과 이야기를 짜는 방식까지 모두 너무 다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즐거움만큼은 모두가 누리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SF 장르는 공고히 자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SF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섯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유대감들을 통틀어 볼때 앞으로 한국 SF는 좀 더 굳건히 그 자리를 매겨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렇다. 우리는 SF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렇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적으로 쓰고 있기에 앞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SF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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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
배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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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레시피>, <환상의 동네서점>의 배지영 작가의 시간이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라는 제목을 가만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일렁인다. 이 책은 글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쓰고 싶은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글쓰기 에세이이자 실현 가능한 조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지난 몇 년간 글쓰기 수업을 통해 쓰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건드리고, 꾸준히 끝까지 쓰게 격려하고, 쓴 글이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도록 이끌어왔다. 그 과정과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쓰는 사람'들에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참 좋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왜 글쓰기를 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쓰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재미있어서 혼자 오래 썼던 저자는 쓰면 쓸수록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늘었고, 그토록 근사한 경험을 글쓰기 수업에서 전하려고 했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글을 완성하고 환희를 만끽하는 '쓰는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 덕분에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통해 타인과 연결될 수 있고, 살아가는 일에 영향을 미치며 뜻밖의 장소로 데려간다는 저자의 말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쓰는 일이 이토록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을 나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기에 나또한 이렇게 블로그를 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일상을 표현하고 블로그 이웃들의 공감과 위로들이 사실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블로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표현의 자유가 아주 보장된 시대이다. 유튜브, SNS 등등 개인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에세이의 전성시대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는 일은 아직도 두렵고 막연하다. 시중에 나와있는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음에도 과연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 지에 관한 막연함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나자신에게 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고서 '쓰는 사람'이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의 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별하지 않으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들의 이야기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쓰는 사람이 되어 행복해 하는 그들의 모습들이 연상이 되었고, 그들의 기쁨이 얼마나 큰 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구체적인 글쓰기 과정도 세세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의 과정은 무조건 꾸준함이라고 말한다. 꾸준히 쓰기 위해 꾸준히 글감을 찾고 가꾸고 필요에 따라 꺼내는 방법, 한 독자를 설정해 놓고 써나가는 방법, 글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도, 문장의 부호와 문단 나누기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저자 본인의 경험과 글쓰기 수업에서의 예시를 통해 낱낱이 담고 있어 자기계발서와 같은 실제적인 도움과 방법들을 많이 담고 있다. 그리고 '글쓰기는 품질보다는 생산량'이라며 완벽하지 않아도 많이 써보라는 저자의 말은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에게 많은 용기가 될 듯 싶다.

글쓰기 수업이 끝나도 단체 메시지방을 통해 서로의 글쓰기를 독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하는 저자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토록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쓰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픈 나에게는 용기를 듬뿍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쓰는 사람들은 삶의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여 나를 표현하고나면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 한편을 쓰면 대단한 걸 이룬 것 같다고. 나만의 이야기가 뻗어나가 만나 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통쾌하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지라도 글쓰는 자신은 달자졌다고. 그래서 이제 글쓰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으로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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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가상 현실 속 세계에서 수학을 이용하여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수학적 개념에 너무나 자연스레 녹여 있어서 쉽게 수학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수학에 대한 재미를 깨닫게 해주는 수학 판타지 동화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네르라는 한 남자가 블랙홀을 통해 70년 전의 과거를 보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과연 네르의 정체는 무엇길래 블랙홀을 통해 과거를 지켜 보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가 기다리고 있는 진 박사님은 과연 누구일까? 네르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 벌크를 이용하여 과거 속에 존재하는 진박사님의 부모님을 공격하여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진박사의 수제자이자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네르는 경호원인 리드와 함께 위험에 빠진 진박사를 찾는다. 이 때 그들은 진 박사의 위치를 찾기 위해 이야기하다가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1차원에서부터 시작하여 3차원으로 확장하고 이는 블랙홀까지 확장되어 정말 쉽게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네르와 리드는 무사히 진박사를 찾아내어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진의 시점으로 돌아와 진행된다. 진은 2년 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게다가 오늘은 진의 현장체험학습날이다. 할머니는 진을 위해 도시락과 용돈을 준비해 주셨지만 진의 마음은 편지 않다. 우선 전학을 와서 아직까지 친구를 사귀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친구들에게 다 있는 스마트폰이 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를 가던 길에 진은 길가에서 버려진 스마트폰을 발견하게 되고 호기심에 주어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스마트폰의 주인이 연락할 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기로 한 진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현장체험을 가는 버스를 타게 된다. 그리고 다른 친구 모두가 핸드폰에 빠진 시간,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에 깔린 유일한 앱을 누르게 된 진.


그렇게 우연히 주운 핸드폰을 통해 수학 플레이어가 된 진. 핸드폰에 깔린 앱을 통해 가상 현실에 들어가게 된 진은 자신이 미래에 핵전잭을 막는 위대한 수학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던 진의 부모님이 가상현실에서 적들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도 알게 된다. 적들은 핵전쟁을 막는 진이 수학자가 되지 못하게 할 것이므로, 진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수학자가 되어 살아남야 한다. 과연 진은 어떻게 수학자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은 무사히 살아남아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추천한다.


가상 현실과 현실을 넘나들면 펼쳐지는 진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하나의 게임과 같은 그림들은 진의 이야기에 더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쉽게 녹여 있는 수학에 대한 개념과 그래프 혹은 도표를 통한 자세한 설명은 수학이 그리 어렵기한 것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수학자가 되기 위하여 진이 배우는 수학의 개념들을 진과 함께 알아가다 보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알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수학 플레이어가 되는 진의 첫번째 이야기이다. 그렇다보니 진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과연 진은 무사히 수학자가 될 수 있을까? 수학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걸까? 어서 빨리 정식 발간이 되어 가상 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진의 모험이야기에 폭 빠지고 싶다. 수학이 너무 어렵기만 한 아이들에게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너무나 재미난 책이 될 듯 싶다.


**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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