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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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와 제목에서 이미 따스한 이야기일 꺼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책 표지와 띠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부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이 문장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이 책은 2021년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작가 아오야마 미치코의 데뷔작으로 마블 카페에서 한 잔의 코코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도교와 호주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각각 6편씩, 총 12편의 연작 단편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과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타내는 색깔,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장소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총 12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는 총 열두 가지 빛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코아씨라 불리는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마블 카페 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블 카페는 조용한 주택가의 구석에, 강변의 벚나무 가로수가 막 끝나는 지점에, 큰 나무 뒤에 숨듯이 있다. 테이블 석 세 개와 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 멋없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있는 작은 카페다. 마블 카페의 직원인 주인공 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들려 코코아를 주문하는 한 아가씨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목요일 오후 3시가 지났을 즈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세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대체로 긴 영문 편지를 읽거나 쓰고, 영자 신문을 읽거나 창문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마블 카페를 들어온다. 녹초가 되어서 토트백을 맨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녀가 늘 앉는, 좋아하는 자리에 손님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한복판 테이블에 앉는 그녀.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주인공 나는 보고야 만다.


홀로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코코아씨를 위해 주인공 나는 얼른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를 치우고서 말을 건넨다. 그렇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과연 코코아씨와 주인공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노란색의 <참담한 달걀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사미는 워킹맘으로 이태껏 남편이 전업으로 아이와 살림을 맡아주어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 테루야가 그린 그림이 인정을 받아 쿄토에서 열리는 전람회에 참석하게 되면 서 홀로 아이를 맡게 된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케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의 도시락까지 쌓야 한다.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홀로 달걀말이를 연습하고 연습해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우울해하던 아사미에게 남편은 전화로 프라이팬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알려주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려했던 아사미에게 멋진 엄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위로의 말은 아사마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며 남편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게끔 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번째 이야기, <자라나는 우리>에서는 관계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가, 네번째 <성자의 직진>에서는 오래된 친구 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을 발견해가는 신혼 부부의 이야기가, 여섯 번째 <반세기 로맨스>에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부부의 로맨스 그레이가 펼쳐진다. 일곱 번째 <카운트다운>은 초록으로부터 구원 받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덟 번째 <랄프 씨의 가장 좋은 하루>에서는 오렌지색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랄프 씨의 마법의 사랑이, 아홉 번째 <돌아온 마녀>에서는 오렌지 색 랄프 씨의 연인이기도 한 '타쿼이즈 블루'처럼 신비로운 신디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열번 째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는 시드니에서 번역가로 사는 아스코의 삶이 충만한 이유가, 열한 번째 <삼색기의 약속>은 이 시대를 확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러브 레터>는 첫번째 이야기의 코코아씨가 주인공으로 반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열두가지 색깔의 각각의 이야기에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읽어 따스함에 물들어 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에도 이렇게 따스함으로 서로가 이어져 다정을 전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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