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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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오늘 하루를 잘 견뎌낸 우리에게 전하는 눈부시고도 따스한 응원의 메세지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어렵게 느껴질 때>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일상 속에서 애쓰는 독자들의 낮과 밤에 행복을 불어넣어 주고하 하는 마음의 글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의 버팀이 마침내 커다란 기쁨으로 펼져질 수 있도록 이 책 가득 전해지는 응원의 메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북돋아지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우리에게 눈 앞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널리 쓰이곤 했지만 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행복은 없고, 지금 무엇이든 행복이라 느낄 수 있다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음을 명심하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인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이곳에 있는 우리를 인정하고 살아할 수 있다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행복을 누리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사는 것이기에, 고생 끝에 행복이 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의 곳곳에는 지금보다 더 괜찮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토닥이는 글들이 가득하다. 살면서 배우는 것들이라는 제목 아래 적혀진 문장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수도 있다. 뻔한 문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 하나씩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격려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게 바로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 길지 않은 글들 사이에 담긴 따뜻한 응원의 문장들. 그 문장들이 가진 기운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충전을 하는 듯하다.


바깥에서 타인에게는 "고마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잘만 하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살아 줘서 고마워.', '나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잠시 띵해졌다. 나역시 타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나 엄격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저자의 말들에 공감이 갔다. 인간이기라면 당연히 부족한 것들마저도 완벽하기를 나 역시 바랬기에 그래서 내가 행복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저자의 말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 이 책의 문장을 빌려 '존재해 줘서 고맙다고, 부족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다 괜찮다고. 애쓸때도, 애쓰지 않을 때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그런 나를 내가 가장 믿고 응원한다고.' 말해본다.


저자는 불행할 이유를 찾지 않으면 행복할 이유만 남고 우리가 향하는 모든 걸음이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행복은 어떻게든 우리에게 다가올거라는 말이 너무 든든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있는 한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다시금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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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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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총기 난사라는 참혹한 비극으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스스로를 포함하여 상처 입은 이웃과 마을을 치유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깊은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빠진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끔찍한 상처와 슬픔을 애도하고 극복해가는지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서로를 구해내어가는지를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하여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인 루카스가 자신의 정신분석가인 칼에게 보낸 18통의 편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루카스는 머제스틱 마을의 고등학교 상담 교사이다. 머제스틱 극장에서 잃어난 참사로 인해 아내를 잃었고 그의 정신분석가 칼 역시 아내를 잃었다. 참사 이후 칼은 더이상 루카스의 정신분석을 담당하지 않게 되었고, 정신분석이 절실히 필요한 루카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의 서두에는 도대체 미제스틱 극장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참사로 미제스틱 마을의 사람이 열여덟명이나 죽었으며 루카스는 열여덟 개의 장례식 중 열입곱 개에 참석했다. 끝까지 있지 못해도 어쨌든 얼굴이라도 비추려한 루카스. 과연 미제스틱 마을의 그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자신은 기억을 잘 하지 못하지만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집에만 틀여박혀 지내며 상실의 고통에 빠져 있던 루카스는 칼에게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슬픔을 함께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칼은 루카스의 편지에 답이 없는데, 왜 칼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의 집 마당에 누군가 텐트를 쳤고 머문다. 과연 누가 루카스의 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걸까? 루카스의 집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루카스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학생이자 사건의 가해자인 제이콥의 동생 앨리였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던 앨리는 루카스의 집 뒷마당에 도망치듯 들어와서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다.


사실 루카스는 아직 아내 다아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다아시가 자신의 곁을 머문다고 여긴다. 천사로 변한 다아시가 자신의 주위를 머물다가 아무도 없는 밤이면 다시 루카스 앞에 나타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꼭 안아준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루카스를 찾아온 앨리에 대해서도 다아시가 자신이게 "저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야"라고 말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천성이 착한 루카스는 앨리까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그리고 앨리의 아이디어로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그 영화를 머제스틱 극장에서 상영하자고 뜻을 모으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뜻밖의 동맹이 맺어지고, 참사로 인해 무너진 마을을 일으키고 상처와 슬픔 속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총기 난사로 인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한 사고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사고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시에 잃은 마을 사람들은 앨리와 루카스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화를 함께 찍고 상영하는 과정에서 슬픔과 상처를 치유받는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이루어낸 앨리, 루카스 그리고 미제스틱 마을 사람들 모두가 빛이라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를 구원하는 기적을 이루게 한 너무나 따뜻하고 눈부신 빛 말이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참사로 인해 부서지고 망가진 외로운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선량하고 따스하며 눈부신 연대와 구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아내 다아시를 잃은 루카스의 슬픔과 상처, 그리고 혼란스러움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그가 빨리 일어서길 응원하며 읽게 된다.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고,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앨리를 보살피게 되는데, 앨리를 보살피고 이를 위해 영화를 찍게 되면서 그와 앨리, 마을 사람들을 서서히 치유되어간다. 이 책 속 깊은 상처를 받은 이들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이해하게 되며 서로가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리고 끝까지 답이 없었던 칼의 이야기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루카스가 남긴 마지막 편지 속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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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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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 속 '<이기적 유전자>를 잇는 진화론의 또 다른 대표 도서'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최재천 교수님 추천 도서라니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이 책은 현대진화론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유전자-공진화론의 대표 도서이자 고전이다. 이 책은 우리의 행동과 정신에 유전자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의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9년에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역자 주석을 새롭게 추가하고 그간의 시대 변화에 맞춰 서문을 보강한 개정판이다.


이 책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려면 먼저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면 좋은데 이 책의 서문에서 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전달하듯이, 문화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지 세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아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만약 이렇게 전달되는 문화적 변형인 신념, 가치, 기술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원형에 가깝게 유지된다면 집단유전학에서 각 세대별로 유전자 빈도를 추적하듯이 문화적 변형의 빈도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유기체 진화의 힘인 자연선택, 유전자 흐름, 유전자 부동,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문화 진화의 힘을 세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3장에서 여러 종류의 편향, 문화적 돌연변이, 문화적 자연선택으로 제시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학습 과정을 유전자 승계와 같은 독립적인 전달 체계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유전자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이 바로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며 이를 때로는 이중 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양상의 진화를 하였고, 문화적 진화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다 보면 인간의 비정상적인 진화 체계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저자는 문화는 우리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며 인간의 비정상적인 진화체계는 문화적 진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에서는 유전자 중심의 진화심리학, 인간행동생태학과는 달리 인간 행동을 유전적, 문화적, 환경적 원인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한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 예측한 바에 의하면 문화의 개체군적인 현상으로 인해 유전자로만 진화된 심리만 존재할 때보다 환경에 대한 적응을 더 신속하게 진화시킬 수 있다. 인간은 단순히 쓴맛을 내는 식물은 경험에 따라 더이상 먹지 않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쓴맛을 내는 어떤 식물이 몸에 좋다는 지식을 공유하여 쓴맛을 내는 식물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 이에 대한 예에 속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기적 문화적 변형으로 인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부적응적인 도간념이 확산될 수 도 있는데 이에 대한 예로는 인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적은 수의 자식에도 만족하는 것이 있다. 또는 문화적 집단 선택으로 인해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부적응적일지라도 집단 수준에서는 적응적인 협동의 규범과 '부족' 본능이 진화할 수도 있다. 협동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것은 자신에게 손해가 될 지라도 집단으로 볼 때는 이득인 경우가 이에 대한 예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실제적인 사례를 통하여 이해하게 쉽도록 설명하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한 사례로 들고 있는 성인의 락토오스 소화 진화는 아주 흥미롭다. 전 세계 성인의 대다수가 우유 속의 당 성분인 락토오스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여 우유를 마시게 되면 락토오스는 소화관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에 의해서 발효되고, 이로 인해 장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게 된다. 어릴 때 엄마의 젖을 먹을 때는 우유를 소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락토오스를 분해할 수 있던 효소는 성인이 되어서는 구지 필요가 없기에 사라지고, 대부분의 성인은 우유를 소화를 못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낙동업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유럽의 북서부 사람과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유목민들은 오랫동안 낙농업을 해왔고 요구르트나 치즈 등의 락토오스가 제거된 제품의 형태로 우유를 소비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 집단의 일부의 성인들은 락토오스를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낙농업을 하지 않거나 낙농업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락토오스를 흡수할 수 있는 성인의 거의 없다고 한다. 인간의 진화가 어찌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은 인간이 살아온 형태, 즉 문화와 함께 공진화한다는 것을 이를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유전자-문화 공진화가 인간 심리의 유전적 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문화 공진화 과정에서 문화적인 부분이 인간 사회 제도를 진화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 역시 놀랍다. 단기적으로는 오래되고 부족적인 사회적 본능 및 문화적으로 다양한 집단 간에 일어나는 자연선택을 통하여 문화의 진화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사회제도를 발생시킨다. 장기적으로 문화의 진화 작용은 인간만의 독특한 사회적 본능을 진화시키는 환경을 만들게 한다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역할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록 더욱 놀랍고 흥미롭다. 이 책은 유전자-문하 공진화의 과정과 결과를 다양한 실례를 들어서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 문화, 제도, 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해 이해가 좀 더 쉽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앞으로 뇌과학과 연결되어진 진화론도 나올꺼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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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낯선 가족 창비아동문고 335
송혜수 지음, 이인아 그림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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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낯선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면서 그 안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세밀하고도 다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만나는 사회다. 제각각 다른 사회를 통과하면서 아이는 성장하게 된다. 이 책에는 혼자가 되어 외롭고 돌아갈 길을 몰라 두려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죽은 아빠가 묻힌 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혼자가 되어 헤매는 아이, 늦은 시간 엄마는 일하러 가서 오지 않고 작은 방에서 혼자 잠이 든 아이, 이혼한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의 자리는 자꾸만 잃어버리는 아이 등. 모두 생활 혹은 마음에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런 여섯 명의 아이들은 제각가 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롯이 혼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을 조금씩 찾아간다. 이 책 속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 마음을 뭉클하면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 속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표지 속 그림이 나오는 <아빠의 나라>의 이야기는 어느 날 전학온 아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연재는 전학을 온 나하나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면 그 아이가 온 나라가 지금은 이혼을 해서 떨어져 있는 아빠가 지내는 자카르타이기 때문이다.


연재에게 자카르타는 아빠가 있는 곳이기에 할 수 만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할 수 만 있다면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을 생기게 하는 곳이다. 연재가 반 회장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나하나를 연재에게 맡기지만 하나는 자신은 이 학교를 1년만 다닐 꺼니 구지 학교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음악실을 설명해 줄려는 연재에게 쌀쌀하게 말하는 하나.


하지만 우연히 연재는 나하나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담인 선생님의 상담일지에 원래 학부모 상담에는 엄마들이 오는데 나하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상담자가 아빠로 체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하나 아빠의 직업은 외교관이었다. 외교관인 나하나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하나를 부탁하고 선생님은 연재에게 하나를 부탁하는 상황이 짜증이 났지만 하나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연재. 상담 일지를 보고 난 이후 부터 연재는 하나의 아빠의 존재와 자카르타에 있는 자신의 아빠의 존재가 오버랩된다. 연재의 아빠는 한달째 연락두절 상태다. 엄마와 이혼 후 아빠는 회사 일이 바쁠 때에도 연재에게 늘 메세지를 보냈다. 점심밥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일하는 모습을 찍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아빠. 연재는 가족들이 사는 집을 만드는 아빠가 어떻게 가족인 자신을 잊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그러다 반단톡창의 알림을 통해 내일이 '3월 생일 파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연재. 자신의 반회장 공약이었기에 준비할 것들을 떠올리다 문득 하나 생각을 하게 되고, 곧 떠날 하나에겐 생일파티에 대해 알려주지 않기로 한다.


다음 날 나하나가 교실로 들어왔을 땐 생일 파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연재는 모르는 척 뒷정리를 하다고 있는데 하나는 남은 떡볶이를 먹어도 되냐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방과후 떡볶이집에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조르는 하나.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분식집에 가다가 연재는 하나의 아빠가 외국인라는 사실과 하나가 입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의 부재와 엄마의 무관심이라는 자신의 상처가 혹여라도 들킬까 친구를 집에 데려가는 것을 꺼렸던 연재는 떡볶이를 못 먹어 아쉬워하는 하나에게 자신의 집에 가자고 제안한다. 연재가 하나를 집에 데려가기로 한 이유는 아마도 하나 역시 자신과 같이 상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연재네 집에서 연재가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둘은 어른들이 왜 다들 제멋대로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아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섯 아이들의 가족은 여느 보통의 가족과는 조금 다르다. 한 부모 가정, 이혼 가정, 입양 가정, 이주 배경 가정 등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 안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거리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는 순간이 생기고, 그 안에 가족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의 이야기는 뭉클하다. 그리고 이 책 속 아이들을 통해 누군가의 부재와 상실에 대한 상처는 부재와 상실 자체를 인정함으로써 조금씩 치유할 수 있음도 함께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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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기린 씨, 타세요!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 리커버) 첫 읽기책 5
이은정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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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목기린씨를 위한 마을버스 만들기 대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법을 알려주며 2014년에 출간된 이후 어린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화목 마을의 마을회관에 도착한 목기린씨의 편지로 시작된다. 목기린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고슴도치 관장은 편지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 가시가 곤두서곤 했다.


목기린씨가 매일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마을 주민 모두가 즐겨 타는 마을버스에 목기린씨만 목이 너무 길어서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 버스를 탈 수 없기에 여덟 정거장을 늘 걸어다닌 목기린씨. 매일 가깝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다보니 다리에 힘이 풀려 물 웅덩이에 빠져 옷이며 가방이며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하루는 목과 다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리해서 걷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등. 책의 초반부는 마을버스를 타지 못해 목기린씨가 겪게 되는 불편함과 고통을 목기린씨의 편지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화목 마을의 마을버스는 고슴도치 관장이 계획했다. 고슴도치 관장은 마을의 1번지에서 10번지까지 주민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아기가 많은 2번지 다람쥐네와 4번지 노루네를 위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들여 놓고, 3번지 고릴라 기사와 8번지 돼지네도 거뜬히 탈 수 있도록 버스를 아주 튼튼히 만들었다. 그리고 5번지 콩새네 의견을 듣고서 창가에 나뭇가지 의자를 두었고, 향수병에 걸린 7번지 백두산 사슴을 위해선 백두산 야생 식물로 만든 향수도 버스에 걸어두었다. 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마을버스를 아주 좋아했고 고슴도치 관장을 볼 때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버스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던 차에 목기린 씨가 9번지에 이사를 왔는데, 마을 버스 천장을 훌쩍 넘을 만큼 목이 아주 긴 목기린씨를 위해 마을 버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슴도치 관장 역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목기린씨의 편지에 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기린씨를 위한 대책은 수립되지 않았고,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던 주민들은 목기린씨를 외면하였다. 이뿐만 아니다. 사무실의 동료들은 껑충 높은 책상에 앉은 목기린씨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목기린씨는 그들 틈에 끼고 싶지만 아무도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니 혼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목기린씨를 찾아온 돼지네 막내 꾸리. 막내 꾸리는 목기린씨가 버스에 탈 수 있는 방법으로 목기린씨가 차 밖으로 목을 내밀 수 있도록 버스 천장에 창문을 내고 창문 아래 기다란 손잡이를 세우면 된다면서 목기린 씨가 마을 버스에 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데 그만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목기린 씨는 목을 크게 다치고야 만다. 이에 목기린씨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새롭게 구상한 버스 설계도를 고슴도치 관장에게 보내는데, 과연 목기린씨는 마을버스를 이번에는 안전하게 탈 수 있을까? 목기린씨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목이 긴 특징을 지닌 목기린씨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있다. 이 책은 목기린씨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은 법'을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책은 친절히 깨닫게 한다. 아무리 목기린씨의 해결책이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만약 주민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목기린씨를 위한 버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는 책 속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이동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버스의 문턱들은 너무 높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야 할 계단은 너무 많다. 모두가 편하고 쉽게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대해 그렇구나하는 공감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인식의 변화와 함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깨닫게 만든다. 모두가 함께 변하고 함께 움직여야 우리 사회는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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