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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낯선 가족 ㅣ 창비아동문고 335
송혜수 지음, 이인아 그림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낯선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면서 그 안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세밀하고도 다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만나는 사회다. 제각각 다른 사회를 통과하면서 아이는 성장하게 된다. 이 책에는 혼자가 되어 외롭고 돌아갈 길을 몰라 두려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죽은 아빠가 묻힌 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혼자가 되어 헤매는 아이, 늦은 시간 엄마는 일하러 가서 오지 않고 작은 방에서 혼자 잠이 든 아이, 이혼한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의 자리는 자꾸만 잃어버리는 아이 등. 모두 생활 혹은 마음에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런 여섯 명의 아이들은 제각가 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롯이 혼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을 조금씩 찾아간다. 이 책 속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 마음을 뭉클하면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 속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표지 속 그림이 나오는 <아빠의 나라>의 이야기는 어느 날 전학온 아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연재는 전학을 온 나하나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면 그 아이가 온 나라가 지금은 이혼을 해서 떨어져 있는 아빠가 지내는 자카르타이기 때문이다.
연재에게 자카르타는 아빠가 있는 곳이기에 할 수 만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할 수 만 있다면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을 생기게 하는 곳이다. 연재가 반 회장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나하나를 연재에게 맡기지만 하나는 자신은 이 학교를 1년만 다닐 꺼니 구지 학교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음악실을 설명해 줄려는 연재에게 쌀쌀하게 말하는 하나.
하지만 우연히 연재는 나하나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담인 선생님의 상담일지에 원래 학부모 상담에는 엄마들이 오는데 나하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상담자가 아빠로 체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하나 아빠의 직업은 외교관이었다. 외교관인 나하나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하나를 부탁하고 선생님은 연재에게 하나를 부탁하는 상황이 짜증이 났지만 하나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연재. 상담 일지를 보고 난 이후 부터 연재는 하나의 아빠의 존재와 자카르타에 있는 자신의 아빠의 존재가 오버랩된다. 연재의 아빠는 한달째 연락두절 상태다. 엄마와 이혼 후 아빠는 회사 일이 바쁠 때에도 연재에게 늘 메세지를 보냈다. 점심밥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일하는 모습을 찍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아빠. 연재는 가족들이 사는 집을 만드는 아빠가 어떻게 가족인 자신을 잊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그러다 반단톡창의 알림을 통해 내일이 '3월 생일 파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연재. 자신의 반회장 공약이었기에 준비할 것들을 떠올리다 문득 하나 생각을 하게 되고, 곧 떠날 하나에겐 생일파티에 대해 알려주지 않기로 한다.
다음 날 나하나가 교실로 들어왔을 땐 생일 파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연재는 모르는 척 뒷정리를 하다고 있는데 하나는 남은 떡볶이를 먹어도 되냐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방과후 떡볶이집에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조르는 하나.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분식집에 가다가 연재는 하나의 아빠가 외국인라는 사실과 하나가 입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의 부재와 엄마의 무관심이라는 자신의 상처가 혹여라도 들킬까 친구를 집에 데려가는 것을 꺼렸던 연재는 떡볶이를 못 먹어 아쉬워하는 하나에게 자신의 집에 가자고 제안한다. 연재가 하나를 집에 데려가기로 한 이유는 아마도 하나 역시 자신과 같이 상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연재네 집에서 연재가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둘은 어른들이 왜 다들 제멋대로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아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섯 아이들의 가족은 여느 보통의 가족과는 조금 다르다. 한 부모 가정, 이혼 가정, 입양 가정, 이주 배경 가정 등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 안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거리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는 순간이 생기고, 그 안에 가족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의 이야기는 뭉클하다. 그리고 이 책 속 아이들을 통해 누군가의 부재와 상실에 대한 상처는 부재와 상실 자체를 인정함으로써 조금씩 치유할 수 있음도 함께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