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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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 속 '<이기적 유전자>를 잇는 진화론의 또 다른 대표 도서'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최재천 교수님 추천 도서라니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이 책은 현대진화론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유전자-공진화론의 대표 도서이자 고전이다. 이 책은 우리의 행동과 정신에 유전자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의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9년에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역자 주석을 새롭게 추가하고 그간의 시대 변화에 맞춰 서문을 보강한 개정판이다.


이 책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려면 먼저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면 좋은데 이 책의 서문에서 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정보를 담아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전달하듯이, 문화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지 세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아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후손들에게 전달된다. 만약 이렇게 전달되는 문화적 변형인 신념, 가치, 기술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원형에 가깝게 유지된다면 집단유전학에서 각 세대별로 유전자 빈도를 추적하듯이 문화적 변형의 빈도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유기체 진화의 힘인 자연선택, 유전자 흐름, 유전자 부동,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문화 진화의 힘을 세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3장에서 여러 종류의 편향, 문화적 돌연변이, 문화적 자연선택으로 제시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학습 과정을 유전자 승계와 같은 독립적인 전달 체계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유전자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이 바로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며 이를 때로는 이중 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양상의 진화를 하였고, 문화적 진화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보다 보면 인간의 비정상적인 진화 체계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저자는 문화는 우리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며 인간의 비정상적인 진화체계는 문화적 진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에서는 유전자 중심의 진화심리학, 인간행동생태학과는 달리 인간 행동을 유전적, 문화적, 환경적 원인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한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이 예측한 바에 의하면 문화의 개체군적인 현상으로 인해 유전자로만 진화된 심리만 존재할 때보다 환경에 대한 적응을 더 신속하게 진화시킬 수 있다. 인간은 단순히 쓴맛을 내는 식물은 경험에 따라 더이상 먹지 않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쓴맛을 내는 어떤 식물이 몸에 좋다는 지식을 공유하여 쓴맛을 내는 식물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 이에 대한 예에 속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기적 문화적 변형으로 인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부적응적인 도간념이 확산될 수 도 있는데 이에 대한 예로는 인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적은 수의 자식에도 만족하는 것이 있다. 또는 문화적 집단 선택으로 인해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부적응적일지라도 집단 수준에서는 적응적인 협동의 규범과 '부족' 본능이 진화할 수도 있다. 협동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것은 자신에게 손해가 될 지라도 집단으로 볼 때는 이득인 경우가 이에 대한 예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실제적인 사례를 통하여 이해하게 쉽도록 설명하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한 사례로 들고 있는 성인의 락토오스 소화 진화는 아주 흥미롭다. 전 세계 성인의 대다수가 우유 속의 당 성분인 락토오스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여 우유를 마시게 되면 락토오스는 소화관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에 의해서 발효되고, 이로 인해 장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게 된다. 어릴 때 엄마의 젖을 먹을 때는 우유를 소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락토오스를 분해할 수 있던 효소는 성인이 되어서는 구지 필요가 없기에 사라지고, 대부분의 성인은 우유를 소화를 못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낙동업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유럽의 북서부 사람과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유목민들은 오랫동안 낙농업을 해왔고 요구르트나 치즈 등의 락토오스가 제거된 제품의 형태로 우유를 소비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 집단의 일부의 성인들은 락토오스를 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낙농업을 하지 않거나 낙농업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락토오스를 흡수할 수 있는 성인의 거의 없다고 한다. 인간의 진화가 어찌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은 인간이 살아온 형태, 즉 문화와 함께 공진화한다는 것을 이를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유전자-문화 공진화가 인간 심리의 유전적 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문화 공진화 과정에서 문화적인 부분이 인간 사회 제도를 진화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 역시 놀랍다. 단기적으로는 오래되고 부족적인 사회적 본능 및 문화적으로 다양한 집단 간에 일어나는 자연선택을 통하여 문화의 진화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사회제도를 발생시킨다. 장기적으로 문화의 진화 작용은 인간만의 독특한 사회적 본능을 진화시키는 환경을 만들게 한다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역할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록 더욱 놀랍고 흥미롭다. 이 책은 유전자-문하 공진화의 과정과 결과를 다양한 실례를 들어서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 문화, 제도, 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해 이해가 좀 더 쉽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앞으로 뇌과학과 연결되어진 진화론도 나올꺼라고 예측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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