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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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총기 난사라는 참혹한 비극으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스스로를 포함하여 상처 입은 이웃과 마을을 치유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깊은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빠진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끔찍한 상처와 슬픔을 애도하고 극복해가는지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서로를 구해내어가는지를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하여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인 루카스가 자신의 정신분석가인 칼에게 보낸 18통의 편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루카스는 머제스틱 마을의 고등학교 상담 교사이다. 머제스틱 극장에서 잃어난 참사로 인해 아내를 잃었고 그의 정신분석가 칼 역시 아내를 잃었다. 참사 이후 칼은 더이상 루카스의 정신분석을 담당하지 않게 되었고, 정신분석이 절실히 필요한 루카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의 서두에는 도대체 미제스틱 극장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참사로 미제스틱 마을의 사람이 열여덟명이나 죽었으며 루카스는 열여덟 개의 장례식 중 열입곱 개에 참석했다. 끝까지 있지 못해도 어쨌든 얼굴이라도 비추려한 루카스. 과연 미제스틱 마을의 그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자신은 기억을 잘 하지 못하지만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집에만 틀여박혀 지내며 상실의 고통에 빠져 있던 루카스는 칼에게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슬픔을 함께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칼은 루카스의 편지에 답이 없는데, 왜 칼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의 집 마당에 누군가 텐트를 쳤고 머문다. 과연 누가 루카스의 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걸까? 루카스의 집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루카스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학생이자 사건의 가해자인 제이콥의 동생 앨리였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던 앨리는 루카스의 집 뒷마당에 도망치듯 들어와서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다.


사실 루카스는 아직 아내 다아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다아시가 자신의 곁을 머문다고 여긴다. 천사로 변한 다아시가 자신의 주위를 머물다가 아무도 없는 밤이면 다시 루카스 앞에 나타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꼭 안아준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루카스를 찾아온 앨리에 대해서도 다아시가 자신이게 "저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야"라고 말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천성이 착한 루카스는 앨리까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필요한 학점을 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그리고 앨리의 아이디어로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그 영화를 머제스틱 극장에서 상영하자고 뜻을 모으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뜻밖의 동맹이 맺어지고, 참사로 인해 무너진 마을을 일으키고 상처와 슬픔 속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총기 난사로 인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한 사고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안타깝게도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사고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동시에 잃은 마을 사람들은 앨리와 루카스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화를 함께 찍고 상영하는 과정에서 슬픔과 상처를 치유받는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이루어낸 앨리, 루카스 그리고 미제스틱 마을 사람들 모두가 빛이라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모두를 구원하는 기적을 이루게 한 너무나 따뜻하고 눈부신 빛 말이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참사로 인해 부서지고 망가진 외로운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선량하고 따스하며 눈부신 연대와 구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아내 다아시를 잃은 루카스의 슬픔과 상처, 그리고 혼란스러움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그가 빨리 일어서길 응원하며 읽게 된다.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고,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앨리를 보살피게 되는데, 앨리를 보살피고 이를 위해 영화를 찍게 되면서 그와 앨리, 마을 사람들을 서서히 치유되어간다. 이 책 속 깊은 상처를 받은 이들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이해하게 되며 서로가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리고 끝까지 답이 없었던 칼의 이야기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루카스가 남긴 마지막 편지 속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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