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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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표지의 문구, '우아하게 나이 들면 무슨 재미? 품위 따윈 던져버린 진짜 실버 힙이 온다'라는 문구를 보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길래 이런 소개가 붙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마구 유발시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한 마을의 낡은 복지관을 지키기 위해 뭉친 좌충우돌 노인들이 벌이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삶의 용기와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책장을 넘기자마자 만난 딜런 토머스의 "저 어두운 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마라. 날이 저물 무렵에 노년은 불타고 날뛰어야 한다."라는 시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조용하고 품위있게 늙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부수며, 이 책 속 인물들이 앞으로 펼칠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분노하라, 꺼져가는 불빛에 분노하라'라는 이 한 문장만으로도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설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불타오를지 기대하게 되었다.


책의 이야기는 한밤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정체불명의 소형 버스와 이를 추격하는 경찰관 페니 노저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버스 안에는 70대대 노인부터 5세 유아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뒤섞여 타고 있었고, 이들의 수상한 대화와 예측 불가한 행동은 도대체 왜 이들이 함께 버스를 타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들며 이 책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도입부터 긴장감과 유머가 절묘하게 뒤섞여 이들의 앞으로의 이야기엔 어떤 비밀과 사연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프니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대프니는 70번째 생일을 맞은 아침, 자신이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이웃과는 말 한마디 섞지 않으며 살아온 그녀는 정부 수집을 위한 웹사이트 순례와 화초와의 대화를 일상으로 삼는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아파트가 더 이상 안락처가 아닌 호화로운 교도소처럼 느끼게 되었고, 대프니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을 결심을 하게 된다. 오랜 고립을 깨고 처음으로 '친구 사귀기'라는 작전을 세운 대프니 앞에 어떤 예측 불허의 사건들이 펼쳐지게 될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은 이후 대프니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다채롭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각기 다른 세대와 배경을 가진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더해지며 어느세 만델 복지관의 사람들이 복지관에 모이게 되듯이 그들의 이야기도 한 곳으로 모아지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과 생생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런던 해머스미스의 낡은 주민센터, 그 안에 자리한 '만델 복지관'은 이름부터 남다른 곳이다. '만델라 복지관'에서 떨어져 나간 간판 글자 하나 조차 제대로 고치지 않아서 '만델 복지관' 이 되어버린 방치된 이 공간은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무심하게 여겨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노인 사교클럽의 첫날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한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이 뒤바뀐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복지관은 물론 주민센터 자체를 철거하고 초호화 아파트를 세우려는 지역 의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프니를 비롯한 노인들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기로 한다. 이제 이들은 수리비 10만 파운드라는 막막한 현실과 맞서야 하는데, 과연 대프니와 만델 복지관 사람들은 이 공간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한없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궁금하다.


이 책에서 대프니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이자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무시당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그녀는 젊었을 때는 성별로 이제는 나이로 차별을 겪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필라테스와 요가로 단련된 탄탄한 체력, 그리고 지팡이 하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노련함은 그녀가 결코 보통의 할머니가 아님을 보여준다. 대프니는 연약한 노인의 이미지를 스스로 이용하고 전복시키며 독자에게 노년의 주체성과 유쾌한 저항을 보여주는 인물리다. 그녀의 존재 덕분에 이 책의 이야기는 복지관을 지키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할 뿐만 아니라 이 책에 흠뻑 몰입하게 만든다.


가제본으로 읽어 이 책의 결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하고 따뜻한 감동에 폭 빠져들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사연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연대와 반란의 여정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울컥하게 하는 울림을 주며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중심 인물인 대프니는 노년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지혜와 유머, 단단한 자기 신념으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고 가는 인물로, 이 책의 매력을 온전히 담아내는 존재다. 노년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이 책은 편견을 깨는 통쾌함과 더불어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전하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더더욱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가제본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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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더 재밌는 암호의 세계 -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를 뒤흔든 암호의 모든 것 지식 벽돌
박영수 지음 / 초봄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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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에 대해 알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사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수많은 암호와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여는 비밀번호부터, 폰뱅킹, 컴퓨터 로그인, 심지어 현관문을 여는 도어락의 비밀번호까지.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암호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하지만 암호는 단지 현대 기술의 산물인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암호의 기원과 역사 속에서 암호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따. 고대부터 현대까지, 암호가 단순한 언어유희에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도구로 변모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그렇게 이 책은 암호의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을 다루며, 암호 해독의 기본 개념부터 현대의 첨단 암호 기술까지 폭넓게 탐구한다. 또한, 역사 속에서 암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담아내어 책 속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암호의 역사는 이집트 나일강 변에 있는 미네 쿠프란 마을에서 시작된다. 약 4천여 년 전, 한 문필가가 통치자의 일생을 기록하기 위해 석판에 상형문자를 새겼는데, 문장의 위엄과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환자(은유적 단어 대치)를 사용하면서 암호의 시초가 되었다. 이처럼 암호는 고대부터 문서를 보호하고 의미를 은폐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 책은 이러한 암호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내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암호 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파르타의 ‘스키테일 암호’를 들 수 있다. 기원전 400년경, 스파르타 군사 사령관들이 사용했던 이 암호는 일정 굵기의 원통(스키테일)에 양피지를 나선형으로 감고 그 위에 메시지를 적는 방식이었다. 양피지를 펼치면 글자가 뒤섞여 내용을 알 수 없지만, 같은 크기의 원통에 감으면 원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암호 기법이었다. 그리고 고대 암호는 단순히 문자를 치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숨기는 기술도 포함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스파르타의 데마라토스가 페르시아 침략 계획을 나무판에 새기고 밀랍으로 덮어 전달한 경우가 있다. 이는 현대 암호학에서 '스테가노그래피'로 불리는 개념으로, 정보 은닉의 초기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암호의 기원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암호의 변천사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초창기 암호는 문자의 위치를 바꾸거나 동일한 문자 집합을 유지하면서 배열을 달리하는 '전치 암호' 형태로 발전했고, 이후 전쟁과 권력 다툼 속에서 더 복잡하고 치밀한 암호 체계로 진화했다. 암호는 단순한 비밀 기록을 넘어서 인류 역사와 문명에 깊이 관여하며 시대와 함께 변화해 온 것이라니 너무나 흥미롭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2장에 실린 유명인과 암호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메리 스튜어트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부분은 암호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메리 스튜어트는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 5세의 딸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어린 나이에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험난한 인생을 살아갔다. 프랑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메리는 남편 프랑수아의 요절로 과부가 되었고, 이후 잉글랜드로 피신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견제로 18년간 감옥에 갇힌 채 세월을 보냈다.


감옥에서 탈출을 꿈꾸던 메리는 가톨릭 신자 배빙턴과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역모를 모의했다. 메리와 배빙턴이 사용한 암호는 알파벳 J, V, W 세 글자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23자는 기호로 바꿔 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메리의 조력자였던 길버트 기포드는 사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비서관 프란시스 월싱엄에게 충성을 바친 이중 첩자였다. 결정적으로, 메리가 배빙턴의 역모 계획에 동의하며 작성한 답장은 기포드의 손을 거쳐 월싱엄에게 전달되었고, 이를 통해 월싱엄은 유명한 암호 해독가 토마스 펠립스를 동원해 암호문을 해독했다. 펠립스는 빈도 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암호를 손쉽게 풀어냈고, 이를 통해 메리가 역모에 가담했음을 명백히 밝혀냈다. 결국 메리의 편지는 함정이 되어 돌아왔고, 월싱엄은 펠립스에게 메리의 필체로 공모자 명단을 요구하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속은 배빙턴은 음모자들의 이름을 적어 다시 보냈고, 결국 역모 가담자 전원은 체포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메리 역시 국가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참수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암호 사용의 실패를 넘어서, 암호의 신뢰성에 대한 교훈을 남긴다. 메리는 자신이 사용한 암호가 안전하다고 믿고 중요 사항을 적었으나, 암호 해독 전문가의 손에서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메리 스튜어트의 비극은 단일 알파벳 환자 암호 시대의 종말을 알리며, 암호의 보안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암호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때로는 전쟁의 승패를 가를 만큼 막대한 파급력을 지녔다. 암호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사용했던 암호 체계와 그로 인해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 이야기 속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만든 암호의 난공불락을 확신하며 자만심에 빠졌다. 그 당시 일본 외무성은 '퍼플 머신'이라 불리는 암호기를 사용하여 외교 전문을 암호화했다. 퍼플 머신은 독일의 에니그마 암호기를 개량한 형태로, 일본은 이를 통해 암호문의 보안성을 극대화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은 일본의 암호 체계 중 하나였던 'J 시리즈 암호'와 'PA-K2 암호'를 비교적 손쉽게 해독했고, 이로 인해 일본 해군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의 '퍼플 암호'마저도 미국의 암호 해독반에 의해 해독됨으로써 일본의 전략적 기밀이 노출되었다. 문제는 일본의 자만이었다. 독일이 미국이 일본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는 경고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외무성은 이를 믿지 않고 암호 관리 체계의 일부만 수정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 같은 일본의 오판은 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 일본이 기존 암호를 고수하는 사이, 미국은 암호문을 통해 태평양 전쟁의 일본 군사 작전을 예측하며 대응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미드웨이 해전 등 주요 전투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고, 결국 전쟁의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


암호의 세계는 단순히 비밀을 숨기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암호의 해독 여부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군사적 우위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암호의 보안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일본의 사례는 암호 체계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암호 해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처럼 이 책은 암호가 인류 역사와 문명에 미친 영향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다. 특히 전쟁과 외교의 주요 순간에서 암호의 역할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파헤치며, 암호를 둘러싼 인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암호를 단순한 퍼즐이나 난제 이상의 가치로 이해하게 만들어 주며, 역사 속 암호 해독의 비밀을 밝히는 탐구의 여정을 선사한다.


암호는 고대 문자 발명과 함께 시작되어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이 책은 암호의 기원부터 현대의 암호화 기술까지 폭넓게 다루며, 역사 속 유명 인물과 암호의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며, 디지털 시대의 보안을 책임지는 암호의 중요성은 오늘날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암호가 단순한 비밀 코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중요한 기술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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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인간 이시후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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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희귀 질환으로 인해 냉동 보존 되었던 주인공 시후가 40년만에 깨어나 미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SF적 상상력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그 사이에 놓인 존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묻는다. 도시 위에 세워진 돔, 실제처럼 생생한 홀로그램,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인공지능 로봇 등이 아주 생생하면서도 세밀하게 담아낸 미래의 풍경들은 상상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이야기에 완전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은 첫 장면부터 우리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냉동 인간. 맞다, 나는 냉동인간이었지!"라는 말로 시작된 시후의 독백과 40년만에 깨어나 낯선 사람들과 공간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전개되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열두 살 소녀 시후는 불치병에 걸려 마지막 수단으로 냉동보전을 선택했고, 그렇게 차가운 캡슐 안에서 무려 4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에서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사이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사람들은 예전의 도시 대신 여러 개의 거대한 돔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처럼 시후는 모든 것이 바뀐 낯선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데 미래에서 40년만에 깨어난 시후는 괜찮은 걸까?


40년만에 보게 된 세상은 멋진 신세계처럼 보였다. 화려한 건물 사이로 초록이 우거지고,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은 마치 꿈꿔온 미래처럼 보인다. 너른 공원에서 개들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놀고, 아이들은 드론과 로봇 경주를 즐기며 신나게 놀고 있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시후에게 멋진 신세계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사회의 이면이 드러나게 되는데, 특히 수도 센트럴에서 멀리 떨어진 44지구에 살게 된 시후는 거주지에 따라 보이지 않는 위계와 차별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시후가 마주한 미래는 단지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감당하기 여러운 상실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차가운 냉동 캡슐 속에서 40년을 보내는 동안, 시후의 가족은 냉동 보존 기업 '프로즌'의 횡포 속에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시후가 눈을 뜬 세상엔 시후를 가장 사랑해주던 엄마와 할머니는 없었고, 자신에 기대고 귀엽던 동생 정후는 어느새 50세의 중년이 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오랜 시간 쌓인 감정의 벽으로 인해 냉정하고 차가운 말투로 시후를 대하며, 조카 보라는 이제 시후와 동갑이 또래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건 거짓말이지?" 라고 외치던 시후의 절망과 무너진 현실 앞에서 힘없이 기절해버리는 장면은 시후의 혼란과 상실이 얼마나 큰 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연 시후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시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시후가 마주한 차별과 외로움 속에서도 마음을 열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이 책의이야기는 한층 깊고 따뜻해진다. “내 바람이 보태지면 조금은 더 힘이 세질지도 모르는 거니까.”라는 시후의 말처럼,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노래를 만들며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은 작은 용기가 모일 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무대를 준비하며 점차 가까워지는 시후, 앙리, 페리, 그리고 보라의 모습은 아이들 사이의 연대와 우정, 그리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그래, 나한텐 나만이 가진 경험이 있다.”는 시후의 깨달음은, 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일깨운다. 거대한 기업 ‘프로즌’의 그림자 아래에서도 끝내 침묵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잡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심 어린 저항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닐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처럼 이 책은 연대의 가치와 작지만 뜨거운 저항의 힘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기술과 미래 사회라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바나나팬케이크를 매개로 이어지는 가족의 사랑은 잊히지 않는 기억이자 시후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며 오랫동안 울컥하게 만든다. 또한,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마음, 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용기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 책은 단지 한 소년의 적응과 성장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랑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5월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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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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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특별증보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읽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증보판에는 유시민 작가가 새롭게 쓴 서문과 함께 존 스트어트 밀의 <자유론>에 대한 글도 추가되었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서를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나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담아내는 개인적 성장의 과정이라 일컫는다. 그는 '책은 세상에 나온 순간 독자의 것'이라는 말을 통해 독서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독자 각자가 고전을 통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고 탐구하는 여정을 격려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마주한 <죄와 벌>, 몰래 불을 켜고 읽던 <공산당 선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역사에 대한 인식을 뒤흔든 <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시대를 지나 다시금 자유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자유론>까지. 이 책 속 고전들은 저자의 삶과 시대, 그리고 사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은 왜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할까?',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가?', '사실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나는 진정 내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가?' 등과 같은 여러 본질적인 질문들을 고전을 통해 던지며 독자인 우리의 삶의 방향과 가치를 되묻는다. 한 시대의 지성으로서 우리 사회에 늘 명료한 통찰을 던저온 저자가 청춘 시절의 독서를 다시 돌아보며 써 내려간 이 책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찰과 성장의 여정을 되짚게 만들며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의 본문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해석을 넘어선 깊은 성찰의 여정임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으며 주목하게 된 두냐와 소냐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젊은 시절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두 인물의 존재가 나이를 먹은 지금, 전혀 다른 빛깔로 다가왔다는 그의 고백은 독서가 단지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었던 ‘비범한 사람들’의 논리를 중심축으로 한 <죄와 벌> 속에서 저자는 오히려 평범한 사람인 두냐가 더욱 빛난다고 말한다. 속물 루쥔에게 탐욕의 대상이었고, 허무주의자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는 병적 집착의 대상이 되었으며, 라스꼴리니꼬프의 친구 라주미힌에게는 인생의 반려자가 된 인물인 그녀는 단지 이야기 속의 조연이 아닌,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애정을 쏟은 인물이었다. 특히 루쥔과의 결혼 문제를 두고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의 삶을 단호히 거절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두냐의 말은 그녀가 지닌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강인한 내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두냐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소냐와 같은 맥락에서 사랑과 존중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소냐가 몸을 팔며 가족을 부양했음에도 두냐는 그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며 따뜻하게 인사한다. 저자는 두 여인을 도스토옙스키가 끝없이 선망하고 흠모한 ‘러시아의 평범하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해석한다. 유형지에 따라간 소냐가 죄수들에게 어머니이자 누이처럼 사랑받는 장면은, 두냐와 소냐가 결국 동일한 정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저자의 시각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저자의 해석은 단순히 문학적 분석을 넘어서 고전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의 본질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과거에는 스쳐 지나갔던 인물이 다시 읽는 지금에는 중심에 서게 되는 경험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깊은 감동이며, 우리가 고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저자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다시 펼쳐 들고, 그 속에서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대목이다. 그가 정리한 리영희 선생의 대답은 단호하면서도 고결하다. 진실과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영희의 글을 읽으며 그 질문이 자신에게 던져진 것처럼 느꼈다고 고백한다. “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했느냐. 관료화된 정당과 정부 안에서 비판적 지성을 잃지는 않았느냐.” 그 질문 앞에서 그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성찰을 게을리했던 순간들, 현실을 핑계로 진실을 외면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는 ‘사상의 은사’ 앞에 서는 것이 왜 이토록 두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고 이 대목을 읽는 나 역시 그의 부끄러움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지식인이란 단지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려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실천에는 언제나 고통과 외로움이 따른다는 점에서, 리영희 선생이 살아온 길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고전이 던지는 물음에 답하는 저자의 고백을 통해 독자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번 특별증보판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다시 읽고 쓴 글을 새로 추가하였다.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자유론>을 인용해온 유시민 작가는, 왜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모두가 함께 겪었던 국가와 정치의 풍파를 소화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그 말처럼 <자유론>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해석하고 견뎌낼 수 있는 지적이고도 도덕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계엄령이 내려졌던 그 밤 이후, 우리는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자유가 실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것임을 몸소 깨달았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는 어떤 정치체제 아래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이며, 밀은 이를 명확하게 강조했다. 저자는 밀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겪은 위기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저력을 확인한다. 그는 밀의 말 속에서 위로를 받았고, 그 위로를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자 한다.

밀은 1859년에 쓴 책에서 마치 오늘의 우리를 보고 있는 듯하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밤을 지새운 사람들, 계엄의 국회를 막아섰던 시민들,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청년들, 그리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자유와 정의를 향해 나아간 평범한 사람들. 유시민은 밀의 언어를 빌려, 이들에게 따뜻한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나는 너무나 뭉클한 감동과 가슴 아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자유론>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유는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며, 이를 지켜내기 위한 시민의 연대와 노력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중심에 있었다. 그는 밀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특별증보판에서 저자가 <자유론>을 선택한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자유의 의미를 다시 묻고, 그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간곡한 당부이자 응원을 하기 위해서 아닐까.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한 가지 당부를 남긴다. 이 책은 고전에 대한 균형 잡힌 해설서가 아니며, 자신의 시각으로 인해 책과 저자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에게 책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듯, 독자에게도 책을 마음대로 읽을 권리가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자유롭게 읽고 각자의 감정과 사유로 받아들이는 독서의 기쁨을 일깨워준다.


책은 세상에 나온 순간 독자의 것이 된다. 다양한 삶의 경로를 거쳐온 유시민이라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혹은 그가 건넨 이 책을 따라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의 해석에 꼭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독서란 결국, 저마다의 시선으로 고전을 새롭게 마주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15권의 고전들을 향한 한 사람의 치열한 성장과 성찰의 여정이자,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고전을 읽는 일이 단지 과거를 넘겨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여정이 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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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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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건전지 시리즈'의 신작이다. 가족간의 사랑과 일상 속 안전을 유쾌하게 풀어낸 <건전지 아빠>와 <건전지 엄마>에 이어 이번에는 가족의 중심이자 지혜로운 어른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섬세한 입체 촬영 기법으로 구현된 생동감 넘치는 장면과 야생동물과의 공존이라는 의미 있는 미시지까지 담아내며 이번 책에서는 시리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표지는 이 책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면지에 적힌 할머니에 대한 글은 할머니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손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언제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할머니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을 안겨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건전지 할머니는 세상에가 가장 씩씩하고 부지런한 건전지다. 마을의 중심이자 운동을 즐기는 동구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는 매일 아침 혈압계 속에서 동구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방학을 맞아 손주 동구가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동구 할머니의 일상은 물론 건전지 할머니의 하루도 한층 더 분주해진다. 가스레인지 속에서 달콤한 간식을 준비하고, 라디오 속 DJ로 변신하여 동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등, 건전지 할머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구 할머니와 함께 동구의 하루를 즐겁게 만든다. 틈틈이 보고 싶은 손주 건전지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리움 속에서도 씩씩하고 즐겁게 하루를 채워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모습이 이야기 속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동구와 할머니는 함께 밭에 나가 옥수수를 따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머니가 잠시 바구니를 가지러 간 사이 동구는 호기심에 이끌려 아기 멧돼지를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멧돼지 가족과의 맞닥뜨리게 된 동구는 놀라게 되는데... 과연 동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동구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몸은 작지만 누구보다 큰 사랑을 가지고 있고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우리 주변의 모든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만들며 미소짓게 한다. 손주를 향한 다정한 눈빛,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잊지 않는 그리움,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용기와 지혜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의 깊이를 더욱 깊고 진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무렵, 건전지 할머니가 외치는 "충전 완료!"는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큰 울림을 남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지켜주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힘이 얼마나 크게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만들면서 말이다.


알록달록한 펠트 인형과 섬세한 배경 소품이 어우러진 책 속 장면들은 시각적으로도 따스한 감정을 전하며 책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 책은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공감하는 가족이야기를 너무나 따스하면서도 재미나게 담아내며 우리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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