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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ㅣ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건전지 시리즈'의 신작이다. 가족간의 사랑과 일상 속 안전을 유쾌하게 풀어낸 <건전지 아빠>와 <건전지 엄마>에 이어 이번에는 가족의 중심이자 지혜로운 어른인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섬세한 입체 촬영 기법으로 구현된 생동감 넘치는 장면과 야생동물과의 공존이라는 의미 있는 미시지까지 담아내며 이번 책에서는 시리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표지는 이 책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면지에 적힌 할머니에 대한 글은 할머니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손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언제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할머니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을 안겨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건전지 할머니는 세상에가 가장 씩씩하고 부지런한 건전지다. 마을의 중심이자 운동을 즐기는 동구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는 매일 아침 혈압계 속에서 동구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방학을 맞아 손주 동구가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동구 할머니의 일상은 물론 건전지 할머니의 하루도 한층 더 분주해진다. 가스레인지 속에서 달콤한 간식을 준비하고, 라디오 속 DJ로 변신하여 동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등, 건전지 할머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구 할머니와 함께 동구의 하루를 즐겁게 만든다. 틈틈이 보고 싶은 손주 건전지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리움 속에서도 씩씩하고 즐겁게 하루를 채워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모습이 이야기 속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동구와 할머니는 함께 밭에 나가 옥수수를 따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머니가 잠시 바구니를 가지러 간 사이 동구는 호기심에 이끌려 아기 멧돼지를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멧돼지 가족과의 맞닥뜨리게 된 동구는 놀라게 되는데... 과연 동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동구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몸은 작지만 누구보다 큰 사랑을 가지고 있고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우리 주변의 모든 할머니들을 떠올리게 만들며 미소짓게 한다. 손주를 향한 다정한 눈빛,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잊지 않는 그리움,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용기와 지혜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의 깊이를 더욱 깊고 진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무렵, 건전지 할머니가 외치는 "충전 완료!"는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큰 울림을 남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지켜주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힘이 얼마나 크게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만들면서 말이다.
알록달록한 펠트 인형과 섬세한 배경 소품이 어우러진 책 속 장면들은 시각적으로도 따스한 감정을 전하며 책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 책은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공감하는 가족이야기를 너무나 따스하면서도 재미나게 담아내며 우리 모두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