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따뜻하고 유쾌한 표지 그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 5학년인 주인공인 주변 사람들과 자신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일상 속에서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닮은 점을 찾아내며 관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무서워하던 치과 의사에게 인사를 건너게 된 장면이나 먼나라에 사는 친구와 마음을 나누게 된 계기가 모두 그런 예에 속한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공통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물의 시선이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의 흐름을 간결하게 구성하면서도 아이의 내면을 조용히 따라가며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인물 간의 극적인 갈등이나 큰 사건은 없지만 대신 독자는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모예진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보안하며, 특히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을 부드럽게 표현해 내용의 흐름을 돕는다. 이 책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다름보다는 닮음에 주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게다가 이 모든 이야기는 일상의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지며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다.


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닮은 점을 찾아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지만 단순히 공통점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점을 먼저 드러내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제일 처음 실린 엄마와의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엄마가 퇴근한 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들려주며 일상의 대화를 시작한다. 평범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상과 질문, 웃음과 공감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 견학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는 “딱 하루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과거로 가고 싶어 하고, 엄마는 100년 뒤 미래로 가고 싶어 한다. 생각의 방향은 달라도 ‘상상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그 둘을 연결해 준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닮은 점을 찾는 것을 넘어서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머리 위에 생각이 구름처럼 떠오른다면 어떨까?’와 같은 상상은 아이의 창의력을 자극하면서도 가족 간 대화의 즐거움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상상하고, 엄마는 그 상상에 더 기발한 상상을 얹는다. 이처럼 책은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것을 확장해 주는 어른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앞으로도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면 제일 먼저 엄마한테 말할 거야라는 다짐으로 끝나는데 이는 아이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신뢰와 즐거움, 그리고 연결감을 보여주어 참 따뜻하고 좋다.


그리고 이 책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공통점 찾기"라는 활동을 통해 아이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현서는 처음엔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닮은 점을 찾는 데 집중하지만 점차 눈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심지어 동식물에게까지 관심을 확장해 나간다. 이 흐름은 공통점을 찾는 것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관심 갖기’와 ‘이해하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현서가 처음부터 열린 태도를 가진 아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때때로 편견이나 오해에 사로잡히고, 사람을 성급히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상대와의 예기치 못한 닮은 점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태도를 바꿔나간다.


예를 들어 현서는 매일 저녁 윗집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점점 예민해진다. 개구지고 고집 센 윗층집 아이 민호는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아이처럼 느껴졌고,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층간소음 안내문 아래 민호가 쓴 사과 메시지를 보게 된다.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어릴 적 자신의 글씨와 닮아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현서의 시선이 달라진다. 민호가 귀찮은 존재에서 친숙한 아이로 느껴지고, 발소리마저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보다”라는 따뜻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소리는 그대로지만 감정은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이렇듯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이 단순한 닮음 찾기를 넘어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갈등을 이해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렇게 이 책은 ‘공통점 찾기’를 통해 관계의 시작점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강점이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실수와 허술함, 익숙한 감정들 속에서도 연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현서는 때로는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관찰하고 때로는 제3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 사이의 닮은 점을 발견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간다. 이러한 관찰과 발견은 어린이 독자가 인간관계 속에서 ‘나’와 ‘너’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건강하게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결국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관계 속 갈등이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실질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타인의 다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서 나와 이어지는 작은 점 하나를 찾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모든 어린이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흙의 숨 - 흙과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왔는가
유경수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의 시대, 흙에서 길을 찾다!'라는 띠지 속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흙을 통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깊이 있는 시도를 탐고 있다. 저자는 토양생태학자로서 단순한 과학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서 흙에 내재된 문화적 상징성과 사회적 맥락까지 치밀하게 추적해 나가고 있다.


흙은 지구의 피부이자 생명의 토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책은 흙을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한국 진도의 논밭와 무덤이 공존하는 풍경,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화전농, 화산섬에서 막 태어난 어린 흙의 순간, 북극권을 파고든 지렁이의 생태적 침입까지 서로 다른 지역과 맥락 속에서 흙은 인간의 삶과 얽히며 역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현장을 누비며 채집한 토양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간과해 온 땅의 언어를 해독하는 하나의 방식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토양에 대한 그동안의 단편적인 인식을 넘어 생태계와 인류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흙은 단순한 자연물만은 아니라 유기물과 무기물, 생명과 비생명, 현재와 과거가 얽히고 설킨 복합적인 공간이며 인간과 자연, 문화와 생태가 만나는 접점이다. 흙 속에는 수천 년 전 죽은 식물의 유기물이 지금 막 뿌리에서 분비된 영양물질과 공존하고 마그마에서 생성된 광물과 최근 침전된 점토광물이 한 덩어리로 섞여 있다.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 노동과 기억, 관계와 시간이 뒤엉킨 뒤죽박죽의 장소로서, 흙은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무대이며 인간이 가장 오래, 가장 깊이 경험해온 자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흙을 생물학적 또는 지질학적 대상에만 가두지 않고 문화적이고 철학적인 층위에서 새롭게 조망한다. 그리고 흙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과 그 위에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담아 내었다.


이 책은 이러한 흙을 단지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와 삶의 층위에서 사유해야 할 존재로 바라본다. 저자는 ‘똥’, ‘화전’, ‘쟁기’, ‘논’ 등 농업과 밀접한 주제를 통해 인간이 흙과 맺어온 구체적이고도 깊은 관계를 짚는다. 똥은 유기물의 순환을, 화전은 생태적 지혜를, 쟁기는 기술과 문명의 전환을, 논은 기후에 대한 적응의 산물을 보여주며 흙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의 토대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서 물과 강, 미생물과 지렁이, 그리고 흙의 ‘몸’과 ‘숨’이 어떻게 기후 변화와 연결되어 있는 지를 탐구한다. 흙은 숨을 쉬고 그 숨결은 지구의 탄소 순환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의 활동은 그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극지방 토양에서 일어나는 유기물 분해와 지렁이의 확산은 우리가 흙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기후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는 흙과 죽음의 관계로 시선을 옮긴다. 저자는 무덤과 밭이 함께 존재하는 진도의 풍경을 통해 흙이 생과 사를 연결하고 세대 간 시간을 이어주는 장소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처럼 이 책은 농사와 생태, 생명과 죽음,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서사 속에서 흙이 단지 땅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원임을 되묻는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쟁기를 다룬 장의 마지막 부분이다. 저자는 쟁기가 단순한 농기구가 아니라 인류 문명 자체를 바꾼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다고 말한다. 중세 유럽의 경제와 경관을 바꾸고 아메리카 대륙의 농업을 가능하게 한 것도 모두 쟁기였다. 그러나 오늘날, 쟁기의 자리는 더 이상 확고하지 않다. 토양 침식과 생태계 파괴를 낳은 쟁기 중심 농법은 이제 '쟁기 없는 농업’, ‘살리는 노동’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육식을 줄이는 실천이다. 그는 고기 소비를 줄이기만 해도 지구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소고기를 끊으면 미국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의 농지를 자연에 돌려줄 수 있고, 양고기까지 줄이면 북아메리카 전체에 해당하는 땅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과 가축의 오랜 관계를 되돌아보며 저자는 우리에게 꼭 이렇게까지 파괴적인 방식이어야만 했을까라고 묻는다. 결국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직면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자의 말처럼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매일 식탁 위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작고 확실한 변화일 것이다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노동이 죽이는 노동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되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이 책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는가? 저자는 이를 농업 기술, 생태적 상상력, 문화적 기억의 층위를 넘나들며 해부해간다. 농사라는 고대의 기술은 여전히 21세기 생태문명의 성패를 가르는 중심에 있으며 쟁기처럼 익숙한 도구 하나가 인간과 비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도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지렁이라는 친환경의 상징이 실제로는 어떤 생태계에서는 교란자로 작용한다는 사례는 생태계의 균형이 얼마나 지역적이고 조건적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생물 다양성 보존 논의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흙의 숨과 몸, 즉 생물학적·화학적 순환 체계의 미세한 변화가 기후 위기의 진폭을 키운다는 분석은, 인류의 생존과 흙의 안녕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쾌하게 지적한다.


책은 흙을 단순한 땅이나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생명과 문화의 토대이자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생태계로 조명한다. 저자는 다양한 지역의 사례와 과학적 탐구, 생태학적 통찰을 통해, 흙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출발점이자 지속가능한 미래의 열쇠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은 흙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일이 곧 인간 스스로의 삶을 지키는 일임을 강조하며 산업화된 농업이 남긴 흔적 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또한, 흙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역사를 되짚으며 저자는 독자들에게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실천적 책임감을 환기시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흙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새로운 삶의 감각을 되찾는 일이 가장 우리에게 지금 가장 시급함을 깨닫게 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경수 2025-09-0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넓고 깊은 리뷰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흙의 숨˝을 쓰는 동안 그리고 흙을 공부하는 동안 가졌던 제 시선과 문제의식을 잘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페북에도 링크합니다. https://www.facebook.com/kyungsoo.yoo.5
 
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 야구 만화 도감 2 : 심화편 반전 도감 5
익뚜 지음, 김양희 감수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을 워낙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야구 만화 도감 2>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감이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만족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어!’라는 말이 딱 맞게 야구의 복잡한 전략과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유쾌하게 풀어낸 심화편이다.


투수의 구종 선택부터 공격·수비 전략, 포지션별 특징까지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야구 상황을 만화를 통해 쉽게 풀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OPS, WAR 같은 통계 데이터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단순한 규칙 이해를 넘어 야구 경기를 읽는 눈을 기를 수 있게끔 한다. 또한 KBO와 MLB 등 국내외 실제 프로야구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설명은 현실감과 몰입도를 더하며 현역 스타 선수 24명의 정보까지 담겨 있어 어린 독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여기에 초판 한정으로 제공되는 KBO 선수 띠부씰은 소장 가치를 더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책은 맨 처음에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를 수락하여 이 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 리그 우승팀 ‘이겼스’와 미국 리그 우승팀 ‘다졌스’가 맞붙는 대결이 펼쳐진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를 자극한다. 단순한 상상이나 책 속 이야기가 아닌 정말 이런 경기가 열린다면?이라는 생각에 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팀 이름에서부터 센스가 넘친다. ‘이겼스’와 ‘다졌스’라는 이름은 누구나 웃음을 터뜨릴 만한 이름에 저절로 눈길이 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과연 누가 이길지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생기게 만든다. 이름만 봐도 결과가 정해진 듯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각 팀의 전력과 장단점에 대한 단서들이 슬쩍슬쩍 드러나며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주인공 주니가 어렵게 이벤트 경기 초대권을 직접 구해내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 특별한 경기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진지한 승부가 될 것임을 암시하며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겼스가 진짜 이길까?, 아니면 다졌스는 정말 세계 최강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야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일 처음 접하게 되는 선발 투수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책의 진가가 제대로 알 수 있다. 선발 투수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왜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KBO 리그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만화 속 캐릭터들의 유쾌한 대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체력과 멘탈 관리, 부상 위험, 예고제와 오프너 전략까지의 내용은 생각보다 꽤 전문적인데 만화로 표현되어 있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겐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이미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경기 운영과 전략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흥미로운 포인트를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읽는 재미도 있고 배우는 재미도 크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야구의 규칙이나 전략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선수 vs 선수’ 비교 페이지는 이 책만의 독특한 재미를 더해준다. 마치 부록처럼 구성된 이 비교 코너는 실제로 야구장에서 활약 중인 KBO와 MLB 선수들을 나란히 소개하면서 직관적인 비교와 분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기아 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거너 헨더슨 선수를 비교해 소개하고 있는데, 김도영은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주루와 수비가 강점인 3루수이며, KBO 리그 최연소 MVP 수상자라는 이력도 인상적이다. 반면 헨더슨은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으며, 메이저리그 신인왕을 수상한 유격수로, 파워와 수비, 어깨까지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이처럼 실제 선수들의 데이터와 특징을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은 국내외 야구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야구에 대하여 단순히 규칙을 알려주는 입문서를 넘어 현대 야구의 복잡한 전략과 데이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특별한 야구에 대한 심화된 이야기들이 총망라된 책이다. 숫자와 통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적인 승부의 감동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책은 야구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고, 이미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경기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야구가 더 재미있어지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야구를 좋아하거나 혹은 야구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는 게 어떨까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박한 수학 사전 - 외계어 같던 개념이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벤 올린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표지만 보아도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수학을 언어로 해석한다는 독창적인 발상에서 출발하여 기존 수학 입문서의 깨는 그야말로 신박한 수학책이다. 단순한 공식의 암기나 문제 풀이 방식에서 벗어나 숫자는 명사, 연산은 동사, 공식은 문법이라는 언어학적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더욱 신박하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을 단순한 계산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제시하며 새로운 해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벤 올린은 전작 <이상한 수학책>에서부터 독특한 유머와 일러스트, 그리고 탁월한 비유로 쉬학을 쉽게 풀어내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책에서는 더 나아가 수학을 '말처럼 배우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며 특히 수포자나 문과생, 수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단순히 수학 개념을 사전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장은 짧고 재미난 에피소드, 익살맞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실생활 사례 등을 통해 수학 개념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수학자들의 관용어, 수학적 유행어까지 소개함으로써 교과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수학의 문화적 맥락까지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초등학생부터 성인 독자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수학을 처음 접하거나 기존 수학 교육 방식에 어려움을 느꼈던 이들에게 특히 이 책은 유익하며 수학적 사고력과 언어적 감각을 동시에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백과사전식 정보 전달이 아니라 수학을 언어로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학을 숫자(명사), 연산(동사), 공식(문법)으로 구성된 하나의 언어 체계로 바라보는 그의 접근은 기존의 암기 중심 수학 교육과는 분명히 다르다. 저자는 수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혼란을 소개하며 그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 언어에 대한 교육적 전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하며 독자들이 수학을 ‘읽고 쓰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특히 저자는 수학에 대한 오래된 질문인 “수학은 발견되었는가, 발명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는 수학을 자연 속에서 ‘발견된 나무’를 둘러싼 ‘설계된 집’에 비유하며, 수학은 발명을 통해 구조화된 발견의 언어라고 말한다. 이 비유는 수학이 세계의 진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인간 이성이 만들어낸 정교한 언어 체계라는 저자의 관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자 한다. 이는 단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학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지를 깨닫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책은 수학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시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과 재치 있는 일러스트는 수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개념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음수에 대한 설명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음수를 단순한 수가 아니라 수학의 체계를 정돈하고 통합하는 열쇠로 소개한다. 해발과 해저를 하나의 개념인 ‘고도’로, 덧셈과 뺄셈을 하나의 연산으로, 과거의 복잡한 방정식을 하나의 깔끔한 공식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바로 음수다. 그리고 이러한 음수의 역할을 그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비유한다. 부정적인 성격의 사람이 파티에 오자 “누가 방금 나갔지?”라고 묻는 상황처럼 음수는 존재를 부정하지만 체계를 완성하는 요소라는 점을 유쾌하게 강조한다. 이처럼 이 책은 수학을 언어처럼 다루며 개념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풀어내어 책에 대한 몰입과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백과사전식 개념 나열이 아니라, 주제 중심으로 조직된 구성 속에서 수학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풀어낸다. 각 장은 수학의 언어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명확한 흐름을 갖추고 있으며, 구성 면에서도 체계적이다. 예를 들어 1장에서는 숫자를 ‘명사’에 비유하며, 숫자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세상의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적 단위임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연산을 ‘동사’로 보아, 수 사이의 관계와 작용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공식이 문장을 만드는 ‘문법’처럼 작동한다는 점을 통해 수학적 문장의 구조와 의미를 밝힌다. 4장에서는 쿠키 더미, 동전, 들통 등 일상적인 사례를 활용해 개념을 스토리로 풀어내고, 5장에서는 수학자들의 표현 방식과 역사적 맥락을 통해 수학이 단지 계산의 언어가 아니라 문화적 언어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각 챕터는 수학을 언어처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적이며 유기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수학을 처음 접하든, 다시 도전하든 관계없이 수학의 개념들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수학적 사고를 표현하는 방법까지 익힐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친근한 비유와 유머, 그리고 잘 구성된 설명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수학이라는 언어를 자유롭게 읽고 쓰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을 단순히 계산의 기술이 아닌, 생각하고 표현하는 언어로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숫자와 기호를 문장처럼 해석하고, 연산을 관계의 동사로 읽으며, 공식을 문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문제를 풀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묻는 자세, 그리고 개념의 본질과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수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외워야 할 공식 대신, 말처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수학의 세계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박한 수학 사전 - 외계어 같던 개념이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벤 올린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한 수학책 시리즈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