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 - 버드모이의 2500일, 100개국 세계여행
버드모이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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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한 자기 탐색의 과정을 담고 있다. 2017년, 평범한 직장 생활을 접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 저자 버드모이는 이후 2,500일 동안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해 나갔다. 이 책은 그 과정 속의 단순한 경험담이나 관광 정보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실험하며 정체성을 세워나간 기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의 설국열차에서 시작된 여정, 이방인으로 겪은 차별, 낯선 도시에서 적응해가는 일상까지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13만 명의 구독자와 여정을 공유해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결국 어디를 갔는가 보다 어떻게 살았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 하겠다. 그 안에 담긴 불확실함을 감수하며 살아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독자에게도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기시키게 만들며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다. 


책의 프롤로그는 저자가 여행하는 삶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풀어내며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20대 후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처음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하루는 불확실했지, 일정 없는 시간을 보내며 마주한 거리의 풍경과 사람들, 식당의 현지 음식이 오히려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첫 여행 이후 저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남았다. 짧은 여행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생겼고, 곧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남미 대륙에서의 빠듯한 일정, 중동에서의 예상치 못한 상황, 그리고 육로로 이어진 동남아 순례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자신만의 원칙과 방식으로 일상을 다시 구성해 가는 시간이 되었다.저자는 그 시간을 통해 여행이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이 아니라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디를 갔는지 보다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반응했는 지가 중요했다. 그렇게 저자는 여행자가 된다는 것이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익숙한 틀을 의심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저자가 영어와 마주한 경험을 어떻게 극복했는 지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영어를 능숙하게 쓰지 못해 겪는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단순히 언어 능력이 부족한 문제를 넘어서 외국인 앞에서 말을 꺼내는 데 필요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어색함 속에 직접 부딪히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과의 교류는 언어 실력보다 말하려는 의지가 훨씬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이는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들은 학습의 과정이라기 보다 실전 속에서 쌓인 훈련에 가까웠다. 책은 이 경험을 통해 영어를 잘하는 법을 설명하기보다는 낯선 환경에서 소통을 시도하는 태도 자체가 용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는 영어 실력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 상황에 뛰어드는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책의 후반부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중단된 이후, 저자가 한국에서 진행한 국토대장정의 기록이 담겨 있다.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약 600km에 이르는 여정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한 번쯤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지만 예상보다 체력적 부담도 컸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 여정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단지 저자 혼자의 힘만으로 완주한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도움과 함께 걸어준 동행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응원이 여행의 지속하게 만들었다. 책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관계의 가치와 타인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땅끝마을은 여정의 마지막 지점이었지만 저자에게는 일종의 정리이자 다음 단계를 위한 전환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온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낯선 환경에서 반복되는 도전과 관찰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기준을 바꾸어 왔다. 이 책에서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기록은 그 과정을 인식하고 정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저자는 화려한 장면이나 감각적인 순간보다 꾸준히 이어가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상 몇 편으로 주목 받기 보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지속적으로 쌓고 정리한 시간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책이 새롭거나 획기적인 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길고 다양한 나라 속의 이야기들이지만 그 시간들이 주는 메시지는 오히려 심플하다. 저자는 각자가 자신만의 리듬과 방식으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음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고, 그 솔직한 이야기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야기는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이어갈 힘이 있다면 삶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음을 모두에게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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