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동주 창비교육 성장소설 15
정도상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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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2025년은 윤동주 시인의 서거 80주기이다. 이 책은 그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적 시도 중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남긴 국민 시인이지만, 이 책은 그가 시인이 되기 전 한 명의 평범한 소년이었던 시절에 주목한다. 만주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윤동주의 내면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 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여고생 새봄이 꿈에서 윤동주를 만나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오늘날 청소년 독자들이 윤동주에게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자연스럽게 좁혀준다. 또한 송몽규과 문익환 등 그의 친구들과의 관계, 문학과 신앙, 조국에 대한 고민 등 당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시인이 겪었던 갈등과 선택을 깊이 있게 담아내었다. 이 책은 윤동주를 위대한 시인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한 명의 고민 많은 청소년으로 바라보게 하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과 꿈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의 프롤로그는 윤동주를 단순히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여전히 시를 통해 현재와 연결된 존재로 그려낸다. 그렇기에 시인은 자신이 알닐람이라는 별에 거주하며 육체를 벗어난 이후 자유롭게 시의 언어를 따라 지구를 오간다고 말하고 있다. 독자가 윤동주의 시를 깊이 있게 읽는 순간 그 감응에 이끌려 지구별로 내려온다는 설정은 신박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시인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는 여고생 정새봄이 공부 도중 시에 빠져들고 꿈속에서 시인 윤동주와 조우하면서 시작된다. AI로는 알 수 없는 시인의 학창 시절을 윤동주 본인이 직접 들려주는 이 전개는 보다 생생하고 인간적인 윤동주를 보여준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접근 대신 시인을 주체적인 화자로 설정한 이 서사는 본격적인 시간 여행을 예고하며 시인 윤동주가 아닌 윤동주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궁금하게 만들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


소설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윤동주의 은진중학 시절로 시작된다. 동주는 명동소학교 시절부터 함께 문학을 꿈꾸어온 송몽규, 문익환과 함께 중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청소년기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 시절의 윤동주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나온 무겁고 비장한 이미지의 시인과는 조금 다르다. 축구를 좋아하고, 땀 흘리며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즐기고, 바느질도 손수 해내며 일상에 몰입하는 모습은 오히려 소박하고 정감 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에 가까와 더 인싱 깊었다. 특히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동요 가사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감탄하던 그의 순수함은 이후 탄생하게 될 주옥 같은 동시의 정서적 뿌리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시기의 동주는 섬세한 감수성과 예술적 기질을 지닌 반면, 몽규는 보다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동요에 빠져드는 동주를 바라보며 몽규는 가난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먼저 떠올린다. 이상을 좇는 동주와 현실을 직시하는 몽규의 대비는 두 인물의 내면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윤동주의 예술적 선택이 어떻게 고민과 갈등 속에서 다져졌는 지를 이해하게 한다. 그 맑고도 투명한 시심은 결코 현실을 모른 채 피어난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더욱 간절히 지켜내려 했던 감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책은 윤동주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든다. 특히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징적인 시인의 모습 너머, 자신의 이름조차 어색했던 한 소년의 내면과 성장의 과정을 세심하게 펼쳐 보인다. 송몽규, 문익환과 맺은 끈끈한 우정 속에서 문학을 향한 열망과 열등감 사이를 오가며 고민하는 모습은 시인 이전에 고민 많던 한 청소년의 흔적을 생생히 보여주며 많은 공감과 그의 이야기에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시대적 억압 속에서도 우리말로 시를 짓고자 했던 윤동주의 선택은 단순한 열정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건 다짐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더더 울컥해졌다.

그리고 이 책은 윤동주의 시가 어떻게 탄생했는 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나눈 순수한 정서, 축구장에서 흘린 땀방울,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과 그의 깊은 고민들이 그의 언어 속에 어떻게 스며들었는 지를 따라가다 보면 시 한 편 한 편이 그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 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그의 시를 다시금 읽게 되니 그의 시들이 문학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윤동주의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흔들림과 결심까지 함께 떠올리며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한, 저자는 사실과 상상을 정교하게 엮어 북간도와 평양의 풍경을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감각으로 재현해냈다.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말들과 방언들을 적절히 활용해 문장의 결을 살리고 독자에게 잊혀졌던 우리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인물 중심의 전기 소설을 넘어 꿈을 품고 방향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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