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모하는 것들로부터 달아나기 - 소로의 미니멀리즘 러너스북 Runner’s Book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청경채 편역 / 고유명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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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고유명사의 큐레이션 북으로 러너스북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여기서 러너스 북이란 책과 달리기로 일상의 건강성을 회복하자는 모티브에서 출발된 시리즈이다. 책은 우리의 정신을, 달리기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달리기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러너스북 시리즈는 인생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 고전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가의 문장을 선별하여 모은 큐레이션 북이다.


'러너스 북'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에서 주옥같은 문장들을 선정하여 편역하여 이 책에 담아내었다. <윌든>은 소로의 대표적인 에세이로 1845년부터 1847년까지 그가 윌든 호숫가 숲속에서 홀리 지낸 삶의 기록이다.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간소하고 자립적인 생활을 실천하면서 자연과 인생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소로의 사상과 인간관을 보여주는 결정체로, 그의 철학적 깊이와 간결하면서도 절묘한 문체를 통해 더욱 가깝게 우리에게 와닿는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최고의 예술 작품에 대해 단순한 관찰이나 감상을 넘어서 우리의 삶을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고 정성스럽게 가꿀 때 우리의 하루와 인생은 더욱더 풍성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작은 요소들에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소한 것들,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와 삶을 이루기에 우리는 아주 작고 소소한 부분들까지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거짓이 진실을 대변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무엇이 진실인지, 올바른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늘 깨어 있는 태도로 살아야 할 것이다. 수많은 정보와 뉴스 속에서 진실을 판별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


올바른 독서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소비하는 것이 아리나 참된 정신으로 책의 깊이를 이해하고 내면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독서를 통해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성찰하며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독서를 일시적인 활동이 아니라 일종의 평생 습관을 받아들이고, 매일 조금이라도 지속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이를 나의 가치관과 비교하며 내면의 성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올바른 독서를 하기 위해선 책 선정이 아주 중요한데 이 책은 올바른 독서를 위해 딱 맞는 책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흔히 명확하고 선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삶에서 겉보기에는 좋은 것처럼 보이는 선택이나 환경이 오히려 진정한 길을 가리는 장애물일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외부의 빛에 의존하다보면 자기 내면의 빛인 직관과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며 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빛과 어둠의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균형과 본질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이 문장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과 성숙은 바로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정말 간결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은 결코 간결하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을 보내며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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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육월식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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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실처럼 칭칭 뒤엉켜버린 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고 있으며 미디어창비에서 처음으로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선보이는 전 연령 그림책이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외면하고 싶은 선인장 '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엄마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어느 날 주인공 '인'이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세상에 태어난 인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바로 '연'이었다.


인과 연, 그리고 몇몇의 선인장은 같은 물을 먹고 한 화분에서 잔다. 한 화분에서 먹고 자는 이들을 모두 가족이라고 하였다. 연은 인에게 먹는 법, 자는 법과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법 모두를 연에게서 배웠다. 그리고 화분의 분위기는 연이 결정했기에 인은 연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만 했다. 사실 별다른 연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으니 별다른 연습 없이도 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시간 동안 인은 연이었고, 연은 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베란다 구석 그늘진 곳에서 살던 이들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인의 앞에 길이라는 라벤더가 나타난 것이다. 이태껏 연하고만 교류하던 인의 앞에 나타난 길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묻고 여태껏 듣지도 알지도 못했던 세상에 대해 인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길은 인에게 자신은 꼭 검은 돌을 던지고 바다에 갈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인은 검은 돌을 던지는 것이 무슨 말인지를 묻고 이에 대해 길은 누군가 어떤 곳을 완전히 떠날 때 등 뒤로 검은 돌을 던지는 거라고 답했다.

그날 인은 연에게 우리도 바다에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연은 바다는 우리가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런 연에게 다시 한번 인은 그럼 자신은 바다에 가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적만이 흐르고 인은 연의 가시 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실로 칭칭 감긴 모습으로 서로에게 묶여 있던 인과 연 사이에 균열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은 조금씩 바다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서 조금씩 연에게서 자신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엄마 연에 대한 애증으로 가득했던 인은 드디어 엄마 연에게서 벗어나 바깥으로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인은 검은 돌을 던지지는 못했다. 그 때문일까. 엄마와 아무리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독립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 숨을 기르면서 엄마 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인은 숨을 키우면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연의 모습을 자신이 너무나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그러하듯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하며 느끼는 복잡하고 미묘한 애증의 감정을 너무나 섬세하게 잘 담고 있어 이 책의 모든 부분에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아이 숨을 키우며 다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인은 엄마 연이 자신에게 한 모든 행위가 사랑임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자기 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 인에게서 '검은 돌'이 뚝 떨어지며 인은 진정한 행복과 따스한 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아이를 양육하면서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눈이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된 인의 모습은 딱 나의 모습이자, 이 세상 모든 딸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와 엄마와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어릴 적 일을 했던 엄마가 늘 그리웠던 나는 내가 중학생이 되어서 엄마가 일을 그만두었을 때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맛난 간식을 주는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 하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정말 너무나 평했던 그 일상이 요즘에는 참 그립다.


나 역시 엄마가 되고서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한때는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어린 나의 어리석음과 엄마가 왜 그토록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었는지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행동들을, 말들을 이제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의 인처럼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의 딸이 아니라 오롯이 나로서 세상에 서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고, 나의 아이들 역시 어린 내가 느꼈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나에게서 느끼겠지. 부디 나의 아이들은 검은 돌을 나보다 쉽게 던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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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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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라인업만 봐도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시작'을 테마로 한 소설집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윤성희, 장류진, 조경란, 김화진, 정소현, 박형서, 백수린의 7명의 작가님들이 시작을 앞둔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10대의 청소년의 성장과 우정의 시작부터 20대의 첫 출근, 70대에 비로소 시작한 사랑까지 살면서 마주하는 시작의 장면을 연령대별로 수록하여 더 다채롭고 더 감동적이며 더 좋다. 


이 책에 담긴 7편의 소설 모두가 좋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인 <흑설탕 캔디>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흑설탕 캔디>는 할머니의 네번째 기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성묘를 갔던 날 주인공 나가 남동생 상우로부터 듣게 된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뜬금없이 동생 상우는 주인공 나에게 가족이 함께 프랑스에 살 때 할머니가 아파트 일층에 살던 할아버지와 사귀었다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모두와 헤어진 후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할머니의 유품 속에서 할머니의 일기장 노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시절 프랑스에서의 할머니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주인공 나가 다섯 살, 동생 상우가 세 살 때 엄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고 난 뒤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백육십 센티미터의 키에 사십구 킬로그램 내외의 체중을 수십년째 유지하고 가지런한 백발의 단발머리를 고수하던 할머니는 동년배의 다른 할머니와는 너무나 달랐고, 이를 주인공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햇다. 게다가 할머니는 일본어에 능숙했고, 계란말이와 계란찜을 일본 식으로 달짝지근하게 만들었으며, '에델바이스'를 영어로 부를 줄 알았고, 다른 할머니와 달리 교육 수준도 높았으며 피아노도 잘 치셨다. 그런 할머니었기에 나는 엄마의 부재를 상대적으로 덜 느끼며 자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프랑스 파리의 주재원으로 가게 되며 할머니 역시 함께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된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는 주인공 나도 동생도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오로지 할머니가 계신 집 만이 안전한 곳이었다. 그렇게 할머니와 남매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파리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은 프랑스어에 능숙해지고 파리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가지만 프랑스어가 늘지 않은 할머니는 혼자만의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게 된다. 그 수많은 혼자만의 시간을 할머니는 어떻게 보냈을까?


그 시절 자신의 삶에 바쁘고 집중했었던 터라 할머니와 고독과 외로움, 타지에서의 당황스러움을 알지 못했던 주인공 나는 할머니의 일기장을 통해 그 마음들을 알아가고, 이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낸 문장들이 왠지 더 슬프게 다가왔다. 여하튼 그 시절 할머니는 브뤼니에 씨를 알게 된다. 아파트 일층에 살아 여러번 마주쳤을 테이지만 할머니의 눈에 브뤼니에 씨가 들어오게 된 것은 바로 브뤼니에 씨 집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선율 때문이었다. <사랑의 꿈> 3번 A 플랫 장조를 듣게 되자 할머니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연주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후 시작된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의 이야기.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절에 비로소 시작된 사랑이라고 감히 젊은 이들의 그것과는 다를 꺼라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할머니가 난생처음 맛보았던 그 황홀하도록 달콤했던 흑설탕 캔디처럼 브뤼니에 씨와의 시간도 그러했을 것이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그 사랑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 것은 이별의 순간을 할머니나 브뤼니에 씨가 결정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시작'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저마다 연령도, 각자 위치도, 내용도 다를 지라도 시작의 순간이 우리에게 주는 긴장감과 설레임은 우리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7명의 주인공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면서 그 응원의 힘이 우리에게로 향하게 하여 또 힘을 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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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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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투명한 정육면체 큐브에 갇혀 '채집'된 연우가 겪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야기로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이다. 이야기의 설정부터 기묘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공감할 듯 싶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고3 남학생인 연우가 어느날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되어버린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우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투명한 정육면체로 생긴 큐브에 갇혀 지구 둘레를 계속해서 돌고 있다. 밖으로 손을 뻗으면 손은 투명한 막에 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이 쏟아졌다. 다시 깨어나면 밀려드는 허기로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으며 그런 연우의 상태를 예측이라도 한 듯이 연우 근처에 둔 종이가방에는 유부초밥이 도시락 안에 있었다. 그렇게 연우는 큐브에 갇힌 채 일정 주기로 강제로 자다 깨다 먹기를 계속했고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심리적, 신체적인 그리고 물리적인 상태가 리셋되었다. 과연 큐브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연우를 갇아둔 채 모든 것을 제어하며 리셋 시키는 걸까?


계속해서 시도하던 연우의 탈출 시도는 거듭 실패하곤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갑자기 '항상성 붕괴..... 부적합.... 조사 종료....'라는 메세지가 뜨더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려보내진다. 그렇게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된 연우. 연우를 다시 보게 된 후배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놀라는데, 연우가 1년 동안 행방불명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했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돌아온 연우는 경찰 조사를 받고서 마을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연우가 1년동안 큐브에 갇혀 있는 동안 친구들은 직장인이나 대학생, 재수생 등 연우와는 달리 각자 자신이 갈 길을 정해 변해있었다. 이제서야 현실로 돌아온 연우는 일상에 적응하고 앞으로의 진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채집으로 인해 가지게 된 '장치'와 복제된 자아, 그리고 이 장치의 항상성 시스템 덕분에 오히려 그것이 없어지면 생기는 불안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채 매일 챗바퀴 돌아가듯 문제집과 공부에만 집착했던 고3 연우는 그렇게 진짜 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한편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만남과 연애, 헤어짐은 이러한 연우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게 하는데.. 과연 연우의 진짜 나 찾기는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까? 연우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큐브라는 공간에 채집되어 항상성을 유지한 채 채집되어 시간을 보낸다는 신박한 설정은 이 책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연우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각자 자신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혼자서만 관찰자로 존재하여 겪게 되는 불안과 진로에 대한 결정에 대한 부담과 막막함은 누구라도 공감할 둣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집되지만, 현실에서 우린 스스로를 채집하여 자신 만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연우가 겪는 진짜 나 찾기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며 고구분투하는 모습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가는 연우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는 반전으로 인해 더욱 소름끼치게 되는데,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반전에서 놀라면서 안도하는 복합적인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뛰어난 몰입감과 신선한 SF적 설정에 반전까지 더해졌으니 누구라도 이 책에 폭 빠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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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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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유일한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가난한 양반의 딸인 주인공 덕주가 훗날 조선에서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불리는 '빙허각'과 함께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동화다. 조선시대에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글을 쓰고 공부하는 빙허각을 통해 주인공인 덕주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왠 나그네가 손수 만든 국화주를 무덤 앞에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한 선비. 선비는 바로 빙허각의 시동생이며, 나그네는 바로 빙허각의 제자이자 주인공 덕주다. 돌아가신 빙허각을 그리워하는 덕주에게 선비가 들려주는 둘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덕주는 매일 세벽, 일렁이는 마음을 안고 언덕에 올라 강 저편의 세상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덕주가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이웃집 할머니가 바로 빙허각이었다. 빙허각은 첫 만남에 덕주의 눈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향한 불이 가득했음을 알아챘고, 자기답지 않았지만 덕주를 자신의 제자로 맞이했다. 과연 빙허각과 덕주에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덕주는 이토록 빙허각을 그리워하며 빙허각 역시 덕주를 이야기 할 때면 즐거워했던 것일까?


주인공 덕주는 넓은 세상이 궁금하여 매일 새벽이면 언덕에 올라 마을 어귀를 내다보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인 빙허각을 마주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권유로 살림을 배우러 간 곳에서 다시 빙허각과 마주하게 된다. 그 시대만 해도 여성은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해야만 했었다. 그랬기에 돈벌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지는 덕주의 어머니를 아버지는 못 마땅하게 여겼고, 딸인 덕주가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서울서 내려왔다는 빙허각에게 자신의 딸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사대부의 도리만을 중요시하던 그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처럼 보였던 덕주의 아버지의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자 그 시대의 여성에게 주어진 수많은 책임과 한계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하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망설였던 빙허각은 덕주 아버지의 청을 거절하지만 덕주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 마음을 바꿔 덕주 아버지에게 덕주가 자신을 도와주면 어떠냐고 청하게 된다. 그렇게 빙허각의 집에 정기적으로 가게 된 덕주. 그렇게 덕주와 빙허각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혼자서 처음 빙허각의 집에 가게 된 덕주는 여인이 공부를 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서 놀란다. 하지만 이내 빙허각에 적어놓은 글귀에 마음을 빼기게 된다. 그런 덕주에게 빙허각은 "여인이 먹고사는 일에 관한 책을 쓴다면 어떨 것 같으냐?" 고 묻는다. 하지만 온종일 일하느라 한문을 익힐 시간이 없었던 덕주는 "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는 책이람녀서 왜 어려운 글자로 쓰나요? 이렇게 써 놓으면 정작 백성들은 읽을 수가 없잖아요."라고 반문한다. 그렇게 책을 언문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한문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부딪히게 되는 두 여인의 눈에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어떤 어려움일 있어도 자기의 뜻을 꿋꿋이 펼쳐 나가려는 뜨거운 불씨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 너무나 닮은 두 여인은 그렇게 합심하여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 속의 이야기들이 참 감동적이면서 좋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조선시대에 여성 실학자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그 시대에 여성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기에 여성 실학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엿보기가 힘들다. 이 책은 현재 유일한 여성 실학자로 알려진 빙허각과 주인공 덕주가 함께 <규합총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조선 후기 여성들의 생활상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온갖 물건이 가득한 빙허각의 안채를 묘사하는 부분과 덕주의 어머니를 비롯한 마을의 여러 아줌마들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참 좋다. 그리고 빙허각을 통해 덕주는 자신만의 책을 쓰겠다는 꿈을 키우고 다져나가는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누구라도 꿈꿀 수 있으며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렇기에 단순히 역사를 알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심어주는 이 책, 누구에게라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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