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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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2023년 틴 스토리킹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길잃고 홀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 아기 보보를 집으로 향하도록 길을 나선 원호와 선호, 두 아이의 모험과 따뜻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원호가 학교에서 졸다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교 후 친구의 게임 제의로 거절한 채 원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두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 발걸음 가볍게 리듬을 타며 집으로 향한다. 드디어 오늘, 원호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작사 작곡한 천재적인 노래를 녹음할 계획이다. 원호는 온라인 크리에이터다. 채널명은 <송원호의 노래 만들기>로 구독자 수 7명에, 그중 두 명은 부모님이다. 모두에게 비웃음을 받아 왔지만 오늘 완성할 이 곡으로 뮤지선으로 자신의 천재성이 드디어 입증될 것이 분명하다. 원호는 그렇게 확신하며 기분 좋게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나래는 학원에 시간 맞춰 갈 생각으로 마음 속이 복잡하다. 계획에 없던 보충수업으로 하지 못한 학원 숙제에 이번에도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도 엄마가 늘 말하듯이 생각이 너무 많고 느려 터진 자신이 문제다. 교문에 선 아이들과 늘 그러하듯 먼 거리를 유지한 채, 나래는 발걸음 무겁게 학교를 나섰다.


그렇게 교문을 나선 두 아이는 무지갯빛 눈동자를 지닌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은 보보, 나이는 지구 보정으로 만 1세, 종족 명은 KMSRX-3. 아기의 이름표에 적인 주소와 메세지를 확인한 나래와 원호는 아기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간적인 선의로 '주인 잃은 곰 인형을 분실물 센터에 들고 가는 일' 정도로 시작했던 이 일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5년 전, 이른바 <대방문의 날>이라고 교과서에 기록된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모행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지구에 '이민 요청'을 해온 것이다. 그들이 지닌 과학기술이 지구에 이로울 것이라 판단한 지구인들은 그들을 나누어 이주민으로 받아들였고, 우리나라도 '미래 아파트'를 그들의 거주지로 내어주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외계어 사전이 서점 매대를 한가득 차지 할만큼 그들의 이주는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모사하며 그들만의 담장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외계인들 덕분인지 대중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진다. 그러나 지구를 마지막 종착지로 여기고 싶은 이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BJ 찡가는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미래 아파트에 사는 이주민들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민다.


한편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 주기를 실패한 원호와 나래는 미래 아파트 보보네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고군분투 끝에 겨우 겨우 보보의 집에 도착하지만 이미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모두 지구를 떠나고 없다. 보보 혼자 지구에 남은 것이다. 이제 원호와 나래의 임무는 보보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에서 외계인 종족의 이주를 돕는 임무로 바뀌게 된다. 원호와 나래가 보보의 집을 찾는 동안 BJ 찡가는 무지개 종족이 가졌다는 빛의 놀라운 힘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엄청난 값어치의 보석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미래 아파트 곳곳을 누비다가 그의 카메라 앵글에 무지개 아기를 안고 도망가는 두 명의 중학생 원호와 나래가 불쑥 잡히게 된다. 과연 원호와 나래는 찡가와 그의 무리들의 방해를 무릎쓰고 무사히 보보를 종족의 품에 데려다 줄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에서 음정, 박자 그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 지독한 음치이지만 학교 축제에서 자작곡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는 원호는 사람들의 눈에 타인의 시선 뛰는 상관하지 않는 뻔뻔한 아이로 비친다. 그리고 나래는 학교에서 규칙에 따라 교복 차람 하나 흐트러짐 없고 아이들과는 말 한번 섞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는 보기에 좀 짜증나는 모법생으로 알려져 있다. 원호와 나래 역시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이 만날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둘은 보보라는 존재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되며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길을 걷다가 무지개 종족의 아기를 만날 확률 만큼이나 서로를 알아 갈 일이 없었던 두 아이가 뜻하지 않는 여정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알아가고 서로를 응원해 가는 과정은 꽤 뭉클하고 따스하며 아름답다.


틴 스토링킹 수상작 답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여느 작품과는 다른 외계인 존재에 대한 신박한 상상력과 개성 넘치고 다채로운 인물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무지개 족의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펼쳐지는 원호와 나래의 속 이야기는 현실의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세밀하게 담고 있어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원호와 나래의 모습에서 아주 많은 공감을 하게 될 듯 싶다. 그렇기에 원호와 나래가 그동안 결코 알지 못했던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들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그렇기에 아마 많은 청소년 아이들이 이 책의 매력에 폭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호와 나래의 앞으로의 나날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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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 세계 첫 민간유인 우주미션 비행사의 친밀한 지구 밖 인사이트
노구치 소이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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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더이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는 아니다. 이제 우리는 우주를 언젠가는 가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총 3회의 우주 비행을 경험한 저자의 현실적인 우주 체류 리포트인 동시에, 우주비행사의 일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선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와 사진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을 우주의 한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듯하다. 너무나 흥미롭고 감동적인 우주에서의 이야기, 참 매력적이다. 


2020년 11월 15일 오후 7시 27분,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신형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그리고 2일 후인 11월 17일, 지구 400Km 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크루 드래건 리질리언스호가 도킹에 성공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에 보낸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물든 지구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리질리언스호 우주비행사 4인은 ISS에서 166일간 임무를 수행하여 당시 미국 유인 우주탐사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은 사람, 우주에서 바질을 키워낸 우주비행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자 이 책의 저자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낸 노구치 소이치는 리질리언스호의 유일한 아시아 우주비행사로, 우주 비행을 세 번이나 한 베테랑 미션 스페설리스트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유쾌한 모습으로 우주생활을 즐겼다. 우주를 소재로 한 인기 만화 <우주형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우주인의 조금 특별한 생활과 지구를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깨달음, 그리고 보통의 인간으로 느낀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우주 공간에서 보내는 그의 메세지는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지구에서의 삶이 무기력하고 힘든 순간 힘이 될 수 있는 깨달음과 지혜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저자는 동료에게서 '장갑에 상처가 난 것 같다'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장갑에 깊은 상처가 나면 우주복 안의 공기가 새고, 산소가 부족해져 목숨도 위험해진다. 우주에 세 번째 체류하는 그에게도 아주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공포스러운 순간에 그도, 관제 센터도 차분하게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하여 대비하며 임무를 완수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 위험한 순간에 가장 적합한 지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렇듯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소명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충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주비행사는 과연 우주에서 어떤 일을 할까? 이 책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그의 하루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의 하루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바쁘다. 기상은 평일 아침 6시. 60분 동안 아침 식사를 하고 30분간 씻고 준비를 한 뒤, 일곱시 반에는 지상과 그날의 작업 내용을 확인하는 일명 모닝DPC에 들어간다. 이 회의가 15분 정도로 끝나면 드디어 업무 시간이 시작된다. 분 단위로 짜인 과학실험을 해내고, 우주정거장 점검도 하고, 지상에서 주는 미션도 수행한다. 무중력으로 인한 근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하루 150분의 운동도 필수다. 또 실험 모듈에서 식물도 키우고, 남은 시간에는 유튜브에 우주 활동 영상도 업로드 한다. 우주선처럼 폐쇄적인 공간에 오래 있다 보면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명상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을 하는 크루 타임과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 타임을 적절히 분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집과 일터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을 만큼 근접한 환경으로 특히 처음 우주에 나온 비행사는 요령을 잘 모르는 만큼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쉽게 과로를 하고야 만다고 한다. 실제로 매일 스케줄이 꽉 차 있으니 밤에 한두 시간 정도 잔업을 하면서 다음날 작업에 필요한 도구 혹은 예비 부품을 준비해 두거나 메뉴얼 내용을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는 때때로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회사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과로를 하게 되는 경우와 동일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6개월 동안이나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러야 하기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다보면 번아웃 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이라는 우주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하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가 우주라는 공간에서 깨달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대한 깨달음은 지구의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는 다루는 우주비행사의 일과 마음에 대한 정말 세밀한 묘사와 사진들은 정말 흥미롭다. 고된 훈련, 과로하기 쉬운 환경, 우주선의 폐쇄적 공간,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 인간관계, 귀환 후 재활 기간이 따로 필요할 정도의 후유증, 은퇴 후의 걱정 등. 영화 속 영웅처럼 완벽해 보이는 우주비행사라는 직업만이 가지는 고충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이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삶이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온 듯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두번째 비행 후 번아웃을 극복하고 50대의 나이에 다시 우주로 향한 저자를 보며 나이에 상관없이 우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멋지고 뭉클하였다. 그리고 그가 이루어낸 우주에서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수많은 것들은 그의 단단한 마음과 우주를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 담긴 그의 많은 면모들은 우주 비행사의 일과 삶에 대한 흥미로운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지만 우주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우리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하더라도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우주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은 모두에게 아마 유용하며 감동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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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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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개척시대의 이주민들이 이야기라는 띠지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1850년대 오리건 트레일을 배경으로 하여 서부 이주에 관한 서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 조상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건 아마 작가에게 정말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고, 그만큼 참고 자료들은 잘 조사되어 매우 훌륭하게 소설 속에 녹아들어 역사 소설의 사실주의를 높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역사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서부 개척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이 책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콜레라, 폭풍우, 탈수중, 부서진 마차, 식량 부족, 원주민의 공격과 성난 강물 등 그 시절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두 주인공 존과 나오미의 끈끈한 사랑과 유대을 교차적 이야기 서술을 통해 더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서는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찌 된일인지 원주민 한명이 윌의 화살에 맞아 죽었고, 순식간에 벌어진 원주민의 공격으로 나오미의 아빠, 워런 오빠, 빙엄씨, 그리고 엄마가 죽고야 말았다. 그리고 동생 윌과 웨브는 보이지 않았고, 막내 동생 울프를 안은 채 나오미는 머리를 가격당해 기절하고야 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오미와 울프는 결국 원주민들에게 어디론가로 가게 되는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그리고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야기는 존의 서술로 시작된다. 존은 1853년 5월 미주리주 세인트조지프 넓은 도로 한복판에서 나오미와 마주하게 된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하얀 보닛을 쓴 나오미는 존에게 한송이의 꽃으로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미를 계속 주시하게 되는 존. 그런 존에게 나오미가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전한다. 나오미 메이는 스무 살에 자신이 과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을 뒤로 하고 그녀의 가족과 함께 서부로 새로운 삶을 떠나려고 한다. 그리고 존 라우리는 어머니는 인디언이고 아버지는 백인인 인디언 혼혈이다. 그는 백인과 인디언의 그 어느 쪽 세계에서도 속하지 못하며 낯선 사람처럼 느끼며 모든 사람들과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20세의 미망인이 되어버린 나오미는 그녀의 가족과 사망한 남편의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리건 트레일을 따라 더 나은 삶을 희망하며 캘리포니아로 가려고 노력한다. 존 라우리는 그 마차 행렬의 가이드 보조 임무를 맡게 되면서, 나오미와 존은 같은 행렬에 속하게 되는데,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이들 일행에 덥친 콜레라는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오빠의 아내 아비가일 역시, 그렇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아비가일을 장례식을 묘사한 장면에서 그 시절 그들의 참혹한 여정을 엿볼 수 있다. 2천 마일에 달하는 그들의 서부로의 대이동인 '오리건 트레일'의 삶은 몹시나 가혹했고, 고난과 두려움과 죽음의 연속 그자체였다. 그럼에도 그 곳에 존재한 사랑, 그리고 다시 살아남기 위해 다시금 길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지속하고자 하였던 그들의 끈기를 깨닫게 하여 먹먹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나오미와 존. 결국 나오미가 먼저 존에게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존은 섣부르게 대답하지 못한다. 늘 그 어떤 세계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모든 이들에게 거리를 두고 살아온 존은 신중하게 나오미와의 미래를 계획하고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유대로 둘은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지만, 프롤로그의 끔찍한 사고가 그들의 앞에 놓이게 된다. 과연 나오미와 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나오미의 동생들은 다 죽음에 이르렀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서부개척시대 이주민의 삶과 이야기들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이주민들과 인디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광범위하고도 다채로운 그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거의 500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히 긴 이야기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이야기 자체 폭 빠지게 만든 것은 바로 생생한 장면 묘사와 함께 세밀한 인물들의 심리묘사, 그리고 예측 불허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덕분이었다. 긴장감과 시련, 그리고 성찰로 가득찬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서부 이주의 척박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에 맞섰던 그들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투쟁하기도 하며 사랑을 지켜온 그들의 삶은 감동 그 자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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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용맹이 2 - 기다려는 어려워!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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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상 아너리스트이자 <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의 유년동화 시리즈 <오늘도 용맹이>의 두번째 책이다. <오늘도 용맹이 1>은 한 집에 살게 된 두 강아지 용이와 맹이가 서로를 알아가고 또 인간과 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도 용맹이>는 개들의 시선과 입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여 기존의 다른 동화와는 조금은 달라 더 매력적이며, 이 책에서도 역시 두 주인공 용이와 맹이의 시선으로 배려와 기다림을 인간이 아닌 개들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랫집 201호 아줌마가 용이와 맹이의 소리가 시끄럽다면서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01호에는 태어난 지 석달밖에 안된 아기가 있는데, 아기가 용이와 맹이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용이랑 맹이만 시끄러운 건 아닌데 말이다. 1층부터 5층까지 집집마다 온종일 시끌시끌한데 용이와 맹이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시끄러운 건 용이와 맹이의 짖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마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용이와 맹이에게는 그 소리가 다 들린다. 하지만 아빠도 언니도 아무것도 모르고 용이랑 맹이 탓만 한다. 조용한 빌라에서 용이랑 맹이가 시끄럽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용이랑 맹이는 아빠와 언니가 좋다. 왜냐면 아빠랑 언니는 용이와 맹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책을 함께 해주기 때문이다. 


비록 목줄을 해야지만 가능한 산책이지만 용이와 맹이는 즐겁다. 어제도 그제도 맡았던 냄새도 있지만 매일매일 달라지는 냄새도 있다. 냄새 하나하나 용이랑 맹이에겐 즐겁다. 세상에는 똑같은 냄새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개들 냄새도 많다. 용이가 아는 개도 있고, 처음 냄새를 맡아 보는 개도 있다. 첫냄새부터 마음에 쏙 드는 친구도 있고, 어쩐지 친해지기 어려운 냄새도 있다. 용이도 뒷다리 하나를 번쩍 들고 오줌을 뉜다. 이렇게 하는 건 '난 용이다!'라는 뜻의 냄새를 남기기 위해서다. 


신나는 산책길이지만 용이는 초록 대문 집이 가까워지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 이유는 바로 초록 대문 집에서 괴물딱지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어째, 언니와 아빠가 한 눈 판 사이 툭 끊어진 산책줄을 뒤로 하고 맹이가 그 초록 대문 집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맹이가 들어가자 '컹커어엉! 커어엉!' 괴물딱지가 천둥 같은 소리로 짖어댔다. 그리고 맹이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아빠는 그제서야 초록 대문 집에 큰 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맹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 가게 사장님 말씀에 의해 초록 대문집에 사는 큰 개는 다행이 안내견으로 일하다 은퇴한 리트리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와 언니는 겨우 안심한 얼굴이 되었고 맹이보고 나오라고 하지만 도저히 대문 아래로 맹이는 나올 수가 없다.


결국 초록 대문 집주인에게 부탁하려 하지만 아까 그 집 주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나가셨단다. 언제 들어오질지도 모르고, 전화 번호도 모른다. 이제 꼼짝없이 집주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쯤 맹이는 다시 아빠와 언니, 용이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집 안에서만 오롯이 지내야 하는 요즘의 반려견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숙명이기도 하다. 주인이 돌아와서 함께 나가 주어야만 반려견들은 산책을 할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반려견들에게는 대부분의 시간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 책에서는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용이와 맹이의 상황을 오히려 아빠와 언니가 반려견들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꾸어서 역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기다림의 끝에는 달콤한 만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나게 된 용맹이 가족은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오늘도 새롭게 용맹해지는 비법을 또 하나 알아간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강아지의 입장에서 강아지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기다림에 대해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귀엽고 코믹한 그림은 이러한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 속에 쏙 빠지게 만든다. 다음에 이어질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는 또 어떤 것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도 더 용맹해져가는 용이와 맹이의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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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장에 서 있습니다 - 안전유도원의 꾸깃꾸깃 일기
가시와 고이치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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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전유도원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궁금증을 줄러 일으키게 한다. 이 책은 전직 영화감독, 사장, 철강 브로커 등 고령의 나이에 현장을 뛰는 안전유도원들의 현실과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안전유도원은 공사현장이나 축제와 같이 안전 지도가 필요한 현장에서 보행자나 작업자, 혹은 운전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이 안전 유도원은 일본의 전국에 대략 55만 명이 넘게 있는 경비원 가운데 약 40퍼센트를 이룩고 있다. 이토록 도로안전유도원은 많지만 그 실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출판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약 40년을 출판업자로 일한 저자는 파산 지경에 이른 회사를 정리하고 당장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안전유도원을 하며 투잡을 뛴다. 그의 나이 이미 70이 넘은 때였다. 저자는 자신의 본업을 십분 발휘하여 직접 겪은 안전유도원의 실태를 비롯하여 스스로의 현실을 정말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안전유도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 직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저변에는 어떤 직업이든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애로사항을 별반 다르지 않으며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안전'이다. 우리는 이태껏 안타까운 목숨들을 생각치도 못한 사고로 너무 많이 잃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져 주는 존재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미 50년 전부터 '교통유도 경비업무'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경비업체를 통해 공사 현장이나 행사장 등 안전이 필요한 곳에는 안전유도원을 체계적으로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전유도원을 전기, 가스, 수도, 도로 정비 등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말단에서 공헌하는 존재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고, 안전에 가장 근접한 곳에서 일하는 존재라 하겠다. 그렇지만 그 말단에서 일하는 이에 대한 존중은 심각하게 배려되지 않는 듯 싶다.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는 존재가 바로 도로안전유도원으로 불만부터 욕까지 별의별 말을 다 듣고 근무를 해도 감독마져 그런 모든 수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무심함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도로안전을 책임지고 안전유도를 하는 이들에게 가장 많은 불만을 쏟아 붓는 게 바로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정말 안전유도원으로 일하는 게 부끄러운 일일까. 어느날 저자의 아내가 "당신은 대학씩이나 나와서 안전유도원 일을 하는게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질문에 "부끄럽다든가 부끄럽지 않다든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라고 답하자 아내는 "그럴 줄 알았어. 요컨대 당신은 자존심이라는 게 없다는 소리네"라고 더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정말 자존심이 없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다만 자존심을 다 세우고선 안전유도원 일을 잘 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저자가 자신의 자존심은 젖혀놓고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도로 안전유도일을 하면서 저자세로 "죄송합니다"나 "실례했습니다"라고 말을 하는게 훨씬 더 빨리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사로 인한 우회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안전유도원에게로 쏟아지고, 안전유도원은 묵묵히 듣고 있거나 사과를 하는 게 가장 빠른 상황 해결 방안이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씁쓸한 현실인가.


이 책에서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의 한 사회인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잘 나가는 출판업자였지만 일흔이 넘은 지금은 출판편집 겸 작가 본업을 뒤로 하고 안전유도원으로 투잡을 하고 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작업자들의 반말과 고함을 유연하게 넘기고, 공사 현장 주변의 주민들 혹은 도로 위 운전자들의 불평을 좋은 말로 설득해야 한다. 이런 일에 있어 자신이 젊은 사람에 비해 능력 면에서는 뒤떨어지는 일이 많지만 커뮤니케이션 면에서는 고령자라서 더더욱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보다 어린 상사를 대하는 노하우와 진상 고객을 대처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바로 고참 사회인이기 때문에 발휘되는 고령자들의 능력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만큼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고령의 사회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안전유도원의 일상을 생생하게 봄으로써 인력 부족이나 업무 방식의 개선, 처우 개선 등의 문제 제기와 개선방안을 담아냄으로써 안전유도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세히 인지하게 되는데, 이렇게 사회 가장 밑바닥의 직업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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