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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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심사위원 100명이 선택한 2023년 틴 스토리킹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길잃고 홀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 아기 보보를 집으로 향하도록 길을 나선 원호와 선호, 두 아이의 모험과 따뜻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원호가 학교에서 졸다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교 후 친구의 게임 제의로 거절한 채 원호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두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 발걸음 가볍게 리듬을 타며 집으로 향한다. 드디어 오늘, 원호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작사 작곡한 천재적인 노래를 녹음할 계획이다. 원호는 온라인 크리에이터다. 채널명은 <송원호의 노래 만들기>로 구독자 수 7명에, 그중 두 명은 부모님이다. 모두에게 비웃음을 받아 왔지만 오늘 완성할 이 곡으로 뮤지선으로 자신의 천재성이 드디어 입증될 것이 분명하다. 원호는 그렇게 확신하며 기분 좋게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나래는 학원에 시간 맞춰 갈 생각으로 마음 속이 복잡하다. 계획에 없던 보충수업으로 하지 못한 학원 숙제에 이번에도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도 엄마가 늘 말하듯이 생각이 너무 많고 느려 터진 자신이 문제다. 교문에 선 아이들과 늘 그러하듯 먼 거리를 유지한 채, 나래는 발걸음 무겁게 학교를 나섰다.


그렇게 교문을 나선 두 아이는 무지갯빛 눈동자를 지닌 아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은 보보, 나이는 지구 보정으로 만 1세, 종족 명은 KMSRX-3. 아기의 이름표에 적인 주소와 메세지를 확인한 나래와 원호는 아기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간적인 선의로 '주인 잃은 곰 인형을 분실물 센터에 들고 가는 일' 정도로 시작했던 이 일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5년 전, 이른바 <대방문의 날>이라고 교과서에 기록된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모행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지구에 '이민 요청'을 해온 것이다. 그들이 지닌 과학기술이 지구에 이로울 것이라 판단한 지구인들은 그들을 나누어 이주민으로 받아들였고, 우리나라도 '미래 아파트'를 그들의 거주지로 내어주었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외계어 사전이 서점 매대를 한가득 차지 할만큼 그들의 이주는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인간의 모습을 모사하며 그들만의 담장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외계인들 덕분인지 대중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진다. 그러나 지구를 마지막 종착지로 여기고 싶은 이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BJ 찡가는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미래 아파트에 사는 이주민들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민다.


한편 보보를 주민센터로 데려다 주기를 실패한 원호와 나래는 미래 아파트 보보네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고군분투 끝에 겨우 겨우 보보의 집에 도착하지만 이미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모두 지구를 떠나고 없다. 보보 혼자 지구에 남은 것이다. 이제 원호와 나래의 임무는 보보를 집에 데려다 주는 것에서 외계인 종족의 이주를 돕는 임무로 바뀌게 된다. 원호와 나래가 보보의 집을 찾는 동안 BJ 찡가는 무지개 종족이 가졌다는 빛의 놀라운 힘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엄청난 값어치의 보석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미래 아파트 곳곳을 누비다가 그의 카메라 앵글에 무지개 아기를 안고 도망가는 두 명의 중학생 원호와 나래가 불쑥 잡히게 된다. 과연 원호와 나래는 찡가와 그의 무리들의 방해를 무릎쓰고 무사히 보보를 종족의 품에 데려다 줄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에서 음정, 박자 그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 지독한 음치이지만 학교 축제에서 자작곡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는 원호는 사람들의 눈에 타인의 시선 뛰는 상관하지 않는 뻔뻔한 아이로 비친다. 그리고 나래는 학교에서 규칙에 따라 교복 차람 하나 흐트러짐 없고 아이들과는 말 한번 섞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는 보기에 좀 짜증나는 모법생으로 알려져 있다. 원호와 나래 역시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둘이 만날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둘은 보보라는 존재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게 되며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길을 걷다가 무지개 종족의 아기를 만날 확률 만큼이나 서로를 알아 갈 일이 없었던 두 아이가 뜻하지 않는 여정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알아가고 서로를 응원해 가는 과정은 꽤 뭉클하고 따스하며 아름답다.


틴 스토링킹 수상작 답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여느 작품과는 다른 외계인 존재에 대한 신박한 상상력과 개성 넘치고 다채로운 인물들은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무지개 족의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펼쳐지는 원호와 나래의 속 이야기는 현실의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세밀하게 담고 있어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원호와 나래의 모습에서 아주 많은 공감을 하게 될 듯 싶다. 그렇기에 원호와 나래가 그동안 결코 알지 못했던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들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그렇기에 아마 많은 청소년 아이들이 이 책의 매력에 폭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원호와 나래의 앞으로의 나날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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