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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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개척시대의 이주민들이 이야기라는 띠지에 눈길이 간다.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1850년대 오리건 트레일을 배경으로 하여 서부 이주에 관한 서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 조상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건 아마 작가에게 정말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고, 그만큼 참고 자료들은 잘 조사되어 매우 훌륭하게 소설 속에 녹아들어 역사 소설의 사실주의를 높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역사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서부 개척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이 책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콜레라, 폭풍우, 탈수중, 부서진 마차, 식량 부족, 원주민의 공격과 성난 강물 등 그 시절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두 주인공 존과 나오미의 끈끈한 사랑과 유대을 교차적 이야기 서술을 통해 더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서는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찌 된일인지 원주민 한명이 윌의 화살에 맞아 죽었고, 순식간에 벌어진 원주민의 공격으로 나오미의 아빠, 워런 오빠, 빙엄씨, 그리고 엄마가 죽고야 말았다. 그리고 동생 윌과 웨브는 보이지 않았고, 막내 동생 울프를 안은 채 나오미는 머리를 가격당해 기절하고야 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나오미와 울프는 결국 원주민들에게 어디론가로 가게 되는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그리고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야기는 존의 서술로 시작된다. 존은 1853년 5월 미주리주 세인트조지프 넓은 도로 한복판에서 나오미와 마주하게 된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하얀 보닛을 쓴 나오미는 존에게 한송이의 꽃으로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미를 계속 주시하게 되는 존. 그런 존에게 나오미가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전한다. 나오미 메이는 스무 살에 자신이 과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을 뒤로 하고 그녀의 가족과 함께 서부로 새로운 삶을 떠나려고 한다. 그리고 존 라우리는 어머니는 인디언이고 아버지는 백인인 인디언 혼혈이다. 그는 백인과 인디언의 그 어느 쪽 세계에서도 속하지 못하며 낯선 사람처럼 느끼며 모든 사람들과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20세의 미망인이 되어버린 나오미는 그녀의 가족과 사망한 남편의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리건 트레일을 따라 더 나은 삶을 희망하며 캘리포니아로 가려고 노력한다. 존 라우리는 그 마차 행렬의 가이드 보조 임무를 맡게 되면서, 나오미와 존은 같은 행렬에 속하게 되는데,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이들 일행에 덥친 콜레라는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오빠의 아내 아비가일 역시, 그렇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아비가일을 장례식을 묘사한 장면에서 그 시절 그들의 참혹한 여정을 엿볼 수 있다. 2천 마일에 달하는 그들의 서부로의 대이동인 '오리건 트레일'의 삶은 몹시나 가혹했고, 고난과 두려움과 죽음의 연속 그자체였다. 그럼에도 그 곳에 존재한 사랑, 그리고 다시 살아남기 위해 다시금 길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지속하고자 하였던 그들의 끈기를 깨닫게 하여 먹먹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나오미와 존. 결국 나오미가 먼저 존에게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존은 섣부르게 대답하지 못한다. 늘 그 어떤 세계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모든 이들에게 거리를 두고 살아온 존은 신중하게 나오미와의 미래를 계획하고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유대로 둘은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지만, 프롤로그의 끔찍한 사고가 그들의 앞에 놓이게 된다. 과연 나오미와 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나오미의 동생들은 다 죽음에 이르렀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서부개척시대 이주민의 삶과 이야기들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이주민들과 인디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광범위하고도 다채로운 그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거의 500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히 긴 이야기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이야기 자체 폭 빠지게 만든 것은 바로 생생한 장면 묘사와 함께 세밀한 인물들의 심리묘사, 그리고 예측 불허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덕분이었다. 긴장감과 시련, 그리고 성찰로 가득찬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서부 이주의 척박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 용기를 가지고 두려움에 맞섰던 그들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투쟁하기도 하며 사랑을 지켜온 그들의 삶은 감동 그 자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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