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 세계 첫 민간유인 우주미션 비행사의 친밀한 지구 밖 인사이트
노구치 소이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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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더이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는 아니다. 이제 우리는 우주를 언젠가는 가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총 3회의 우주 비행을 경험한 저자의 현실적인 우주 체류 리포트인 동시에, 우주비행사의 일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선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와 사진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을 우주의 한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듯하다. 너무나 흥미롭고 감동적인 우주에서의 이야기, 참 매력적이다. 


2020년 11월 15일 오후 7시 27분,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신형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그리고 2일 후인 11월 17일, 지구 400Km 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크루 드래건 리질리언스호가 도킹에 성공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우주선을 지구궤도에 보낸 역사적인 날이었다.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물든 지구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리질리언스호 우주비행사 4인은 ISS에서 166일간 임무를 수행하여 당시 미국 유인 우주탐사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이 책은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인류 최초로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은 사람, 우주에서 바질을 키워낸 우주비행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자 이 책의 저자이다. 이 모든 일을 해낸 노구치 소이치는 리질리언스호의 유일한 아시아 우주비행사로, 우주 비행을 세 번이나 한 베테랑 미션 스페설리스트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유쾌한 모습으로 우주생활을 즐겼다. 우주를 소재로 한 인기 만화 <우주형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우주인의 조금 특별한 생활과 지구를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은 깨달음, 그리고 보통의 인간으로 느낀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우주 공간에서 보내는 그의 메세지는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지구에서의 삶이 무기력하고 힘든 순간 힘이 될 수 있는 깨달음과 지혜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주선 밖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저자는 동료에게서 '장갑에 상처가 난 것 같다'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장갑에 깊은 상처가 나면 우주복 안의 공기가 새고, 산소가 부족해져 목숨도 위험해진다. 우주에 세 번째 체류하는 그에게도 아주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공포스러운 순간에 그도, 관제 센터도 차분하게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하여 대비하며 임무를 완수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 위험한 순간에 가장 적합한 지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렇듯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소명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충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주비행사는 과연 우주에서 어떤 일을 할까? 이 책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그의 하루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의 하루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바쁘다. 기상은 평일 아침 6시. 60분 동안 아침 식사를 하고 30분간 씻고 준비를 한 뒤, 일곱시 반에는 지상과 그날의 작업 내용을 확인하는 일명 모닝DPC에 들어간다. 이 회의가 15분 정도로 끝나면 드디어 업무 시간이 시작된다. 분 단위로 짜인 과학실험을 해내고, 우주정거장 점검도 하고, 지상에서 주는 미션도 수행한다. 무중력으로 인한 근력 저하를 막기 위해 하루 150분의 운동도 필수다. 또 실험 모듈에서 식물도 키우고, 남은 시간에는 유튜브에 우주 활동 영상도 업로드 한다. 우주선처럼 폐쇄적인 공간에 오래 있다 보면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명상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을 하는 크루 타임과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 타임을 적절히 분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집과 일터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없을 만큼 근접한 환경으로 특히 처음 우주에 나온 비행사는 요령을 잘 모르는 만큼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쉽게 과로를 하고야 만다고 한다. 실제로 매일 스케줄이 꽉 차 있으니 밤에 한두 시간 정도 잔업을 하면서 다음날 작업에 필요한 도구 혹은 예비 부품을 준비해 두거나 메뉴얼 내용을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는 때때로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회사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과로를 하게 되는 경우와 동일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6개월 동안이나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러야 하기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다보면 번아웃 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이라는 우주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하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가 우주라는 공간에서 깨달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대한 깨달음은 지구의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는 다루는 우주비행사의 일과 마음에 대한 정말 세밀한 묘사와 사진들은 정말 흥미롭다. 고된 훈련, 과로하기 쉬운 환경, 우주선의 폐쇄적 공간,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 인간관계, 귀환 후 재활 기간이 따로 필요할 정도의 후유증, 은퇴 후의 걱정 등. 영화 속 영웅처럼 완벽해 보이는 우주비행사라는 직업만이 가지는 고충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이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삶이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온 듯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두번째 비행 후 번아웃을 극복하고 50대의 나이에 다시 우주로 향한 저자를 보며 나이에 상관없이 우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멋지고 뭉클하였다. 그리고 그가 이루어낸 우주에서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수많은 것들은 그의 단단한 마음과 우주를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속에 담긴 그의 많은 면모들은 우주 비행사의 일과 삶에 대한 흥미로운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지만 우주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서의 우리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하더라도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우주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은 모두에게 아마 유용하며 감동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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