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의 근사치 오늘의 젊은 문학 6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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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SF소설들의 배경은 대부분 디스토피아적인 듯 싶다. 이를 배경으로 각각의 작품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핑크빛 미래가 아닌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던져지는 묵직한 질문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고, 성찰하게 만든다. 이 책도 그러하다. 이 책은 주인공 이소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만이 인간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근미래, 이상기후로 더이상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들어진 지구에서 인간과 AI가 조건 없는 우정으로 서로를 지켜내어 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어 인공 지능도 진짜 사람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한다.


띠지 속 문구와 <휴먼의 근사치>라는 제목은 오직 인간만이 인간인가?라는 아주 근원적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이소가 홀로 창고에 갇혀 그 곳에 있는 개미, 지렁이, 쥐며느리 등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소는 창고에서 갇힌 상태로 사흘을 보냈다. 이소는 왜 홀로 창고에 갇히게 된 것일까?


이 책은 기후 이변으로 70일 동안 비가 내리는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물로 잠겨 버린 탓에 위생과 치안은 유지되지 않았고, 살아 있는 것은 기적인 동시에 고통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혹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을까하는 공포에 떨어야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한 것은 바로 뜻밖의 존재, 단순 노동형 로봇들이었다.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의 헌신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상실로부터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재앙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는 잔잔한 희망은 계속 되어야만 했다. 주인공 이소가 일하는 태거 하우스 역시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설립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하나다. 주로 하는 일은 물날리로 유실된 필름을 복원하는 것이다. 로봇과 일하느라 지친 사람들은 구호 시설로 돌아와 모여 복원된 영상을 봤고, 이를 통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다지곤 했다.

모든 것이 물에 잠겨버린 대재앙의 상황에서 먹을 것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기 시작했고, 생존을 위해 일각에서는 식인 행위까지 일어났다. 과일과 채소와 같은 원재료의 음식은 귀하디 귀해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의 식량 통제로 저장성이 뛰어난 통조림과 영양소를 응축시킨 바 형태의 영양바를 주식으로 삼았다.


대재앙으로 인해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은 보호소에 맡겨졌다. 이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소에서 또래와 달리 성장을 멈춘 이소는 맨 첫 장면에 나온 것처럼 창고에 갇히거나 폭력을 당하는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였다. 하지만, 열여덟살이 되는 해 이소는 보호소를 떠나 태거하우스에 입사하고 그곳에서의 생활은 보호소에서보다 훨씬 이소에게 잘 맞았다. 이소는 그곳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맞는 문구를 태깅하는 일을 맡은 이소.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태거라 불리며 빌딩의 최하층인 지하에서 작업했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 또한 최하위였다. 하지만 태거는 승급 시험을 통해 8등급 이상이 나오는 사람은 관리자가 되어 높은 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태거 중 전설적인 인물인 구현우 실장이 그러했고, 이소가 7등급을 받아 높은 층으로 갈 수 있는 유력한 후보였다.


그런데 어느날 이소는 구실장으로부터 뜻밖의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태거 하우스의 모든 자료를 검열하는 인공지능 '이드'가 오직 한이소의 자료에만 오류를 일으켜 멈추었고, 이는 영화에 입력된 한이소의 키워드가 이드의 진화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의 진화를 막으려는 태거 하우스가 한이소를 해고하게 된 것이다. 이소는 우연히 태거 하우스에서 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드는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드에게 인간들이 인공지능에 폭력을 학습 시키고 있으며, 모든 태거들은 사라지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드는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한이소의 피신을 돕는다. 과연 이드의 도움으로 이소는 무사히 자신을 쫓는 태거 하우스의 관리자들로 부터 무사할까?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소의 존재이다. 당연히 인간이라고 믿었던 이소의 존재는 이야기 중반부로 가면서 인간이 아닌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진 인공 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진전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인물인 구실장의 정체와 이소의 절친 루다. 이소와 루다를 깔보는 사해까지. 다채로운 캐릭터의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정체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이야기 자체에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이소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독자에게 누가 인간이고, 비인간인지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뒤로 가다보면 그것 자체의 경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이 로봇의 장기를 이식받게 되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그리고 대재앙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주인공 한이소가 고립되어 살아가다가 외부의 편견을 깨고 친구와 함께 하며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의 이야기에서 이소가 인간인지, 비인간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하여 자기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그 과정 속의 이야기는 우리가 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아가는 지, '함께'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라는 소설 속 말이 오래 오래 남는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는 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때 더욱 높아질 수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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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속담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초절정 고수 되기
천효정 지음, 이정태 그림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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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2호가 너무나 좋아하는 건방이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건방이 시리즈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현직 교사인 천효정 선생님이 뽑은 초등 필수 속담 108개를 담고 있다. 권법 고수를 꿈꾸며 무술 수련 중인 건방이가 권법이 아닌 속담 고수에 도전장을 내밀고 좌충우돌 속담 수련을 펼치는 이야기로, 너무 재미있고 유쾌한 건방이의 이야기 속에 속담이 녹아들 듯 배치되어 있어서 책을 읽기만 해도 속담의 뜻과 의미를 잘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머릿 속에 저절로 남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등장인물 소개만 봐도 재밌어서 본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오늘도 열심히 수련 중인 건방이.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건방이가 속담에 대해 정말 하나도 모른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번개불에 콩 볶아 먹는다.' 등 정말 쉬운 속담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뜻을 모르는 건방이. 하여 속담을 공부시키기로 한 오방도사. 하지만 속담 공부에 통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건방이 때문에 오방도사의 고민은 더 깊어져 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설화당주(일명 꽃님 소저)의 중고에 따라 속담 공부를 열심히 하여 각 장의 마지막 시험에 통과하면 신통풀을 한 뿌리씩 주기로 한다. 그렇게 건방이의 속담 수련기가 시작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건방이의 속담 수련기는 재미있는 건방이 만화를 읽으면서 이야기 속에 속담의 쓰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물론 속담에 대한 엉뚱한 뜻을 풀어놓는 건방이의 이야기는 이 책을 더 재밌게 만든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나고 나면 '속담파일'을 부록으로 수록하여 속담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속담의 쓰임과 뜻을 한번 더 알아본다. 이 때, 비슷한 속담이나 비슷한 듯 다른 속담 등 파생 속담까지 익힘으로써 속담 실력을 더욱 확장시켜준다.

이뿐만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에는 그림 속담 퀴즈, 초성 속담 퀴즈를 수록하여 지금까지 알아본 속담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고 재밌게 속담에 대하여 자세히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쏙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각 장에 걸친 건방이의 속담 수련기는 재미도 있고, 유익하지만 특히 5장의 파이널 테스트는 건방이가 과연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할 수 있을 지 이야기에 쏙 몰입하게 만든다. 과연 건방이는 이태껏 수련한 속담 실력을 토대로 파이널 테스트까지 통과할 수 있을까? 건방이의 속담 수련기에 대한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한다. ^^

그리고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평소 속담이 궁금할 때 바로 찾아 볼 수 있도록 이 책의 마지막에 '속담 찾아 보기'를 ㄱ, ㄴ,ㄷ 순으로 수록하고 있다.


속담에 대하여 정말 하나도 모르던 건방이가 수련을 통해 속담의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도 참 재밌고 웃음이 절로 나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초등 필수 속담 108개를 알게 되니 아이들에게 참 유익할 듯 싶다. 그리고 워낙에 건방이 시리즈가 재미있다보니, 구지 권하지 않아도 아이가 읽고 또 읽는다. 이를 통해 책에 더 가까워지는 모습도 참 보기 좋다. 그런 아이를 보다 보니 속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지루하고 어려워하는 많은 개념들을 건방이가 풀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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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대한민국 -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기후파국의 서막
남재작 지음 / 웨일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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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위기를 아주 힘겹게 지나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과다하게 발행한 화폐는 석유 가격 인상을 초래했고, 이는 물가 인상과 함께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식량 위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러한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지금 이 위기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거다.

이 책의 저자,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인 남재작 박사는 "탄소 중립과 식량 안보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이 위기에 가장 취햑함에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도 경고한다. 이 책은 기후 변화와 식량을 함께 풀어내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함께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모색해 간다. 저자는 10여 년동안 유엔 국제회의 참석, 코이가 농업 ODA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국제 경헙에서 얻은 통찰을 토대로 1.5도의 상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 지 등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대안을 논의하고, 개인이 이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한다면 아직은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지구 평균 기온 1.5도와 2도 상승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장에서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초래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식량난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며, 3장에서는 한국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장과 온실가스로 촉발된 생태계 붕괴를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위기 앞에 식량 안보와 농럽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유효한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는 IPCC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금 지구가 처한 위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늦어도 204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올라갈 것이라고 하니, 참 암담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과학자들의 이러한 경고들이 수치화하여 말을 해도 일반인이 우리는 체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1.5도와 2도가 올랐을 때의 차이도 모호하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평균 기온이 1.5도가 오르면 우리나라도 1.5도 정도 기온이 오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이 1.1도 상승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이미 1.8도가 올랐다. 지구의 많은 지역 역시 1.5도 이상 상승했다. 그리고 지구가 더워지면 지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천천히 온도가 올라가는 반면에 육지는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니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육지의 평균 기온이 IPCC가 예상한 지구 평균 기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2도가 올라가면 도대체 1.5도와 올라갔을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불과 0.5도의 차이지만 실제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해양의 온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육지의 평균 기온이 더 크게 오를 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온도 상승도 더 커진다. 1.5도 상승할 때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비중은 14퍼센트인 반면, 2도가 상승하면 37퍼센트까지 늘어난다. 단지 1.5도에 비해 0.5도 올라갔을 뿐인데,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는 2.6배나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2도가 올라가면 1.5도에 비해 폭염 피해를 겪을 대도시는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하고 가뭄에 대한 피해에도 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1.5도 정도에서 지구온난화를 안정화 할 수 있으면 지중해 지역에서 가뭄의 피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2도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6100만 명이 추가적으로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단지 0.5도 차이일 뿐인데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니 과학자들의 경고가 더 이상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인간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온실가스 증가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농업에서는 습지를 메우고 숲을 베어내면서 농경지를 확대하였고, 대규모 단일 재배 방식을 도입하여 늘어난 인구를 부양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지역은 극지방까지 확대되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자연 보호 구역 정도로 줄어들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코끼리 떼는 수시로 인근 농장을 침범하면서 농민들과 충돌하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던 열대우림 지역에는 팜 농장이 지어지고, 콩이 재배되면서 그곳에 살던 야생동물을 몰아내었다. 이 모든 것들에 의해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물질의 순환이 곳곳에서 끊어졋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생물들은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간인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되었는 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동물들이 사라짐으로써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그럼 과연 모른다고 위험은 사라질까? 저자는 기후 위기로 인해 초래된 생물 다양성의 위기 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설사 탄소 중립을 이루어 기후가 다시 예전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사라진 생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탄소 중립에 이르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육식을 줄이고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등 개인의 양심과 실천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자리와 경제가 탄소중립이라는 전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 만큼 탄소중립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계속 강조하며 이에 대한 해법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기후 활동가들은 아직 우리에게는 되돌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행동할수록 우리가 치르게 될 비용은 더 크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먼저 행동하는 일은 힘겹다. 그렇다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예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는 이제 우리 모두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 나라의 정책이 바뀌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위기를 바라보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더이상을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위기 앞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개인은 위기를 인식하고, 국가는 대안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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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용맹이 1 - 용맹해지는 날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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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의 신작이자, 유년동화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믿고 볼 만한 책이다. 게다가 귀여운 표지의 그림은 더더욱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강아지 용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책은 특이하게 사람이 아니라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이는 아빠와 언니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을 데리고 산책을 나갈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신이 난 용이는 기쁨에 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요즘 아빠가 무척 바빴고 비가 오는 날도 많아서 산책을 못 한지 오래 되었기에 용이는 너무나 기뻐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산책을 갈꺼라고 생각했던 용이의 생각과는 달리 아빠와 언니는 자신을 두고서 둘만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자신만 빼고 나간 아빠와 언니에게 화를 내려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만 발딱 일어나고야 만다. 서운했던 마음은 단숨에 잊어버리고선 반갑게 왈왈 짖으며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고야 만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외출을 나갔던 아빠와 언니는 둘이 나가더니 셋이 돌아왔다. 게다가 언니가 용이가 아닌 다른 개를 품에 안고 있다.

그렇게 용이와 맹이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도 시작된다. 그런데, 용이의 집에 온 맹이는 적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하울링을 하며 아침, 저녁 할 꺼 없이 계속 울어댄다. 밤중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맹이 때문에 언니는 울타리 안에서 이불을 깔고 자고, 아빠는 울타리 옆 소파에서 자기까지 한다. 용이는 맹이 때문에 혼자 잤다. 언니 방 책상아래 몸을 둥글게 말고 쓸쓸히 혼자 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빠와 언니가 나가고도 계속 하울링을 하는 맹이.이 뿐만이 아니다. 울타리를 넘고 나와서는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아빠의 발소리. 용이는 반가워 폴짝 뛰어 아빠에게 가는데, 맹이의 오줌을 밟고야 만다. 집에 돌아온 아빠는 용이가 오줌을 쌌다고 생각하고 그 사이 맹이는 울타리에 벌써 들어가 있다. 이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맹이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용이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썽들을 모두 자기가 한 것으로 오해받는다. 그렇게 맹이의 말썽을 다 뒤집어 쓰고 아빠와 언니에게 혼나게 되는 용이. 억울한 용이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고 억울하고 분하고 서럽고 비참해진 용이. 과연 용이 이대로 괜찮을까? 용이와 맹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너무나 생생하게 개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어서 읽자마자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만든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개들도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용이는 '개를 엄청 싫어하는 개'이기에 새로 집에 들어온 맹이가 절대 좋게 보일리가 없다. 그런데 인간인 아빠와 언니는 용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않는다. 홀로 집에 있어 외로운 용이에게 맹이가 가장 좋은 단짝이 될꺼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나 생각에 상관없이 함께 살게 된 용이와 맹이. 이 둘은 각자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용이가 맹이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모습은 '개의 마음은 개가 알아 주는 법'이라는 본문 속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생생하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용이와 맹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입장에서 개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한 국민지 작가의 그림은 이현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고 용맹이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만든다. 용맹이 시리즈의 1권인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용맹이의 다음 이야기는 어떠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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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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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와 제목에서 이미 따스한 이야기일 꺼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

책 표지와 띠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부디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이 문장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이 책은 2021년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작가 아오야마 미치코의 데뷔작으로 마블 카페에서 한 잔의 코코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도교와 호주의 시드니를 배경으로 각각 6편씩, 총 12편의 연작 단편을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과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타내는 색깔, 그리고 배경이 되는 장소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총 12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에는 총 열두 가지 빛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코아씨라 불리는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마블 카페 직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마블 카페는 조용한 주택가의 구석에, 강변의 벚나무 가로수가 막 끝나는 지점에, 큰 나무 뒤에 숨듯이 있다. 테이블 석 세 개와 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 멋없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 천장에 매달린 램프가 있는 작은 카페다. 마블 카페의 직원인 주인공 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들려 코코아를 주문하는 한 아가씨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 그녀는 목요일 오후 3시가 지났을 즈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세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대체로 긴 영문 편지를 읽거나 쓰고, 영자 신문을 읽거나 창문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마블 카페를 들어온다. 녹초가 되어서 토트백을 맨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하필 그녀가 늘 앉는, 좋아하는 자리에 손님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한복판 테이블에 앉는 그녀.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주인공 나는 보고야 만다.


홀로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코코아씨를 위해 주인공 나는 얼른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를 치우고서 말을 건넨다. 그렇다.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과연 코코아씨와 주인공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노란색의 <참담한 달걀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사미는 워킹맘으로 이태껏 남편이 전업으로 아이와 살림을 맡아주어서 원만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 테루야가 그린 그림이 인정을 받아 쿄토에서 열리는 전람회에 참석하게 되면 서 홀로 아이를 맡게 된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케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의 도시락까지 쌓야 한다.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홀로 달걀말이를 연습하고 연습해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해 우울해하던 아사미에게 남편은 전화로 프라이팬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알려주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려했던 아사미에게 멋진 엄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위로의 말은 아사마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며 남편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게끔 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번째 이야기, <자라나는 우리>에서는 관계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가, 네번째 <성자의 직진>에서는 오래된 친구 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번째 <만남>에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을 발견해가는 신혼 부부의 이야기가, 여섯 번째 <반세기 로맨스>에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부부의 로맨스 그레이가 펼쳐진다. 일곱 번째 <카운트다운>은 초록으로부터 구원 받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덟 번째 <랄프 씨의 가장 좋은 하루>에서는 오렌지색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랄프 씨의 마법의 사랑이, 아홉 번째 <돌아온 마녀>에서는 오렌지 색 랄프 씨의 연인이기도 한 '타쿼이즈 블루'처럼 신비로운 신디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열번 째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는 시드니에서 번역가로 사는 아스코의 삶이 충만한 이유가, 열한 번째 <삼색기의 약속>은 이 시대를 확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러브 레터>는 첫번째 이야기의 코코아씨가 주인공으로 반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열두가지 색깔의 각각의 이야기에는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읽어 따스함에 물들어 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에도 이렇게 따스함으로 서로가 이어져 다정을 전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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