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대한민국 -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기후파국의 서막
남재작 지음 / 웨일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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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위기를 아주 힘겹게 지나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과다하게 발행한 화폐는 석유 가격 인상을 초래했고, 이는 물가 인상과 함께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식량 위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러한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지금 이 위기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거다.

이 책의 저자,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인 남재작 박사는 "탄소 중립과 식량 안보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이 위기에 가장 취햑함에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도 경고한다. 이 책은 기후 변화와 식량을 함께 풀어내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함께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모색해 간다. 저자는 10여 년동안 유엔 국제회의 참석, 코이가 농업 ODA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국제 경헙에서 얻은 통찰을 토대로 1.5도의 상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 지 등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대안을 논의하고, 개인이 이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한다면 아직은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지구 평균 기온 1.5도와 2도 상승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장에서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초래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식량난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며, 3장에서는 한국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장과 온실가스로 촉발된 생태계 붕괴를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위기 앞에 식량 안보와 농럽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유효한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는 IPCC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금 지구가 처한 위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늦어도 204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올라갈 것이라고 하니, 참 암담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과학자들의 이러한 경고들이 수치화하여 말을 해도 일반인이 우리는 체감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1.5도와 2도가 올랐을 때의 차이도 모호하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평균 기온이 1.5도가 오르면 우리나라도 1.5도 정도 기온이 오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이 1.1도 상승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이미 1.8도가 올랐다. 지구의 많은 지역 역시 1.5도 이상 상승했다. 그리고 지구가 더워지면 지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천천히 온도가 올라가는 반면에 육지는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니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육지의 평균 기온이 IPCC가 예상한 지구 평균 기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2도가 올라가면 도대체 1.5도와 올라갔을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불과 0.5도의 차이지만 실제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해양의 온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육지의 평균 기온이 더 크게 오를 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온도 상승도 더 커진다. 1.5도 상승할 때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비중은 14퍼센트인 반면, 2도가 상승하면 37퍼센트까지 늘어난다. 단지 1.5도에 비해 0.5도 올라갔을 뿐인데,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는 2.6배나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2도가 올라가면 1.5도에 비해 폭염 피해를 겪을 대도시는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하고 가뭄에 대한 피해에도 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1.5도 정도에서 지구온난화를 안정화 할 수 있으면 지중해 지역에서 가뭄의 피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2도에서는 도시에 거주하는 6100만 명이 추가적으로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단지 0.5도 차이일 뿐인데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니 과학자들의 경고가 더 이상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인간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온실가스 증가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농업에서는 습지를 메우고 숲을 베어내면서 농경지를 확대하였고, 대규모 단일 재배 방식을 도입하여 늘어난 인구를 부양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지역은 극지방까지 확대되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자연 보호 구역 정도로 줄어들었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코끼리 떼는 수시로 인근 농장을 침범하면서 농민들과 충돌하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던 열대우림 지역에는 팜 농장이 지어지고, 콩이 재배되면서 그곳에 살던 야생동물을 몰아내었다. 이 모든 것들에 의해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물질의 순환이 곳곳에서 끊어졋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생물들은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간인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되었는 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물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동물들이 사라짐으로써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그럼 과연 모른다고 위험은 사라질까? 저자는 기후 위기로 인해 초래된 생물 다양성의 위기 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설사 탄소 중립을 이루어 기후가 다시 예전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사라진 생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다.

탄소 중립에 이르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육식을 줄이고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등 개인의 양심과 실천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자리와 경제가 탄소중립이라는 전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 만큼 탄소중립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계속 강조하며 이에 대한 해법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기후 활동가들은 아직 우리에게는 되돌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행동할수록 우리가 치르게 될 비용은 더 크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먼저 행동하는 일은 힘겹다. 그렇다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예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는 이제 우리 모두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 나라의 정책이 바뀌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위기를 바라보고 미래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더이상을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위기 앞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개인은 위기를 인식하고, 국가는 대안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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