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계단>과 <별빛 전사 소은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수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운 좋게 창비 사전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책이 발간되기 전이 조금 일찍 만나게 되어 더 재밌고 특별하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잠에서 깬 주인공 희진이 텔레비전에서 무언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텔레비젼에서 나온 물체는 놀랍게도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정체는 더 놀랍게도 희진의 엄마였다. 희진의 엄마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텔레비젼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첫 장면부터 공포영화 '링'을 형상화하는 듯한 으스스하고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과연 희진의 엄마는 왜 텔레비전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희진의 엄마는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 맨 처음에는 희진의 엄마가 현실의 세계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텔레비젼에 폭 빠져 사는 그런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듯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희진의 엄마가 정말로 텔레비젼의 안과 밖의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놀라운 설정은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의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늘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고 경제적인 측면은 모두 외할아버지에게 의지한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 무능력한 엄마가 취업을 한 곳이 바로 텔레비젼 속 세계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 설정인가. 

여하튼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난 뒤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실 희진은 자신이 공부 때문에 사는 아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누군가로부터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받기 위해,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기 위해 희진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다. 그렇기에 희진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도 쉬기보다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하였다. 그덕에 희진의 내신은 1점대 초반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전교 1등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거다. 악착같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희진과 오로지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는 무능력한 엄마. 너무나 대비되는 모녀의 성격은 이야기 자체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무능력하다 생각했던 엄마가 멀티버스를 경험하고 그 속에 일을 하고 있다니. 다중 우주 속 세상은 어떠하길래 엄마에게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게 하였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편 희진이 절친 윤아와 상우와 함께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한 아이가 들어온다. 그 아이는 과학고를 다니다가 희진이네 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희진이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온 소미다. 처음에 희진은 과학고에 다녔다는 이야기에 경쟁자가 될까 경계를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나 독특했다. 마치 다른 동네나 학교가 아니라 외국이나 외계에서 살다 온 것처럼 이를 테면 음료수나 과자 이름, 최신 걸 그룹과 영화 제목도 여느 애들과 다르게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미는 교과목과 수능 제도도 잘 모르는 어딘가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소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윤아의 손목 흉터에 눈물까지 흘리며 걱정을 하는 거다. 과연 희진의 생각처럼 소미에게는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 생애 처음으로 조퇴를 한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 세계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멀티버스 속 세계, 즉 텔레비전 안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텔레비젼 안으로 들어간 희진이 마주한 세계는 어떠하며 그 곳에서 무사히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희진과 엄마가 마주하게 된 또다른 세상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과연 무엇일까? 둘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는 미혼모의 딸이고 하루 종일 텔레비젼 앞에서만 있는 엄마의 딸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던 희진. 이 책 속 희진은 엄마가 여느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길 바래보지만 단 한번도 엄마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텔레비젼 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다니. 게다가 엄마는 텔레비젼 안과 밖을 오가는 일로 취업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엄마를 잡아 놓는 텔레비젼이 또다른 세상과 연결이 되는 멀티버스 터미널이라는 설정이라는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블에서처럼 또다른 우주에는 나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또다른 나가 있다니.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한가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떠하든 원래의 나는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희진과 엄마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윤아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에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오래 가슴에 머물며 따뜻하게 만든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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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양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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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받고 2023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에 선정된 양선 작가의 신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특별한 놀이공원을 만들었던 저자의 외할아버지, 고 김갑희 할아버지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김갑히 할아버지는 농촌 마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본인 소유의 땅 1천평을 직접 다시고 손수 놀이기구를 제작하여 '노로공원'을 열었다. 이렇게 특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시 여러 방송과 책에도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오래된 앨법 속의 사진 한장을 통해 다시 발견되었고, 저자가 오랜시간 동안 공들여 다듬고 다듬어 만들어 이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가 나간 그릇, 구멍 뚫린 자전거 바퀴, 고장난 시계, 낡은 우체통 등등 빈터에 차곡차곡 쌓이는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할아버지가 가져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밤낮없이 버려진 물건들을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였고 한편에는 작은 앵두나무도 심었다. 어느새 할아버지의 빈터는 알록달록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도 어딘가가 허전하다고 생각했기에 꾸미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빈터에는 작은 호수와 구름다리까지 생기게 되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이 꾸민 놀이공원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어느날 네 마리의 동물이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왔다. 네 마리의 동물은 가족을 잃은 어린 너구리,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공작새, 무리에서 떨어진 떠돌이 원숭이와 집이 없는 외로운 강아지였다.

 

할아버지는 너구리의 가족이 되어 주었고, 공작새에게는 나는 법 대신 화려한 깃털을 펼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원숭이는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었고, 강아지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집을 선물했다. 앵두나무에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열리면 할아버지와 동물들은 입가가 빨갛게 물들 때까지 앵두를 즐겼고,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면 동물들은 기분 좋게 듣고는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기에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도 하나둘 놀이공원으로 모여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동물들이 노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겼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은 더이상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과연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마을 아이들과 숲속 동물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하나하나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놀이공원. 그 놀이공원에 아이들도 동물들도 너무나 즐겁게 노는 모습들은 너무 행복해 보여 참 보기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기자 아이들도, 동물들도 할아버지의 곁을 떠난다. 단 한 마리 개만 빼고 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동물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뒷모습은 너무 허전하고 외로워보여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든 놀이공원의 모습도 역시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할아버지의 사랑처럼 따스하게 다가오는데, 그건 바로 제일 마지막에 환하게 핀 앵두꽃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던 앵두나무는 여전히 꽃을 피우고 향기를 멀리멀리 내 뿜으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낡은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이 특별한 놀이공원은 그렇기에 우리 마음 속에 이 책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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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도그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 제작진 지음 / 너와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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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를 책으로 담아낸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동물은 바로 개다.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는 수천 년을 이어온 개와 인가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타리로, 인류의 역사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반려동물 개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새삼 그 어떤 동물도 개만큼 인간에게 가까운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 왕들의 사냥개이자, 파라오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으로 불린 '살루키', 세계대전 때에는 군견과 시각 안내견으로,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견과 경철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먼 셰퍼드', 몽골 유목민들을 지키고, 칭키스칸의 아시아, 유럽 정벌에 함께한 수호견 '방카르'의 세 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세 종의 개들과 인간과 함께한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두루두루 담아낸 이야기와 모습들을 보면 왜 이 세 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표지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살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살루키는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온 아랍 민족, 사냥이 생계 수단인 유목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살루키는 우아하고 섬세한 외모와는 달리 목표목을 쫓는 강한 본능으로 '신성한 사냥꾼'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랍 민족과 함게한 이 특별한 개의 역사는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살루키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에게 사랑받은 인류 최초의 애완견이다. 사막의 안내자로 사냥과 전쟁, 심지어 죽음의 길까지고 인간과 함께 하였기에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라고도 불렸다.


오늘날 베두인족들은 더는 사막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큰 농장에서 품질 좋은 여러 마리의 말을 키우고, 사막에서 사냥을 해 얻던 고기는 염소를 키워 대신한다. 그리고 한때 사막을 주름 잡던 염소도 키운다. 낙타에게 다가간 나사르는 섬세한 손길로 낙타의 젖을 짜서 일주일 전 태어난 살루키의 새끼들에게 주러 간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살루키의 새끼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이제 막 태어난 생명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살루키들에게는 눈의 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마 한 가운데에 있는 하얀 털이다. 이마 한 가운데 하얀 털을 가지고 태어나야 순수 혈통의 살루키로 인정받는다니. 그리고 '알라의 키스'라 불리는 그 하얀 털은 생후 한달이 되었을 때 가장 또렷해진다고 한다. 베두인족들은 살루키를 알라신의 선물로 여겼다. 살루키는 크면서 하얀 털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이 때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베두인에게 사막은 여전히 고향과 같은 존재다. 배두인족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12월에는 어김없이 사냥에 나선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사냥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허락된 구역에서는 가능하다. 사냥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그리고 베두인족들의 사냥에 빠질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살루키다. 척박한 사막이 삶의 터전이었던 베두인에게 사냥은 생존의 문제였다. 굶지 않기 위해 무엇에든 의존해야 했던 그들은 사냥을 위해 살루키를 길들였다. 왜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살루키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목표물을 발견한 살루키는 오래 달릴 수 있는 큰 심장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긴 다리로 사냥에 성공하고 베두인족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냥감을 물고 놓지 않는다. 베두인족에게 살루키는 훌륭한 사냥 파트너이자, 힘든 유목 생활을 함께한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베두인족은 살루키를 단순히 사냥개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하게 여겼고,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낙타와 말에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살루키가 이 지역에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적어도 6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유적에 흔적을 남긴 살루키는 이집트 문영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투탕카멘의 유물에는 사냥하는 파라오와 사냥개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집트 왕의 유일한 사냥개는 살루키였다. 그리고 강력한 군사 국가였던 오스만 제국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사냥을 그린 그림에도, 이란에서 출토된 페르시아 제국의 암벽화에도 살루키카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 살루키는 이집트 파라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랑한 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살루키는 이집트 왕의 총애를 받은 신성한 사냥꾼이었으며 베두인족의 삶의 근원이었다. 사막의 안내자였으며, 사후 세계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살루키는 아랍 민족의 빛나는 유산이다. 이 책에 담긴 살루키는 근사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살루키를 향한 아랍인들의 오랜 사랑과 자부심은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역사와 함께 빛나는 유산으로 지금도 자신의 몫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살루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개다.


이 책은 살루키 뿐만 아니라 네발의 영웅 저먼 셰퍼드, 귀신 쫓는 개 방카르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들도 잘 담아 내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을 토대로 이 책이 만들어졌기에 사진과 글을 통해 보다보니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한편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각인되어진다. 개와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이렇게 세 종의 개를 통해 보다보면 인간에게 개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지면서 가까운 반려동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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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7 - 인간의 길에서 창비아동문고 336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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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완 푸른 사자 와니니 7권이다. 이 책에서는 마이샤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무리의 터전인 검은 땅을 떠나 인간의 땅으로 향하는 와니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5권에서 와니니와 갈등르 겪고서 무리를 떠난 암사자 마이샤가 와니니를 다시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꿈결에 들리는 목소리라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는 포효 소리. 와니니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진짜 마이샤를 보고서 와니니는 얼싸 안고서 서로를 반기지만 마이샤가 이상했다. 거북한 냄새가 훅 끼쳐 자신도 모르게 움찍하며 뒤로 물려선 와니니. 그 냄새는 와니니도 아는 냄새였다. 이미 여러 차례 맡아본 냄새였지만 도무지 익숙해 질 수 없는 냄새. 바로 죽음의 냄새였다. 그리고 마이샤는 와니니의 말처럼 인간의 땅으로 가서는 안되는 거였다는 알쏭달송한 말과 함께 와니니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서 초원으로 돌아갔다. 과연 인간의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마이샤가 와니니에게 남긴 부탁은 무엇일까?


마이샤를 초원으로 보낸 후 와니니는 무리로 돌아와 식구들에게 마이샤의 이야기를 전하고 마이샤의 아이들을 구하러 떠날 꺼라고 말한다. 그러자 말라이카가 함께 가겠다고 하였지만 와니니는 말라이카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검은 땅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길을 나서려는 와니니를 두 딸, 에우페와 타야리도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행하겠다고 나선다.그렇게 검은 땅을 나서는 와니니와 두 딸. 이들 앞에는 어떠한 여정의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이들은 과연 무사히 마이샤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마이샤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인간의 땅을 향해 나선 와니니와 두 딸은 길에서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비로 인해 이제는 희미해진 길 위에서 위험천만한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와니니와 두 딸은 다시 움직이고 길을 찾아 나선다. 왜냐, 길을 나서지 않고는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와니니의 마이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두 딸의 용기와 지혜는 결국 마이샤의 세 아이를 찾아내게 한다. 그리고 와니니는 자신의 두 딸과 마이샤의 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검은 땅으로 향하는데, 돌아오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푸른 사자 와니니>시리즈는 물론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하는 사자와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탄탄하면서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문장이 아닐까 싶다. 7권에서도 이현 작가의 탁월한 문장들은 자꾸만 책 속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와니니가 무심코 말한 "엄마들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라고."라는 문장은 와니니처럼 나 역시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이 자랐고, 이 세상에 나보다 더 귀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자 더 자랄 수 있었던 엄마. 엄마들도 아이처럼 자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자 왠지 힘이 불끈 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와니니와 인간의 시점을 교차로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인간과 동물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며 이야기 자체의 흥미를 이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잘못된 세계관이 동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과 동물은 과연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고 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푸른 사자 와니니 이야기.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게 무엇이든 나는 벌써 설레이며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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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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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봐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라 칭해도 전혀 손색없는 김동수 작가의 신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물귀신 세계에 초대받은 아이의 흥미진진한 하루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는 자연을 물귀신으로 표현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읽고 난 후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아이가 강물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물에 버려진 과자 껍질과 캔 쓰레기를 건져 올리던 아이의 막대에 올라오는 검은 물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귀신. 살짝 무섭지만 귀여운 물귀신이었다. 물귀신은 강물에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아이를 새로운 일꾼으로 점찍고 아이를 데리고 물 속 세계로 들어간다.


처음 맞이하는 물 속 세계이고 어찌 보면 살짝 무서운 물귀신이지만 아이는 놀랍도록 침착하다. 물귀신들 역시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물귀신들은 자신들이 물을 깨끗이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오늘의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고 아이는 하나씩 하나씩 오늘의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아기 물귀신들에게 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일귀신들의 휴식과 훈련을 돕는다. 그리고 아기 물귀신들과 산책하고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뿐만 아니라 어린이 물귀신들과 함께 교육도 받고 함께 놀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그림으로 풀어낸 물귀신들과 아이의 모습들이다. 어쩜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내었는지 누구라도 보는 내내 책에 폭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약간 무서우면서도 묘하게 사랑스런, 너무나 매력적인 물귀신들은 이 책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이다.


이 책은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자연을 물귀신 세계로 상상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귀신'이 자연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역설적인 표현은 이 책을 더욱더 인상 깊게 뇌리에 남게 한다. 그리고 물귀신들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몸 속에서 정화한 후 머리카락 끝으로 다시 깨끗한 물을 쏟아내는 일을 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 머리카락의 힘을 더욱더 기르려고 물구나무 서기도 하고 머리카락으로 아령을 드는 등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 장면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들어올린 쓰레기를 집어 들고 집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은 단순히 재미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앞으로 환경을 위해 우리는 무얼 해야 할 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나 기발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게 만들고 깨닫게 만드는 이 책, 완전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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