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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평점 :
표지 그림만 봐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라 칭해도 전혀 손색없는 김동수 작가의 신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물귀신 세계에 초대받은 아이의 흥미진진한 하루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는 자연을 물귀신으로 표현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읽고 난 후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아이가 강물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물에 버려진 과자 껍질과 캔 쓰레기를 건져 올리던 아이의 막대에 올라오는 검은 물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귀신. 살짝 무섭지만 귀여운 물귀신이었다. 물귀신은 강물에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아이를 새로운 일꾼으로 점찍고 아이를 데리고 물 속 세계로 들어간다.
처음 맞이하는 물 속 세계이고 어찌 보면 살짝 무서운 물귀신이지만 아이는 놀랍도록 침착하다. 물귀신들 역시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물귀신들은 자신들이 물을 깨끗이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오늘의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고 아이는 하나씩 하나씩 오늘의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아기 물귀신들에게 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일귀신들의 휴식과 훈련을 돕는다. 그리고 아기 물귀신들과 산책하고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뿐만 아니라 어린이 물귀신들과 함께 교육도 받고 함께 놀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그림으로 풀어낸 물귀신들과 아이의 모습들이다. 어쩜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내었는지 누구라도 보는 내내 책에 폭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약간 무서우면서도 묘하게 사랑스런, 너무나 매력적인 물귀신들은 이 책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이다.
이 책은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자연을 물귀신 세계로 상상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귀신'이 자연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역설적인 표현은 이 책을 더욱더 인상 깊게 뇌리에 남게 한다. 그리고 물귀신들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몸 속에서 정화한 후 머리카락 끝으로 다시 깨끗한 물을 쏟아내는 일을 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 머리카락의 힘을 더욱더 기르려고 물구나무 서기도 하고 머리카락으로 아령을 드는 등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 장면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들어올린 쓰레기를 집어 들고 집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은 단순히 재미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앞으로 환경을 위해 우리는 무얼 해야 할 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나 기발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게 만들고 깨닫게 만드는 이 책, 완전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