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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도그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 제작진 지음 / 너와숲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를 책으로 담아낸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동물은 바로 개다.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는 수천 년을 이어온 개와 인가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타리로, 인류의 역사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반려동물 개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새삼 그 어떤 동물도 개만큼 인간에게 가까운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 왕들의 사냥개이자, 파라오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으로 불린 '살루키', 세계대전 때에는 군견과 시각 안내견으로,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견과 경철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먼 셰퍼드', 몽골 유목민들을 지키고, 칭키스칸의 아시아, 유럽 정벌에 함께한 수호견 '방카르'의 세 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세 종의 개들과 인간과 함께한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두루두루 담아낸 이야기와 모습들을 보면 왜 이 세 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표지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살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살루키는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온 아랍 민족, 사냥이 생계 수단인 유목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살루키는 우아하고 섬세한 외모와는 달리 목표목을 쫓는 강한 본능으로 '신성한 사냥꾼'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랍 민족과 함게한 이 특별한 개의 역사는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살루키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에게 사랑받은 인류 최초의 애완견이다. 사막의 안내자로 사냥과 전쟁, 심지어 죽음의 길까지고 인간과 함께 하였기에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라고도 불렸다.
오늘날 베두인족들은 더는 사막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큰 농장에서 품질 좋은 여러 마리의 말을 키우고, 사막에서 사냥을 해 얻던 고기는 염소를 키워 대신한다. 그리고 한때 사막을 주름 잡던 염소도 키운다. 낙타에게 다가간 나사르는 섬세한 손길로 낙타의 젖을 짜서 일주일 전 태어난 살루키의 새끼들에게 주러 간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살루키의 새끼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이제 막 태어난 생명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살루키들에게는 눈의 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마 한 가운데에 있는 하얀 털이다. 이마 한 가운데 하얀 털을 가지고 태어나야 순수 혈통의 살루키로 인정받는다니. 그리고 '알라의 키스'라 불리는 그 하얀 털은 생후 한달이 되었을 때 가장 또렷해진다고 한다. 베두인족들은 살루키를 알라신의 선물로 여겼다. 살루키는 크면서 하얀 털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이 때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베두인에게 사막은 여전히 고향과 같은 존재다. 배두인족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12월에는 어김없이 사냥에 나선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사냥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허락된 구역에서는 가능하다. 사냥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그리고 베두인족들의 사냥에 빠질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살루키다. 척박한 사막이 삶의 터전이었던 베두인에게 사냥은 생존의 문제였다. 굶지 않기 위해 무엇에든 의존해야 했던 그들은 사냥을 위해 살루키를 길들였다. 왜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살루키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목표물을 발견한 살루키는 오래 달릴 수 있는 큰 심장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긴 다리로 사냥에 성공하고 베두인족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냥감을 물고 놓지 않는다. 베두인족에게 살루키는 훌륭한 사냥 파트너이자, 힘든 유목 생활을 함께한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베두인족은 살루키를 단순히 사냥개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하게 여겼고,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낙타와 말에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살루키가 이 지역에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적어도 6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유적에 흔적을 남긴 살루키는 이집트 문영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투탕카멘의 유물에는 사냥하는 파라오와 사냥개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집트 왕의 유일한 사냥개는 살루키였다. 그리고 강력한 군사 국가였던 오스만 제국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사냥을 그린 그림에도, 이란에서 출토된 페르시아 제국의 암벽화에도 살루키카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 살루키는 이집트 파라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랑한 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살루키는 이집트 왕의 총애를 받은 신성한 사냥꾼이었으며 베두인족의 삶의 근원이었다. 사막의 안내자였으며, 사후 세계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살루키는 아랍 민족의 빛나는 유산이다. 이 책에 담긴 살루키는 근사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살루키를 향한 아랍인들의 오랜 사랑과 자부심은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역사와 함께 빛나는 유산으로 지금도 자신의 몫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살루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개다.
이 책은 살루키 뿐만 아니라 네발의 영웅 저먼 셰퍼드, 귀신 쫓는 개 방카르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들도 잘 담아 내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을 토대로 이 책이 만들어졌기에 사진과 글을 통해 보다보니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한편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각인되어진다. 개와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이렇게 세 종의 개를 통해 보다보면 인간에게 개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지면서 가까운 반려동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