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계단>과 <별빛 전사 소은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수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운 좋게 창비 사전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책이 발간되기 전이 조금 일찍 만나게 되어 더 재밌고 특별하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잠에서 깬 주인공 희진이 텔레비전에서 무언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텔레비젼에서 나온 물체는 놀랍게도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정체는 더 놀랍게도 희진의 엄마였다. 희진의 엄마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텔레비젼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첫 장면부터 공포영화 '링'을 형상화하는 듯한 으스스하고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과연 희진의 엄마는 왜 텔레비전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희진의 엄마는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 맨 처음에는 희진의 엄마가 현실의 세계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텔레비젼에 폭 빠져 사는 그런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듯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희진의 엄마가 정말로 텔레비젼의 안과 밖의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놀라운 설정은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의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늘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고 경제적인 측면은 모두 외할아버지에게 의지한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 무능력한 엄마가 취업을 한 곳이 바로 텔레비젼 속 세계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 설정인가. 

여하튼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난 뒤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실 희진은 자신이 공부 때문에 사는 아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누군가로부터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받기 위해,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기 위해 희진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다. 그렇기에 희진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도 쉬기보다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하였다. 그덕에 희진의 내신은 1점대 초반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전교 1등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거다. 악착같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희진과 오로지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는 무능력한 엄마. 너무나 대비되는 모녀의 성격은 이야기 자체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무능력하다 생각했던 엄마가 멀티버스를 경험하고 그 속에 일을 하고 있다니. 다중 우주 속 세상은 어떠하길래 엄마에게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게 하였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편 희진이 절친 윤아와 상우와 함께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한 아이가 들어온다. 그 아이는 과학고를 다니다가 희진이네 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희진이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온 소미다. 처음에 희진은 과학고에 다녔다는 이야기에 경쟁자가 될까 경계를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나 독특했다. 마치 다른 동네나 학교가 아니라 외국이나 외계에서 살다 온 것처럼 이를 테면 음료수나 과자 이름, 최신 걸 그룹과 영화 제목도 여느 애들과 다르게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미는 교과목과 수능 제도도 잘 모르는 어딘가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소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윤아의 손목 흉터에 눈물까지 흘리며 걱정을 하는 거다. 과연 희진의 생각처럼 소미에게는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 생애 처음으로 조퇴를 한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 세계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멀티버스 속 세계, 즉 텔레비전 안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텔레비젼 안으로 들어간 희진이 마주한 세계는 어떠하며 그 곳에서 무사히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희진과 엄마가 마주하게 된 또다른 세상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과연 무엇일까? 둘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는 미혼모의 딸이고 하루 종일 텔레비젼 앞에서만 있는 엄마의 딸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던 희진. 이 책 속 희진은 엄마가 여느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길 바래보지만 단 한번도 엄마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텔레비젼 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다니. 게다가 엄마는 텔레비젼 안과 밖을 오가는 일로 취업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엄마를 잡아 놓는 텔레비젼이 또다른 세상과 연결이 되는 멀티버스 터미널이라는 설정이라는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블에서처럼 또다른 우주에는 나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또다른 나가 있다니.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한가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떠하든 원래의 나는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희진과 엄마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윤아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에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오래 가슴에 머물며 따뜻하게 만든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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