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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양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8월
평점 :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받고 2023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에 선정된 양선 작가의 신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특별한 놀이공원을 만들었던 저자의 외할아버지, 고 김갑희 할아버지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김갑히 할아버지는 농촌 마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본인 소유의 땅 1천평을 직접 다시고 손수 놀이기구를 제작하여 '노로공원'을 열었다. 이렇게 특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시 여러 방송과 책에도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오래된 앨법 속의 사진 한장을 통해 다시 발견되었고, 저자가 오랜시간 동안 공들여 다듬고 다듬어 만들어 이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가 나간 그릇, 구멍 뚫린 자전거 바퀴, 고장난 시계, 낡은 우체통 등등 빈터에 차곡차곡 쌓이는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할아버지가 가져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밤낮없이 버려진 물건들을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였고 한편에는 작은 앵두나무도 심었다. 어느새 할아버지의 빈터는 알록달록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도 어딘가가 허전하다고 생각했기에 꾸미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빈터에는 작은 호수와 구름다리까지 생기게 되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이 꾸민 놀이공원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어느날 네 마리의 동물이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왔다. 네 마리의 동물은 가족을 잃은 어린 너구리,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공작새, 무리에서 떨어진 떠돌이 원숭이와 집이 없는 외로운 강아지였다.
할아버지는 너구리의 가족이 되어 주었고, 공작새에게는 나는 법 대신 화려한 깃털을 펼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원숭이는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었고, 강아지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집을 선물했다. 앵두나무에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열리면 할아버지와 동물들은 입가가 빨갛게 물들 때까지 앵두를 즐겼고,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면 동물들은 기분 좋게 듣고는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기에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도 하나둘 놀이공원으로 모여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동물들이 노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겼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은 더이상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과연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마을 아이들과 숲속 동물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하나하나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놀이공원. 그 놀이공원에 아이들도 동물들도 너무나 즐겁게 노는 모습들은 너무 행복해 보여 참 보기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기자 아이들도, 동물들도 할아버지의 곁을 떠난다. 단 한 마리 개만 빼고 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동물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뒷모습은 너무 허전하고 외로워보여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든 놀이공원의 모습도 역시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할아버지의 사랑처럼 따스하게 다가오는데, 그건 바로 제일 마지막에 환하게 핀 앵두꽃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던 앵두나무는 여전히 꽃을 피우고 향기를 멀리멀리 내 뿜으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낡은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이 특별한 놀이공원은 그렇기에 우리 마음 속에 이 책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듯 싶다.